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유지는 기본, 이제 '삶의 질'을 높여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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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유지는 기본, 이제 '삶의 질'을 높여야죠"
  • 엄태선 기자
  • 승인 2020.02.17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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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정 한국GIST환우회 대표

"이제 환자들에게 이 병은 치료하면서 얼마나 살 수 있느냐는 생명 유지의 초점에서 어떻게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지에 눈을 돌리고 있어요. 표적항암제 글리벡 등 신약들이 하나둘씩 나오면서 치료 효과는 좋아졌어요. 그래서인지 앞으로는 단순히 생명을 이어가는 것은 기본이요 삶을 보다 행복하게 만드는 게 필요해 보여요."

 

양 대표가 그간의 환우회 설립과정을 소상히 설명했다.
양 대표가 그간의 환우회 설립과정을 소상히 설명했다.

 

17년 동안 한국 GIST 환우회를 이끄는 양현정 대표(47)는 환자 가족으로 현재에 이르렀다. 지난 2001년 위장관 기질종양(GIST, gastrointestinal stromal tumor)을 진단받은 아버지를 간호하면서 환자단체에 주목했다.

"아버지 치료에 매달 300만 원씩이 들어갔어요. 그런데 1년쯤 치료를 받던 중 아버지가 약 복용 중단을 선언했어요. 비싼 약값에 부담을 느꼈던 거겠죠. 그때부터 정신이 바짝 들더라고요. 환자에 대한 정부의 보험 등 관련 정책에 관심이 집중되더라고요. 2003년 1월에 백혈병환자와 시민단체가 글리벡 공대위를 구성해 식약청에서 시위한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 용기를 내어 참여하게 됐어요. 제가 아버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던 거죠."

 

"글리벡 공대위 합류하면서 인생이 360도 확 바뀌었죠"

글리벡 공대위에 합류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길을 걷게 된 양 대표는 2003년 2월부터 글리벡이 GIST 치료에 대한 보험적용이 이뤄지면서 환자들이 함께 모여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특히 당시 15일간의 시위에서 서로 '우리 해낼 수 있고 할 수 있다'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일을 해야겠다는 확신을 하게 됐다.

"보름간의 인권위 점거 농성에서 급히 먹어야 하는 약을 서로에게 나눠주고 의지하는 하는 걸 봤어요. 저도 아버지에게 드릴 수 있는 약을 당시 초면인 누군가에게 은혜를 입게 됐지요. 너무 감동하여 눈물이 났어요. 그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죠."

양 대표는 환자의 권리와 권익을 위해서는 한 방향으로 낼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들었다. 관련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많다는 것을 몸소 느낀 것이다. 글리벡이 보험 적용됐는데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해 비급여로 약을 먹는 환자들도 있을 정도였다는 그다.

"글리벡 등 치료 약의 보험적용에 대한 정보를 환자들과 공유하고 처음 발병했을 때 환자와 가족이 어떻게 관리하고 치료해야 하는 지를 제대로 알려줘야 해요. 한해에 불과 200여 명이 발병할 정도로 희소 질환에 속하죠. 전국적으로도 약 3000여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분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해주고 싶어 처음으로 서울 마포 건강연대 사무실에서 설명회 겸 모임을 했죠. 서로에게 의지하고 도움을 줬던 첫 시도였어요."

 

2003년 환우회 첫발...온라인 카페부터 전문강좌까지 열어

환우회의 첫발은 2003년 2월 GIST질병을 앓고 있는 네가족이 모인 게 전부였다. 그 이후 다시 20여 환자와 환자 가족 모여 환우회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알렸다. 그때부터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카페를 만들고 치료에 대한 기본적인 것을 해결했다.

 

젊은 시절 꿈꿔왔던 길을 접은 그는 현재 환자단체의 구심점이 되는 활동가로 살아가고 있다.
젊은 시절 꿈꿔왔던 길을 접은 그는 현재 환자단체의 구심점이 되는 활동가로 살아가고 있다.

 

"원래 저는 원예와 조경에 관한 공부하고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던 극히 평범했어요. 서른 살 젊고도 어렸던 저는 환자 가족이 되고 난 후 인생이 확 바뀐 거죠. 그런데 최근 환자들이 요구하는 삶의 질을 향상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환자들에게 원예치료를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재활을 위한 정서적 안정을 찾고 힐링을 할 수 있겠죠. 물론 민간자격증이라는 제약 때문에 활성화에 어려움은 있겠죠. 하지만 때가 되면 과거 전공을 제대로 접목할 날이 올 거라 믿어요."

그는 환우회가 한층 성장했던 계기는 전문강좌가 생기면서부터라고 지목했다. 서울아산병원과 1년에 한 번 정기강좌를 열어 최신 질환 정보와 치료제 등을 듣는 시간이다. 환우회로서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일이다.

"희소 질환이라는 특성 때문에 지역의 한 대학병원에 많아야 5명 정도 밖에 환자가 없어요. 근데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수십 명이 환자가 다니고 있었고 관련 연구도 활발하게 해오고 있었죠. 2006년부터 진행된 강좌에 많게는 300여 명이 참석할 정도로 매우 호응이 높아요. 정보에 목마른 환자가 그만큼 많다는 거예요. 이런 강좌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양 대표는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는 자신을 낮췄다. 다만 환우회가 유지되도록 앞만 바라보고 달려왔다는 데 의의를 뒀다. 하지만 그에게도 큰 시련이 있었다.

"사실 6년 전에 GIST를 앓던 아버님이 돌아가셨어요. 잘 관리했던 GIST가 아니라 다른 병으로 말이에요.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어요.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왔는데 허망하게 돌아가시는 걸 보니 크게 낙담했었죠. 환우회 일도 환자 가족으로 시작했는데 그 이유가 사라졌으니 이제 그만해야 하나라는 고민도 들었어요. 그때 많은 환우와 동료들이 격려해주고 힘이 되어줬죠. 환우회에 당신이 있어야 한다는 당위와 지지로 다시 용기를 냈죠."

환우회는 환자가 돌아가신 후 그 가족들이 남은 치료 약을 버리지 않고 보내오면 이를 필요로 하는 환우들께 나눠주고 있다. 여러 치료에도 불구하고 효과를 보지 못한 환우에게 인도적인 차원에서 보내주는 것.

 

"환자중심 의료서비스로의 전환위해 환자단체가 힘낼게요"

 

"환자를 중심이 되는 의료서비스가 국내에서도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정부와 의료업계 모두 환자 중심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는 공급자의 시각이 대부분입니다. 환자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으면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환자단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환자단체연합회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죠. 느리지만 뭔가 이뤄지기 위해 노력해야죠. 조만간 미국 FDA에 4번째 치료 약이 신속허가가 될 것으로 보여요. 환우에게 또 다른 희망이 생겼어요."

항시 음악 듣기를 좋아하는 그는 몸이 지치고 마음이 가라앉을 때 충청과 전라, 경상 등 지역 모임을 다녀온다. 환우들에게 응원을 받고 힘이 되는 충전소이다.

환자는 가족이며 이웃이기에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양 대표.
환자는 가족이며 이웃이기에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양 대표.

"질환이 중한 환자의 경우 밖으로 나오지 않고 위축되는 게 대부분이죠.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해요. 집안에서만 있지 말고 사람들과 또 같은 질환자들과 소통하고 대화해야 해요. 사람은 누구나 생로병사가 있기에 아픈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죠. 환자에 대한 편견은 버리고 보다 이해를 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해요. 우리가 보살펴야 하는 가족이며 이웃이기에. 우리 GIST환우회도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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