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 사망사고도 의무보고…이소희, ‘환자안전 3법’ 발의

의료기관 규모·사고 유형 관계없이 보고…국감서 드러난 관리 사각지대 해소 복지부 환자정책 전담조직 설치…사고 분석·재발 방지 정책 총괄 폐지 앞둔 손해배상금 대불제도 유지…책임보험과 병행

2026-11-03     최은택 기자
이소희 의원. [사진=이소희 의원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환자 사망사고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고, 보건복지부에 환자정책 전담조직을 설치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의료기관 책임보험 의무화와 함께 폐지될 예정인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를 유지해 의료사고 피해자의 배상 공백을 막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환자기본법 개정안 2건과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환자안전 3법’을 대표발의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법안은 국정감사에서 확인한 환자안전 제도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한 후속 입법이다. 사고 파악부터 자료 분석과 재발 방지, 피해 구제까지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환자 숨져도 보고 의무 없는 의원급…사망사고 보고 대상 확대

이 의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의 한 치과에서는 지난해 12월 30일과 올해 8월 3일 두 차례 환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관할 보건소는 사고 발생 후 각각 27일과 11일이 지나서야 언론 보도를 통해 사고를 인지하고 조사에 나섰다.

현행 환자안전법은 법에서 정한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의 보고 의무를 2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과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만 부과하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환자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보고 의무가 없다.

환자안전법의 내용을 통합해 내년 4월 29일부터 시행되는 환자기본법 역시 보고 의무 대상을 일정 규모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한정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도 지난달 7일 국정감사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은 현재 보고 의무가 없어 보고 대상이 아니라고 답했다.

첫 번째 환자기본법 개정안은 환자가 사망한 환자안전사고의 경우 사고 유형이나 의료기관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의료기관이 보고하도록 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의무보고 대상 병원이라도 잘못된 수술·투약 등 법에서 정한 유형에 해당하는 사망사고만 의무적으로 보고하면 된다.

다만 사망에 이르지 않은 중대한 환자안전사고는 현행대로 일정 규모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에만 보고 의무를 부과하도록 했다. 사망사고의 보고 사각지대를 해소하면서 의료 현장의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다.

정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의원급 사망사고 의무보고 확대와 관련해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보고 15만건…복지부 전담조직이 분석·정책 연결

두 번째 환자기본법 개정안은 복지부에 환자정책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2016년 7월 환자안전법 시행 이후 올해 5월까지 누적된 환자안전사고 보고는 15만2761건이다. 그러나 이 의원에 따르면 복지부는 의료기관별 보고 현황은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개정안에 따른 전담조직은 환자안전사고 보고·조사 자료의 분석과 활용, 환자정책 기본계획 및 연도별 시행계획의 수립·시행 총괄, 중앙·지역 환자안전센터 지정과 지원 등을 맡는다.

사고 정보를 축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복되는 위험을 찾아 재발 방지 정책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총괄 체계를 법률에 명시하겠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자료 분석과 향후 조치가 더 중요하다는 데 동의하면서 전문 조직과 인력 확충을 포함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책임보험 도입해도 배상 공백…대불제도 존치 추진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내년 5월 27일 폐지될 예정인 의료사고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를 유지하는 내용이다.

대불제도는 조정·중재나 법원 판결로 배상이 확정됐는데도 피해자가 배상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심사를 거쳐 먼저 지급한 뒤 배상 책임이 있는 의료기관 등에 구상하는 제도다.

올해 5월 31일까지 대불제도를 통해 지급된 금액은 120건, 64억8449만원이다. 이 가운데 의원·치과의원에서 발생한 사고는 87건으로, 지급액은 37억원이었다.

내년 5월 27일 시행되는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기관 개설자의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면서 대불제도를 폐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책임보험 미가입에 대한 제재수단이 없고, 가입 의무 대상의 범위도 대통령령에 위임돼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보험 가입 여부에 따라 피해자의 배상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대불제도까지 사라지면 구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 시행 전 발생한 사고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개정법은 시행 전에 대불을 청구한 사건에만 종전 규정을 적용한다. 사고가 법 시행 전에 발생했더라도 소송이 길어져 시행 이후 배상액이 확정되면 대불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

곽순헌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달 20일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공백에 대해 “저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라며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번 개정안은 책임보험과 대불제도를 함께 운영해 보험과 의료기관 어디에서도 배상금을 받지 못한 피해자가 대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개정법 시행 전에 사고를 당한 피해자도 시행 이후 대불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이 의원은 “상급병원에서 난 사망사고나 동네 의원에서 난 사망사고나 환자와 가족에게는 똑같이 중대한 사고”라며 “15만 건을 쌓아 두고도 반복되는 위험을 찾지 못한다면 그것은 안전 시스템이 아니라 보고 시스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불제도는 책임보험과 겹치는 중복 장치가 아니라, 배상의무자에게 돈이 없어 피해자가 배상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막는 마지막 안전망”이라며 “의료인을 위한 형사특례를 확대하면서 환자를 위한 안전망부터 없애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를 알아야 막을 수 있고, 막지 못했다면 구제해야 한다”며 “국정감사에서 확인한 빈틈을 법으로 메우고, 정부가 약속한 개선이 실제로 이행되는지 끝까지 감시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 법안에는 권영진·김승수·김은혜·김재섭·신성범·안철수·윤용근·이종배·임이자·조배숙·조승환·조정훈·주호영 의원 등 13명이 법안별로 공동발의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