똑게육아, 어게인?…수면교육 재성공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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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게육아, 어게인?…수면교육 재성공記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2.05.09 0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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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이를 키우면서 뇌리에 박혀있는 인상적인 장면들이 몇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수면교육을 성공적 이어가던 18개월 무렵인데, 아이는 며칠 업무로 귀가가 늦어진 엄마를 보지 못하고 잠에 들던 상태였죠.

사흘째 늦은 업무를 이어가던 엄마는 아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무작정 퇴근을 하고는 저녁 8시를 조금 넘겨 집에 도착했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온 것이 너무 기뻐서였는지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9시에도 계속 안아 달라며 엄마에게 갖은 칭얼거림을 쏟아 냈었죠..

아이에게 이제 자야할 시간이라고 이야기 하면서 자장가를 틀고 잠자리에 눕히니 유진이는 자신의 베개를 툭툭치며 엄마에게 어서 누워보라는 제스처를 취해 보였죠.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엽던지 나도 모르게 분리수면 원칙을 깨고 "그래 오늘 하루 정도야"하며 아이 옆에 누워 함께 잠을 잤습니다.

예상하시는 대로 유진이는 다음 날, 잘 시간이 되자 당연한 듯 엄마의 손을 잡아끌며 자신의 침대로 가더니 "같이 코해. 누워~"라면서 베개를 다시금 엄마에게 양보했습니다. 엄마는 "잠은 혼자서 자는 거야. 어제는 엄마가 유진이하고 며칠 못 봐서 같이 잔거야"라며 설명했지만 이런 설명이 통할리 만무했죠. 한번 엄마와 같이 잔 경험을 한 유진이는 고집을 꺾지 않았고, 남편의 타박 속에 저는 아이의 울음을 달래며 혼자 자라는 이야기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해야 했습니다.

정말 미안하게도 유진이는 그날 한 시간이 넘도록 "엄마~ 같이 자"라고 울먹이다 잠에 들었죠. 단순히 애가 안쓰럽다는 이유로 한번 같이 잔 것이 아이를 더 힘들게 했다는 사실에 아직도 그때의 기억은 달콤하고도 뼈아픈 추억이 됐습니다.

그 이후로 유진이는 할어버지와의 이별로 엄마와 같이 자는 나흘을 보내면서 분리수면 자체가 안 되는 아이가 되고 말았죠.

엄마의 입장에서는 아이를 재우고 제 방으로 돌아와 일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 사라지고 아이를 재우다 같이 잠이 들어버리는, 그러다 깨서 다시 마무리 못한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죠. 당연히 수면의 질은 떨어지고 업무 효율도 낮아져 엄마는 주로 낮에 비몽사몽한 상태로 업무를 해야 하는 나날들이 지속됐습니다.

유진이는 엄마가 옆에서 자지 않으면 잠을 아예 들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스스로 분리수면에 실패한 엄마가 되어 잠을 쪼개자는 일상을 보내게 됐습니다. 그러다 올해 2월 이사를 하게 되면서 다시 유진이와 분리수면을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환경이 바뀌어 아이가 불안해할까 싶어 이사를 간 집에 좀 익숙해질 때까지 보름의 시간을 기다렸죠.

이사 온 집에서도 유진이는 자신의 침대에서, 엄마는 침대 옆 바닥에 대충 이불 하나를 펼쳐 누워 자는 척을 해야 했기에 엄마의 몸 구석구석은 저려오기 시작하던 차였습니다.

잠들기 전에는 혼자서 자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의도적으로 보여주면서 "와, 콩콩이는 혼자서 인형 안고 잘 자네", "와 두두는 아빠가 꼭 안아주고 뽀뽀해주니 혼자서 잘 자네"라며 유진이도 할 수 있다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죠.

초기 3~4일은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는 식으로 엄마의 손을 꼭 잡고는 "같이 자. 엄마. 무서워"라고 외쳐대던 유진이가 곧 "엄마, 나도 콩콩이처럼 혼자 잘 수 있어"라며 용기를 냈습니다.

엄마는 올커니 하며 유진이 방에 조그만 등을 켜두고 "엄마 바로 옆방에 있을 테니 걱정마. 하나도 안무서워. 달님과 별님과 함께 여행하는 꿈 꿔“라며 아이를 안심시키고는 재빠르게 방에서 나왔습니다.

아이는 한 5분 정도는 조용히 있다가 이내 엄마를 다급히 불러대기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가면 ‘같이 자자’는 이야기를 할 것이 뻔했기에 아빠가 아이에게 갔습니다. 몇 번을 엄마를 외쳐대던 유진이는 계속 아빠가 찾아오자 포기한 듯 30분이 안돼서 잠에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의 적응기간을 거치며 유진이는 37개월이 되는 올해 4월 초부터 혼자 자기 시작했습니다. 22개월 이후 근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엄마 없이 혼자 잘 수 없었던 유진이가 드디어 혼자 자는 아이가 된 것이었습니다.

분리수면, 그러니까 수면교육에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엄마의 자책과 회환, 그리고 우연한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의지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죠. 엄마는 유진이가 홀로 자는 밤이 지속되면서 다시 조금은 여유있는 저녁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상의 찌든 때를 벗겨내는 정도의 시간적 여유는 없지만, 그나마 남은 업무를 이전보다는 여유있게 할 수 있는 마음의 평안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요즘 엄마는 이전과 다름없는 피곤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유진이가 시간을 양보한 탓에 ‘세상의 유혹’이 눈에 들오기 시작한 것이죠. 아이를 낳기 이전에 빠져들었던 게임과 여전이 매력적인 넥플렉스를 다시 영접해 버린 탓에 엄마의 저녁은 다시 수면부족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유진이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습니다. 유진아 미안해 근데 엄마, 요즘 너무 재미지다. 앞으로도 혼자 자는 밤들을 잘 부탁해.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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