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대 신설 평가점수 공개하라…지역별 나눠먹기 안 돼”
4개 분야 13개 지표 평가에도 세부 배점·가중치·대학별 점수 미공개 지적 “지역 정착은 수련·일자리·보상에 달려…기존 의대·수련병원 지원 우선” “지자체 유치 경쟁 아닌 국가 차원의 중장기 종합계획으로 추진해야”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의과대학 신설 지역·대학 선정과 관련해 세부 평가기준과 대학별 점수, 최종 평가 결과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의대 신설이 지역의료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객관적 근거와 의학교육의 질을 확보할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고, 국가 차원의 중장기 종합계획에 따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협은 4일 ‘의대 신설, 국가가 책임질 수 있는 일인가’라는 입장문을 내고 “의과대학 신설은 국가 전체의 의사인력 수급과 의학교육의 질, 의료전달체계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국가 정책”이라며 선정 과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의협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의대 접근성, 의료공급 부족, 의료 취약도, 정책효과성 등 4개 분야 13개 지표를 활용해 후보지역을 정량평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부 평가지표별 배점과 가중치, 대학별 평가점수, 최종 평가 결과 등 선정의 공정성을 확인할 핵심 자료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게 의협의 지적이다.
의협은 의대 신설에 막대한 국가 재정이 투입되고 의료인력 양성체계에 장기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선정 과정과 결과의 투명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대학별 평가점수와 세부 평가기준, 항목별 배점 및 가중치, 최종 평가 결과를 공개해 선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명확히 입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국가적 필요와 객관적인 평가에 따른 결정이 아니라 지역별 요구를 배분하는 이른바 ‘나눠먹기식 의대 설립’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국민과 의료계가 납득할 근거 없이 추진하면 정책 불신과 지역 간 갈등을 초래할 수 있으며, 기존 지역의대의 어려운 현실에 비춰 정원을 나누는 방식의 신설은 무리한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의대 설립만으로 의사 부족 해결 안 돼”
의협은 의대 신설이 실제 지역의료 수준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근거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정부가 지역의사 양성·수련·정착체계 강화를 주요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의대 설립만으로 지역 의료인력 부족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의협은 의사의 지역 정착에는 의학교육뿐 아니라 졸업 후 전공의 수련 기회, 전문의 일자리, 의료기관의 안정적인 진료환경과 적정한 보상, 주거·교육 등 정주 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지역 필수의료의 핵심 과제인 전문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존 의과대학과 수련병원에 대한 지원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에서 전문의를 양성하고 의료기관 취업과 장기 근무로 이어지도록 하는 정책이 먼저라는 취지다.
교수진과 교육시설, 임상실습 및 교육병원 확보 등 교육의 질을 담보할 구체적인 계획도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대한 재정과 인적 자원을 투입하더라도 지역의료 개선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의협은 “정부는 의대 신설 자체를 성과로 간주할 것이 아니라 지역 필수의료 전문의 확보와 의료 접근성 개선 등 실질적인 성과를 기준으로 정책 효과를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립의대 신설, 지역 숙원사업으로 전락해선 안 돼”
국립의대와 국립대학병원 설립은 지자체의 건의나 요구가 아닌 국가 기본계획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의협은 국립의대와 국립대학병원을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공공 인프라로 규정했다. 설립과 운영을 특정 지자체나 대학의 이해관계에 국한하지 말고, 국가 전체의 의료인력 수급과 지역별 의료수요, 기존 의대·국립대학병원의 교육·수련 역량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의대 신설이 지자체가 후보 대학을 추천하고 해당 대학과 공동으로 추진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지역 의료 여건을 파악하고 지자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은 필요하지만, 지자체 건의와 지역별 유치 경쟁을 중심으로 추진하면 의대 신설이 특정 지역의 숙원사업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의협은 “의대 신설은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합리적으로 추진돼야 하는 정책을 지금과 같이 추진한다면 결코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