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료진간 소통...제가 징검다리 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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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료진간 소통...제가 징검다리 될게요"
  • 엄태선 기자
  • 승인 2020.03.09 06:2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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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영 한국신장암환우회 대표

"환자와 의료진이 소통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게 저의 소명인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 제가 더 많이 노력해야죠. 환자에게 정보를 주고 그에 알맞은 치료 통로를 알리는 일은 이제 저의 삶이 됐죠."

백진영 대표는 긍정 마인드가 넘친다. 일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도 이같은 긍정의 힘에서 비롯되는 듯하다.
백진영 대표는 긍정 마인드가 넘친다. 일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도 이같은 긍정의 힘에서 비롯되는 듯하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환자를 위해 어떤 일을 할까 고민하는 이가 있다. 한국신장암환우회 백진영 대표(47)는 신장암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앞장서 달린다. 교육은 물론 관련 정보, 환자모임 등의 다양한 사업을 통해 환우회를 이끌고 있다.

"2004년 신장암환우회(이하 환우회) 전신인 온라인카페 '신장암 함께 이겨내요'를 시작으로 어느새 이쪽 일을 시작한 지 1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신장암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제가 이런 삶을 살게 될 줄은 몰랐어요. 모두가 2004년 애들 아빠의 신장암 진단을 받으면서 시작된 변화였어요. 막내 아이의 돌을 앞둔 시점이었어요."

그는 당시 신장암에 대한 정보가 없었고 오르지,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치료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아쉬움으로 남기고 있다. 남편의 치료과정에서 의료진과 환자 간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문제점을 느끼기 시작했다.

"치료절차나 투여 약, 관리방법 등을 전혀 알지 못한 상황에서 담당의사가 '수술하면 된다'는 말만 믿고 있었어요. 수술 다음날 담당의에게 '괜찮다'는 말을 들었을 때가 생각나네요. 수술 끝나고 결과를 바로 설명해준다고 했지만 교수는 낼 하죠. 그 한마디로 보호자인 저는 수술 밤을 꼬박 새웠었죠. 이후 추적검사를 하다가 폐 전이가 확인되었고 믿기지 않지만 신장암을 치료할 수 있는 약제가 없었던 시절이였으니까요."

환우회의 역할은 결국 환자의 삶에 작은 희망의 씨앗을 심는 것이라는 백 대표. 질환에 대한 앎을 시작으로 다양한 사업을 통해 환자권익 신장에 주력하고 있다.
환우회의 역할은 결국 환자의 삶에 작은 희망의 씨앗을 심는 것이라는 백 대표. 질환에 대한 앎을 시작으로 다양한 사업을 통해 환자권익 신장에 주력하고 있다.

2006년 결성된 환우회, 치료위한 최소한의 정보공유가 첫발

 

2006년 결성된 환우회는 백 대표가 남편을 암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간절함에서 기인했다. 환자와 환자 가족이 질환에 대해 정보를 제대로 알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우회가 환자의 치료를 위한 최신정보와 치유를 위한 정을 나누는 자발적 모임으로 성장한 이유이다.

"결국 2009년 남편이 하늘나라로 갔지만 그가 남기고 간 게 너무 많아요. 암을 진단받았을 때부터 치료과정, 마지막 보내는 것까지 모든 것을 겪었던 저로서는 이런 모든 경험을 신장암을 앓고 있는 많은 환자에게 전할 수 있었죠. 환우회에 더욱 애착을 갖고 진력을 하게 된 동기였죠."

환우회는 2008년부터 매년 1~2회씩 세브란스, 서울아산 병원 등 여러 병원 교수들과 연계해 질환과 약제, 식단, 운동, 부작용 관리 등의 세미나를 열고 있다. 올해는 지난 2월 토크콘서트 형태로 세미나를 열기로 계획했으나 코로나19사태로 일정이 연기됐다.

"의사가 환자에게 전하는 소견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거죠. 관련 정보에 대해 알고 모르고의 차이인 거죠. 일단 신장암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보고 환자와 의사 간 교육세미나를 열었어요. 무엇보다 환자와 의료진 간의 소통은 치료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치료라는) 목표가 같다 보니 함께 노력해야 게 필요해요. "

환우회는 교육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 등이 참여하는 모임을 진행한다.  지역모임은 물론 기수별 모임, 전체 모임이 있으며 2017년 9월부터는 '함께 밥 먹어요'라는 모임을 매월 한 번씩 갖는다. 여기에 우울증 등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힐링산책'이나 '미술산책' 등의 심리치료 시간도 병행하고 있다. 아울러 치료 방향이나 정책 개선을 제안하는 연구회 등도 활발하게 열고 있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나아가 환자에 대한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는 편견을 바꿔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어린 시절부터 정규교육과정을 통해 제대로된 인식을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나아가 환자에 대한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는 편견을 바꿔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어린 시절부터 정규교육과정을 통해 제대로된 인식을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국내외 다양한 활동으로 관련 정보는 물론 정책방향도 찾아"

"국내는 신장암 1~3기보다는 4기에 초점을 맞춰진 경향이 있어요. 해외사례를 보면 1기부터 환자치료 등 단계별로 능동적 관리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과 다르더군요. 국내는 물론 해외 관련 단체 모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유입니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말하듯 다양한 정보를 얻어야 환우분들에게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으니까요."

그는 의료계 환자와 언론, 암 질환 전문가와 관계자가 참여해 암환자와 선진화된 4기 암 치료에 대한 보장성 강화 등 실질적인 정책 제안을 모색하는 '한국암치료보장성확대협력단'에 참여하는가 하면 다양한 전문가와 활동가가 동참하는 'OnLAB'(open living for cancer survivors)에도 발을 담갔다. 암 경험자가 살기 좋은 세상을 구축한다는 목적을 갖고 암 환자의 사회복귀를 위한 법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모임이다. 특히 지난 2017년부터는 여러 나라의 환자단체장이 모이는 해외 네트워킹을 시작으로 'IKCC'(International KidneyCancer Coalition)에 참가해 각국의 환자 관련 정책 및 현황 등을 공유하고 있다.

"상담을 통해 환자에게 제때, 알맞은 치료에 대한 정보를 주고 그것으로 의료진과의 원활한 소통으로  치료가 잘 되는 소식을 접할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2~3시간씩 환자와 대화한 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사례도 있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을 것으로 생각하면 기분이 금세 좋아져요. 자기 긍정화이죠.(하하)"

환자운동을 펴고 있는 백 대표는 자녀 교육에도 철저한 편이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없애는 것이 곧, 전체 환자에 대한 인식을 바뀌는 씨앗이 된다고 봤다.

"유아 때부터 환자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해요. 정상인과 달리 장애인, 환자들에게 대한 이상한 시선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꿔야 해요. 정규교육과정에서 인식 전환의 노력이 있다면 향후 우리 사회는 한층 밝아지겠죠. 얼마전 스페인에서 별도의 장애인 도로가 갖춰진 것을 봤어요. 큰 울림이었어요. 우리 의료시스템도 환자 중심으로 인식이 변하길 기대해요."

백 대표가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눈으로 집적 확인한 장애인 도로의 모습이다.
백 대표가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눈으로 집적 확인한 장애인 도로의 모습이다.

꿈꾸던 외교관에서 환자를 위한 새로운 삶, 후회없이 산다

세 아이의 엄마이고 여행과 책 읽기, 미술작품 감상 등의 극히 평범한 취미를 좋아한 그는 과거 외교관을 꿈꿨다. 이를 위해 유학의 준비과정에서 남편을 만나 새로운 인생의 길을 걷게 됐고 지금은 환자가 더 나은 세상에 살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삶을 살고 있다. 뭐든지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산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간혹 환자분들 중에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하루에도 몇 분을 상담하다 보면 환자 치료에 적정한 정보를 알려주면 '당신이 의사냐'거나 '뭔가 금전적인 게 있는 게 아니냐' 등의 의심을 받기도 해요. 전혀 그런 것 없는데, 정말 환자의 마음을 알고 도움을 주고 싶은데 말이죠. 그럴 때마다 솔직히 속상해요. 하지만 아픈 환자이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하죠. 앞으로도 그래서 꿋꿋이 이겨낼 겁니다. 진심은 통하니까요. 응원해주세요."

환우회는 지난 2019년 6월 사단법인으로 인가받아 성장했다. 올해는 심리케어사업인 '감정 다이어리'와 약제 정보를 담은 치료제 E-BOOK, 1~3기와 4기용 정보북, 의료진과의 동영상 제작, 임상 지도 구축 등을 추진한다.

'환우회가 투병의 등대가 되겠습니다. 당신은 희망의 증거가 되어주세요'이라는 슬로건에 한 발짝 다가서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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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2020-03-12 07:29:58
감사합니다. 대표님..등대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은리 2020-03-11 23:06:48
정말 멋지십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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