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립선암 환자의 외로운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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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립선암 환자의 외로운 싸움
  • 뉴스더보이스
  • 승인 2020.09.2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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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숙 회장(전립선암환우건강증진협회)

조기치료 급여 절실…국가암검진 의무화도 필요

요즘에는 6~70대의 남성이 조기 전립선암으로 진단받고 수술을 받았다고 하면 더러는 ‘다행이다’라고 위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환자 본인의 입장에서는 이런 위로가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다.

전립선암의 경우 실제로 수술적 거세를 하지 않더라도 남성 호르몬을 억제하는 치료를 하게 되는데 심지어 호르몬 치료가 잘 듣지 않을 경우 그 병명조차 ‘거세저항성’이다.

내가 암환자임을 받아들이고 내 병을 알아가며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나의 남성성을 부정당하는 듯한 상실감까지 갖게 되기 때문이다.

여성으로 치면 유방암이나 부인 암이 비슷할 듯하다. 나는 아직 가족이 의지할 수 있는 건강하고 든든한 가장이고 싶지만 암환자라는 새로운 이름표가 이마저도 어렵게 한다.

게다가 여성들과는 달리 중장년의 남성인 전립선암 환자들은 서로 소통하고 아픔을 나누며 다독이는 일에 익숙하지 않기에 더욱 외롭다.

전립선암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가장 흔한 남성암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의 전립암 발생률은 전체 암 중7위, 남성암으로는 4위에 해당한다.

증가 원인으로는 노인인구의 증가와 함께 서구화된 식습관 등을 꼽는다.

전립선암의 발생에는 유전적 요인도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형제가 전립선암인 경우 전립선암의 발생확률은 3배 정도 높고, 가족력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집안에 비해 전립선암의 발생가능성이 무려 8배가량 높다.

전립선뿐만 아니라 어느 암이든 주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전립선암 환자는 조기이든, 말기이든 PSA라는 전립선 특이 항원 검사를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 현재 의학으로서는 이것만이 유일한 수단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어느 환자나 검사를 받고 결과를 받기까지 심리적 불안감이 상당하다.

PSA 수치가 오른다는 것은 전이가 될 것이라는 예고이자 내 몸의 암 덩어리가 보내는 선전포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기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들이 전이와 재발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잘 듣지 않는 호르몬 치료를 지속하면서 암의 진행을 늦추는데 도움이 되길 기도하는 정도뿐이다.

상당수의 남성들이 겪게 되는 흔한 암이고 조기에 진단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한다면 좋은 예후를 기대해볼 수 있지만 사회적 관심도는 매우 낮다. 전립선암 검진은 간단한 혈액 검사를 통해 PSA 수치를 확인함으로써 조기 진단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국가 암 검진에서 제외되어 있다.

전립선암은 최근 들어 뉴베카 등의 최신 치료제가 국내에 도입되는 등 전이 전부터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전이를 지연시키고 생명 연장에 도움이 된다고 입증된 약제라 하더라도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다 보니 시도해보기도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여성암의 경우, 국가 암 검진 등을 통한 조기 진단과 조기 암환자를 위한 최신 치료제의 보험 급여 적용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남성암인 전립선암은 쉽게 입 밖으로 터놓기 어려우며, 숨기고 싶고, 부끄럽고, 익숙하지가 않기 때문에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는 느낌을 벗어 버릴 수 없다.특히 전립선암 환우들은 아프고 힘들어도 다른 암 질환 환우들처럼 큰 목소리로 어려움을 토하지 못하는 중년의 남성으로, 오히려 치료비가 가계에 부담이 될까 전전긍긍하며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많은 여성들이 국가적 지원을 통해 암과의 싸움에 힘을 얻고 있듯이 전립선암으로 고통 받는 우리나라의 남성들도 사회적 관심과 암 검진을 통한 조기진단은 물론 최신치료제의 보험급여 적용 등 건강보험 혜택의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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