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조가격제 분위기 조성되나...국민 70% "싼 약 선택 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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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가격제 분위기 조성되나...국민 70% "싼 약 선택 의향"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3.30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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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성분 다른 가격 제품, 효과 등 차이 없을 것"
박실비아 박사, 약제연구 일환 설문조사

우리 국민들은 성분이 같으면서 가격이 더 싼 의약품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동일성분 내에서 가격이 다른 의약품의 효과나 부작용 등에서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과반이 훨씬 넘었다. 

또 10명 중 7명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같은 성분 내에서 의사가 추천한 더 싼 약을 선택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저렴한 약 선택 의향은 가격보다는 의사 추천이 있을 때 훨씬 더 높아졌지만, 동일성분 내 상대적 저가 의약품에 대한 이런 태도는 환자가 의약품 선택에 직접 개입하는 참조가격제에 시동을 걸만한 분위기가 어느정도 조성돼 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실비아 연구위원이 책임자로 수행한 '수요 기전을 이용한 약품비 지출의 효율 제고 방안' 연구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설문조사 대상은 최근 3개월 이내에 병・의원을 이용하고 처방약(연고, 주사제 포함)을 조제 받은 경험이 있거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현재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처방약이 있는 만 19~69세 성인 남녀가 선정됐다.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활용해 2020년 6월 8일부터 6월 23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최종적으로 조사에 참여한 사람은 최근 3개월 이내 경험자 1008명(그룹1), 현재 지속적 복용자 1018명(그룹2)이었다.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인식=연구진은 조사 참여자에게 '제네릭 의약품이란 최초로 개발된 의약품(오리지널의약품)과 동일하게 다른 회사에서 제조한 후발 의약품으로, 식약처에서 허가받아 판매하는 약입니다. 제네릭 의약품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성분은 같으며, 제품명은 다르고 가격도 다를 수 있습니다'라고 제네릭 의약품의 정의를 제시하고, 이를 알고 있는지 질문했다.

이에 대해 제네릭 '의약품의 정의를 인지하고 제네릭 의약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응답이 그룹1은 18.9%, 그룹2는 23.0%에 불과해 전반적인 인지도가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진은 이어 제네릭 의약품의 정의를 인지한 상태에서 제네릭 의약품과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파악하기 위해 의약품의 효과, 부작용, 품질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질문했다.

이에 대해 ''제네릭 의약품과 오리지널 의약품은 효과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에 동의한다(매우 동의한다+동의한다)'는 응답이 그룹1은 46.5%, 그룹2는 47.3%로, '동의하지 않는다(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동의한다)'는 응답보다 약간 높게 나타났다. 

또 ''제네릭 의약품과 오리지널 의약품은 부작용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각각 그룹1 54.7%, 그룹2 51.8%였고, ''제네릭 의약품과 오리지널 의약품은 품질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그룹1 59.6%, 그룹2 54.8%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제네릭 의약품과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인식과 동일한 맥락으로 동일 성분이지만 가격 차이가 있는 약에 대해 효과, 부작용, 품질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에 대해 ''동일 성분의 약이라도 가격이 다르면 효과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그룹1은 60.5%, 그룹2는 58.2%로, ''동일 성분의 약이라도 가격이 다르면 부작용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그룹1 57.6%, 그룹2 57.7%로 각각 조사됐다. 또 ''동일 성분의 약이라도 가격이 다르면 품질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그룹1 48.1%, 그룹2 49.1%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응답자들이 동일 성분으로 다른 가격의 제품이라고 할 때에 비해 오리지널과 제네릭이라는 용어로 구분할 때 제품의 차이를 더 크게 느끼고 있음을 뜻한다"고 풀이했다.

동일 성분의 저렴한 약 사용 의향=연구진은 현재 지속적으로 처방약을 복용하고 있는 그룹2의 처방약 변경 경험을 파악하기 위해 의사가 처방약을 동일 성분의 다른 회사의 약으로 바꾼 적이 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응답자 중 30.6%는 '의사가 처방약을 바꾼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45%는 '바꾼 경험이 없다'고 했다. '모른다'는 응답은 24.5%였다.
 
연구진은 '처방약 변경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을 대상으로 약을 변경한 후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다시 질의했다. 우선 '약을 바꾼 후 효과 차이가 없었다'는 응답이 79.4%로 가장 많았고, '효과가 더 좋았다'는 응답과 '효과가 더 약했다'는 응답은 16.7%와 3.9%로 나타났다.

부작용 경험에서도 '부작용에 차이가 없었다'는 응답이 83.9%로 가장 많았고, '부작용이 더 적었다'는 응답과 '부작용이 더 심하거나 많았다'는 응답은 각각 12.9%와 3.2%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동일 성분 의약품 중 더 저렴한 의약품에 대한 사용 의향을 파악하기 위해 처방 받아 사용하던 약이 있다고 할 때 의사가 기존 처방약과 동일한 성분의 더 저렴한 다른 제품을 권한다면 사용할 의향이 있는지도 질의했다. 이에 대해 두 그룹 모두 대다수 응답자가 더 저렴한 처방약을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했는데, 비율은 그룹1 91.5%, 그룹2 85.0%로 그룹1이 약간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동일한 성분의 더 저렴한 다른 제품을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용 의향이 있는 주된 이유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에  '의사가 추천했기 때문에 사용할 것'이라는 응답이 60% 이상으로, '가격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사용할 것'이라는 응답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동일한 성분의 더 저렴한 다른 제품을 사용할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들에게는 사용 의향이 없는 주된 이유를 최대 2개까지 선택하도록 했다. 그룹1과 그룹2 모두 '기존에 사용하던 익숙한 약을 계속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50% 이상으로 가장 많이 나왔고, '기존에 사용하던 약과 완전히 동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사용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약 32%로 뒤를 이었다.

연구진은 "저렴한 약을 선택할 의향이 의사의 추천이 있을 때 훨씬 높아져 의학적 지지가 있을 때 가격을 기준으로 한 선택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풀이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전국에 거주하는 일반인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제네릭 의약품을 비롯한 처방약에 대한 인식과 경험을 조사했으며, 최근 3개월 이내 처방약 조제 경험자와 현재 지속적 처방약 복용자로 그룹을 나누어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조사 전문기관의 패널에서 조사대상자를 추출했으며, 그룹2의 경우 50대 이상 응답자가 과반수 이상(65.5%)을 차지하는 등의 한계가 있으므로 결과 해석에 유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수요기전을 이용한 약품비 지출효율 제고방안으로 한국형 참조가격제인 '기준가격제도'를 제안했다. 기준가격보다 더 싼 '낮은 가격'을 선택하면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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