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폴드, 파브리병 치료에 '삶의질'과 '편의성'을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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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폴드, 파브리병 치료에 '삶의질'과 '편의성'을 더하다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1.12.20 0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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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나 SPM "희귀질환 인식개선 절실…밀알 되고파"

희귀난치성질환 중 하나인 파브리병은 헌터증후군, 폼페병, 고셔병 등과 같이 리소좀 축적질환(LSD, Lysosomal Storage Diseases)이라 불린다. 유전적 원인으로 리소좀 내에 지질, 탄수화물, 단백질, 핵산을 분해하는 효소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리소좀이 축적되면서 발생한다. 

그 중에서도 파브리병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비후성 심근증(좌심실 비대)나 신부전, 당백뇨 등 심장과 신장에서 주로 의심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의심증상이 나타나서 진단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4년이 소요된다. 그 만큼 다른 질환으로 오인돼 병원을 전전하는 비율이 높다는 말이다.

정확한 진단 후에도 문제는 남아 있다. 유전 질환이라는 특성 때문에 환자 1명이 발굴되면 친인척을 비롯한 가족 내에서 최대 5명까지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진단을 위한 친인척의 검사 참여율은 매우 낮은 상태다. '가족력에 따른 유전병' 이 터부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파브리병은 국내에서 확인된 환자 수가 200명 정도로, 치료 혜택을 받는 환자 수는 150명 가량이다. 추정되는 환자 수는 이들보다 10배 많은 1000~1500명 수준으로 예측되고 있다. 환자 발굴과 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이런 척박한 상황에서 한독이 세계 최초 경구용 파브리병 치료제 갈라폴드(성분 미갈라스타트)를 내놨다. 이 제품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민지나 한독 SPM 역시 인터뷰 내내 '환자 발굴'과 '희귀병에 대한 인식개선'이라는 가치에 방점을 찍었다.

갈라폴드가 가지는 의미와 활동에 대해 민지나 한독 SPM을 만나 들어봤다.

-갈라폴드에 대한 소개를 먼저 부탁드린다.

민지나 한독 SPM
민지나 한독 SPM

갈라폴드는 세계 최초 경구용 파브리병 치료제다. 이전 치료제들이 정맥에 주사를 꽂아 효소를 주입하는 치료(효소대체요법, ERT)였다면 갈라폴드는 이틀에 한번만 복용하는 하면 되는 편의성을 가졌다.

갈라폴드는 몸속에 존재하는 효소의 활성을 회복시켜 파브리병을 치료하는 작용 원리를 가지고 있다. 주사제는 이와 달리 외부에서 효소를 주입해 파브리병을 치료한다.

예를 들면 깨진 어항이 있다고 가정해 볼 때 갈라폴드는 깨진 어항을 붙이는 역할을 하고, ERT요법은 계속 물을 부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갈라폴드의 임상에 대해 소개해 달라?

갈라폴드 3상 임상인 ATTRACT은 30개월간 4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갈라폴드를 복용하는 환자와 주사제에서 경구제 스위칭된 환자를 비교했다. 연구 결과 두 환자군 모두 유의미한 호전을 보였다.

갈라폴드는 순응변이 유전자를 가진 파브리병 환자에서 주사제를 대체해 신장 기능 유지 및 심장질량지수 감소에 대한 효과와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안전성을 확인했다.

주사제는 2주에 한 번 맞기 때문에 다음 주사를 맞을 때까지 효소의 활성도가 떨어질 수 있는 반면 갈라폴드는 이틀에 한 번 복용하기 때문에 효소의 활성도가 일정하게 유지됐다.

-주사제가 점령한 시장이다. 현재 갈라폴드로 혜택을 받는 환자군은 얼마나 되나?

전체 파브리병 환자의 20~30% 정도가 갈라폴드가 적합한 유전형을 갖고 있다. 현재 제품이 나온 뒤 스위칭된 환자는 15명 수준이다.

-예상 외로 복용하는 환자 수가 적은 것 같다.

갈라폴드는 2주에 한 번 병원을 방문해 주사제를 맞는 ERT요법에 비해 이틀에 한번 복용하기 때문에 편리함에서 완전한 격차를 보인다.

ERT와 갈라폴드를 복용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비교해 봤는데 1년에 최소 70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갈라폴드 투여 환자가 적은 것은 급여제도와 약을 스위칭하는데 거부감을 느끼는 환자들의 심리적인 문제를 들 수 있다.

한국에서는 갈라폴드가 2차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환자에게 투여되는데 한 번의 허들을 더 넘어야 한다는 의미다. 환자측면에서 볼 때는 주사제를 맞다가 경구제로 넘어갈 때 느끼는 두려움이 있다. 주사제는 뭔가 관리가 되는 느낌인데 경구제는 치료 받는 과정이 간편해 지기 때문에 받는 불안함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스위칭 된 환자들을 살펴보면 젊으신 (20~40세대)분들이 많다.

-치료 혜택 측면에서는 2차 약제라는 허들이 큰 것 같다.

맞다. 갈라폴드는 호주와 우리나라에서만 2차로 쓰이고 있다. 주사제로 치료를 받던 환자 중 급여 기준에 맞는 조건을 충족해야만 2차 치료제로 투여가 가능하다.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에서는 1차 약제로 쓰이고 있다.

또 갈라폴드는 만 16세 이상 청소년 및 성인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데 심장 벽이 급여 기준 보다 덜 두껍다거나 신장 기능이 좋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1차 약제가 되면 모든 파브리병 환자에게 쓸 수 있는가?

그건 아니다. 체내서 결핍된 알파 갈락토시다제 A 효소와 결합해 효소 활성을 복원시키고 축적된 당지질을 분해하는 기전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순응변이를 가진 파브리병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지난 9월을 기점으로 처방일이 기존 30일에서 60일로 늘었다.

관련 학회와 환자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라 생각한다. 이번 조치로 환자들이 매달 병원을 방문하던 것이 두 달에 한번으로 변경됐다.

-환자 발굴이라고 하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환자들을 찾아내는지?

병원별로 의심가는 환자들이 있는 경우 환자 부담없이 유전자 검사를 하는 시스템을 대부분 갖추고 있어 의사 선생님들 판단 하에 의심 증상이 있는 환자에 대해 스크리닝이 가능하다.

-환자 사례들도 많이 접할 것 같다.

물론이다. 어떤 가족은 엄마와 아이가 파브리병인데, 치료를 받으면서도 유전질환이라는 이유로 아빠에게 이 사실을 알리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다른 가족은 환자가 적극적으로 가족에게 검사를 받을 것을 권했지만 아무도 검사를 안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유전병이 터부시 되는 경우들이다. 환자 개개인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희귀질환과 유전질환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개선이 정말 필요하다.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을 하는지 궁금하다.

회사차원에서 물질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할 수 없다. 다만 환자를 진료하는 선생님들에게 인식 개선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는 신생아스크리닝에 대한 필요성을 말하기도 한다. 대만의 경우 신생아 유병률이 4000명 당 1명씩 나온다. 때문에 사회적으로 희귀질환을 치료하는데 필요한 사회적 지지나 기반이 잘 형성된 편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일개 회사의 직원이지만 갈라폴드를 통해서 파브리병, 나아가서는 희귀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역할을 하고 싶다.

-관련해 최근 파브리병 여성 환우 모임이 있었다던데.

파브리병이 X염색체로 유전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아빠가 파브리병이면 자식들이 100%, 엄마가 파브리병이면 50%의 확률로 파브리병이 유전된다.

문제는 남성인 아빠에 비해 여성인 엄마가 질환에 대한 죄책감을 더 강하게 느낀다는 점이다. 엄마가 죄책감을 가지면 가정에 소홀해 지거나 다른 문제들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난다.

이런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들을 고민하다 회사에서 올해부터 파브리코리아와 함께 손을 잡고 여성환우들을 위한 모임을 지원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파브리병을 앓고 있는 환자 중 대만, 일본, 호주 등 7명의 환우들과 함께 전문가 선생님의 강연을 듣고 각 국가 여성 환우들이 갖는 어려움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라마다 질환을 대하는 문화적인 차이와 가족 스크리닝의 필요성, 각 국가별 정책이 다른 점을 이야기했다. 유전 질환은 가족이 연계되기 때문에 상담이 중요하다는 부분과 정책적으로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부분에서 대부분 공감을 나타냈다.

-앞으로 파브리병 치료에 있어 필요한 점이 있다면?

첫 번째 목표는 보다 나은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는 점이다. 환우단체와 학회 등과 대화를 통해 더 많은 환자들이 더 좋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

두 번째는 파브리병이 충분히 약제를 통해 관리가 가능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진단에서 치료로 이어지는데 난관이 있다는 부분이다. 파브리병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개인적인 목표도 말씀하신 부분과 같은가?

갈라폴드가 많은 환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하고 싶다. 또 파브리병 환자들이 희귀질환을 가졌다는 인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갈라폴드를 통해 인식 개선을 했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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