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약 기다리는 환자들 “신속등재, 가능한 모든 치료제 선정해야”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99개 단체 공동성명…“일부 선정 땐 치료 기회 차별 우려” 13개사 14개 의약품 신청…“선등재·후평가 취지 살려 치료 공백 줄여야” 합리적 약가·급여기준 마련하고 약제비 부담 완화 후속 조치 촉구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단체들이 정부의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과 관련해 심사 대상 의약품을 가능한 한 모두 선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해진 규모에 맞춰 일부 치료제만 선정하면 나머지 환자들은 또다시 기다림을 감수해야 한다며, 환자의 시급한 치료 필요성을 우선 고려해 달라는 요구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98개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단체는 2일 공동성명을 내고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인 의약품은 각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너무도 갈급한 생명줄과도 같은 치료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단체들은 시범사업 시행을 환영하고 치료제 접근성을 높이려는 정부의 노력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이번 사업이 실질적인 건강보험 적용과 환자 부담 완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제 있어도 급여 기다리는 동안 환자 고통 계속”
연합회는 희귀·난치성질환 환자에게 치료제는 질병의 진행을 늦추고 일상을 지키며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게 하는 ‘삶의 기회’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외에서 사용 중인 치료제가 국내에서 건강보험을 적용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고가의 비급여 약제비는 환자와 가족에게 또 다른 고통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추진해 온 희귀질환 산정특례, 의료비 지원사업, 희귀질환 지정 확대, 의약품 긴급도입 제도,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등은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관계 기관의 노력도 인정했다.
다만 이러한 정책만으로는 비급여 고가 치료제의 경제적 부담을 해소하기 어렵고, 환자가 체감하는 변화도 여전히 더디다는 입장이다.
연합회는 “의약품이 국내에 도입되더라도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으면 환자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일 뿐”이라며 기존 정책의 성과가 실제 치료 기회로 연결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일부만 선정하면 나머지 환자에게 또 기다림 요구”
단체들은 선등재·후평가 방식의 이번 시범사업이 기존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고 희귀질환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개선할 중요한 기회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약속한 희귀질환 환자의 치료제 접근성 강화와 치료 부담 완화라는 대선공약을 실현하는 대표적인 제도라며, 환자의 시급한 치료 필요성을 우선 고려한 취지를 높이 샀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축적되는 자료를 바탕으로 치료성과를 평가한다는 점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대체 치료제가 부족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이 예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희귀질환 분야에서는 신속한 제도 운영이 더욱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성명에 따르면 이번 시범사업에는 13개 제약사가 14개 의약품의 참여를 신청했으며 현재 평가가 진행 중이다.
연합회는 정부가 당초 계획한 선정 규모 때문에 일부 의약품만 선정할 경우 “일부 환자에게만 치료 기회를 허용하고 나머지 환자들에게는 기다림을 요구하는 차별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선등재·후평가의 취지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면 가능하다면 현재 심사 중인 의약품을 모두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이는 단순히 선정 규모를 확대하라는 요구가 아니라, 기존 정책으로도 해소되지 못했던 치료 공백을 줄이고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책적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재정·평가 필요성이 치료 기회 제한하는 이유 돼선 안 돼”
신속등재가 실제 치료 접근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한 과제도 제시했다. 합리적인 약가와 급여기준, 지속 가능한 사후평가 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재정 부담과 평가의 필요성이 환자의 치료 기회를 제한하는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연합회는 “제도의 성과는 얼마나 많은 정책을 시도했느냐가 아니라, 환자가 얼마나 신속하게 치료받고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게 되었는지로 평가돼야 한다”고 밝혔다.
오랜 시간 치료제 없이 질병의 진행을 지켜본 환자, 해외 치료 소식을 접하고도 국내 급여 적용을 기다려야 했던 환자, 막대한 약제비 앞에서 치료를 망설였던 가족에게 이번 사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기회라고도 했다.
단체들은 80여만 명의 희귀·난치성질환 환자와 200여만 명의 가족을 대변해 심사 대상 의약품을 가능한 한 모두 선정하고, 실질적인 건강보험 적용과 약제비 부담 완화를 위한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질환의 진행은 정책의 시행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며 “이제는 환자가 제도의 변화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환자의 절실한 필요에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