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용량-약가연동, 약가 아닌 약품비 환급으로 방향 돌릴 때
상태바
(사설)사용량-약가연동, 약가 아닌 약품비 환급으로 방향 돌릴 때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2.02.14 08: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열린 건강보험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흥미로운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사전질의) 제약계는 사용량약가연동제(PVA)에 대해 '많이 팔면 팔수록 가격을 낮춰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이에 대한 입장은 뭔가."

"(이상일) '많이 팔면 팔수록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은 사용량-약가연동 협상 자체의 기본적인 방향이 그것이어서 특별히 언급할게 없다. 다만 사용량 자체가 증가하면 원가에 반영되는 부분이 감소하기 때문에 경제학적 논리에서 보더라도 가격은 인하하는 게 적절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PVA 자체가 많이 팔려서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준 약제의 약가를 낮춰 재정부담 위험을 보험자와 제약사가 분담하는 제도인 점을 감안하면 '우문현답'이다. 물론 사전질의의 의도가 '아이러니'가 있으니 PVA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거꾸로 답변이 엇나갔다.

문답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돌렸다면 어땠을까. 현 PVA 제도 운영방식에 문제는 없을까. 보험의약품 분야 한 전문가는 최근 뉴스더보이스 기자와 만나 "현 PVA 제도는 위험분담제 성격인 다른 나라와 달리 내용상 (약가) 재평가 기전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많이 팔린 약제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위험을 분담하는 노력이지만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후약가관리제도(약가재평가)로 보는 게 합당하다는 것이다.

이는 PVA 제도가 위험분담제도냐, 아니면 재평가 제도냐를 따지는 형식논리에 대한 접근인데, 작동방식을 들여다보면 사실 정부와 보험당국, 제약사 모두 알고 있는 아이러니는 따로 있다.

PVA 적용약제는 전년도와 비교해 청구액이 일정금액 이상 증가한 약제가 대상이 되고, 기준에 부합하면 약가를 인하한다. 해당약제 사용량이 늘어서 재정에 부담을 준 건 과거 일인데, 약가인하를 통해 장래에 발생할 재정부담 위험을 줄이는 방식이다. 제약사 입장에서 이런 방식은 매우 폭력적일 수 있다. 가령 청구액이 100억원이었던 약제가 160억원으로 늘어나 약가가 5% 인하됐다고 하자. 위험분담 원리로 보면 청구액이 늘어난 60억원에 대해 보험자와 제약사가 분담하면 된다. 그런데 약가인하에 반영하면 제약사 분담효과는 해당 약제가 급여목록에 등재돼 있는 한 항구적이다. 이후 시장상황이 변해서 해당 약제 청구액이 급감하더라도 약가는 회복되지 않는다.

보험자 입장에서도 크지는 않지만 불확실한 위험이 있다. 약가인하를 통해 장래에 60억원 중 제약사 분담분 만큼의 재정감소 효과가 생기면 좋은데 역시 시장상황이 변해서 해당 약제 청구액이 급감하면 힘들여서 가격을 조정한 의미가 퇴색된다. 물론 이런 경우는 매우 예외적일테지만.

어쨋든 균형적인 측면에서 보면 약가인하와 연동하는 현 제도는 제약사에 더 불리하거나 책임을 더 지우는 방식이다. 또 재정분담액을 특정하기 어렵고, 과거의 청구액에 대한 재정분담을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의 청구액으로 상쇄한다는 점에서 불합리하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은 올해 '제도운영 성과평가 및 재정 시뮬레이션을 통한 제도개선 연구용역'을 외부에 의뢰해 진행할예정이다. 이는 최대인하율 상향을 위한 게 주요 목적으로 보이는데, 이 참에 성과평가 뿐 아니라 사용량(사용금액)에 약가가 아니라 환급을 연동하는 방식으로 근본적인 '리모델링'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사용량을 환급과 연동하는 건 실제 발생한 추가 재정에 대한 보험자와 제약사의 재정분담을 명확히 할 수 있는 매우 투명한 제도 운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약사가 환급과 약가인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열어두는 방식으로 조정하면 현 제도를 그대로 운영하면서 '툴'을 확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PVA 제도가 건강보험 재정부담을 보험자와 제약사가 분담하는 취지대로 제대로 작동되고, 이를 통해 제도운영의 투명성이 보다 강화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