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의 역습과 유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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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의 역습과 유진이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2.03.07 0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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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오미크론이 대세 종이 되자 왠만한 외부 미팅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던 엄마가 움츠러 들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확진자의 안 좋은 소식들이 하나 둘 늘어가자 겁이 덜컥나기 시작했습니다. 머리 속에는 "적어도 엄마 일로 아이가 감염되게 하지는 말자"는 다짐 같은 것이 생겼지요. 

다행히 회사에서도 외부 활동을 줄이고 가급적 재택을 하라고 지시가 내려왔기에 저는 아이를 끼고 한달 정도를 '집-어린이집-동네 한바퀴 정도의 외출'로 국한하면서 최대한으로 접촉을 줄였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전파력은 엄마가 친 단단한 방어막을, 의외의 안전지대에서 잘 알고 지내는 반가운 사람의 인사로 단 한방에 쉽게 무너뜨렸습니다 .

유진이의 발열은 정확히 확진자와 접촉한 지 사흘만에 나타났고 증상은 고열이었습니다. 

그렇게 감기일 것으로 예상했던 유진이의 고열은 다음날 진단키트가 양성으로 나타나면서 확실해 졌고, 같은 날 증상이 없었던 엄마와 아빠는 키트 상으로는 음성. 다음날 유진이의 PCR 검진 양성 판정 이후 엄마 아빠는 증상이 나타나면서 키트 상 양성, 결국 다음 날 확진자 대열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유진이는 예방접종 대상이 아닌 만 3세였고, 아빠는 접종 2차 완료자, 엄마는 3차 완료자인데 증상은 각기 달랐습니다. 유진이는 고열부터 나기 시작해 콧물, 기침, 구토까지 이어졌고, 엄마와 아빠는 인후통을 시작으로 몸살로 이어졌습니다.  

유진이는 고열을 동반한 기침과 콧물이 5일간 지속됐고 좀 나아지는 가 싶더니 6일차에 다시 40도를 찍으며 해열제 투여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고열이 나는 밤이면 유진이는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30분 간격으로 잠에서 깨어나 고통을 호소합니다. 잠시 깨는 사이 약을 먹이거나 물을 먹이고 잠시 토닥인 뒤 뉘이면 다시 곧 잠에 들지만 이내 곧 일어나는 시간이 연속되고 있습니다.  

유진이는 평소에 아파도 아프다는 표현을 잘 안하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아프다'는 표현을 자주 써서 엄마와 아빠는 그저 아이를 꼭 안아주기만 할 뿐입니다.

낮에도 가끔 아프다고 표현하는 유진이는 뭔가 몸이 이상하다 싶으면 엄마에게 안아달라고 합니다. 아이의 요청에 안으면, 온 몸으로 열기가 전해지는데 체온계를 대보면 대부분 38도 경계선일 때가 많습니다. 아이가 아픈 것 보다 낫다는 심정으로 해열제를 먹이지만, 일주일이 다 되는 시간 내내 해열제를 먹이다 보니 이제는 약을 안 먹이는 상태이길 간절히 바라게 됐습니다.

그래로 다행인 것은 해열제를 먹는 빈도가 발열 첫날보다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아빠는 유진이가 확진을 받은 날 오후부터 고열과 몸살로 환자신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3차 접종을 완료한 엄마는 인후통 정도의 가벼운 증상이라 두 분의 병수발을 하며 초기 사흘을 버텼는데, 아이가 고열로 계속 잠을 설치고 아빠의 몸살까지 더해지자 넉다운 되면서 드러눕는 상황이 일어났습니다. 

다행히 엄마가 몸져 눕던 날, 유진이는 쌩쌩해지고 아빠도 몸을 움직일 정도가 되어서 엄마의 부재에도 두 분은 잘 지냈지만, 어느샌가 유진이는 엄마의 껌딱지가 되어 버린 후였죠.

게다가 다른 문제도 나타났습니다. 저희 가족은 텅텅빈 냉장고를 바라보며 허탈해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하필 2주 전 새로운 동네로 이사 온 덕에, 게다가 새로운 냉장고가 들어온답시고 기존 냉장고를 비우는 바람에 우리 가족은 냉장고 채울 시간을 놓치고 만 것이었죠. 새 집의 새 냉장고는 빈사 상태여서 덕분에 새로운 동네에서 배달 음식을 실컷 시켜 먹고 있습니다. 

일주일 동안 아이의 고열과 아빠의 몸살, 엄마의 인후통과 하루 정도의 몸살로 인해 우리집에 준비해 뒀던 상비약은 거덜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전화와 앱으로 비대면진료라는 것을 할 수 있어서 증상에 맞는 약을 제때 먹을 수 있었고, 확진 중에 대선 투표를 하는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유진이는 8일 0시를 기준으로 코로나 자가격리에서 해제, 엄마와 아빠는 9일 0시 기준으로 해제가 됩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확진자의 격리에 충분한 시간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정부에서 정한 시간이니 이후엔 집 밖을 나가 냉장고부터 채워보려 합니다. 물론 K94마스크를 쓰고요. 

오늘(7일) 뉴스를 보니 확진자는 여전히 24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더군요. 이제 정말 '누구라도 걸릴 수 있는 환경'이 됐습니다. 그래서 노파심에 글로 필요한 것들을 남겨 봅니다. 

혹시 코로나19로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외부(실내가 아닌)에서 검진하는 곳을 찾아 PCR이나 신속진단을 받으시라 권합니다. 

진단키트는 코로나19에 걸려도 음성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볼 때 증상이 발현되어야만 양성 판정이 나오더라고요. 그러니 의심된다면 바로 검사를 받으세요. 

검사를 받기 전 집안의 상황을 한번 살펴보세요. 일주일간 먹을 음식은 있는지, 수리해야 하거나 서비스를 받아야 할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상비약을 구비하고 있는 지. 

세상이 좋아져서 음식주문과 장을 보는 것은 인터넷과 앱으로 가능해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직접 가서 해야 할 일들도 있으니 먼저 살펴보시면 확진 이후의 일주일이 그리 번거롭지는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아 그리고 아이가 있는 집은 반드시 해열에 쓰는 냉각패치를 구비해 두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코로나19가 빗겨가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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