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체검사 원가보전율 192%, 믿을 수 있나”…수가 조정에 학회 반발

병원급·빅5 빠진 168개 표본…“전체 의료기관 대표성 확보했는지 따져야” 2023년 회계자료 한계 지적…종별 가산 폐지·위수탁 비용 반영 쟁점 “산출 근거 공개하고 고난도·저빈도 항목 축소 가능성 살펴야”

2026-10-30     최은택 기자
[사진=대한진단검사의학회]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정부의 검체검사 수가 조정 근거인 ‘원가보전율 192%’에 의문을 제기했다. 원가 분석에 활용된 표본에서 병원급 의료기관과 이른바 ‘빅5’ 상급종합병원이 빠지고, 검체검사 위수탁 구조와 제도 변경 이후의 수익·비용 변화도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학회는 내년 1월 정책 시행에 앞서 산출 근거를 공개하고 원가 분석의 대표성과 정확성을 재검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30일 대한진단검사의학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월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의 일환으로 검체검사와 CT·MRI 검사 수가 조정, 위수탁체계 개편을 의결하고 내년 1월 시행을 예고했다.

학회는 건강보험 재정의 합리적 운용과 수가체계 개선이라는 정책 목표와 별개로, 수가 조정의 토대가 되는 원가 분석의 정확성과 객관성이 먼저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병원급·빅5 빠진 표본…전체 의료기관 대표하는지 검증해야”

학회가 우선 문제 삼은 것은 원가보전율 산정에 활용된 168개 표본기관의 구성이다. 표본은 상급종합병원 6개, 종합병원 74개, 의원 88개로, 병원급 의료기관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명근 이사장은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검체검사는 수익성이 낮거나 적자로 운영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병원급 의료기관이 전체 요양급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한 만큼, 해당 종별이 원가 분석에서 제외됐다면 전체 원가보전율이 실제보다 높게 산출됐을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급종합병원 표본에 빅5 기관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쟁점으로 꼽았다. 이들 기관은 중증·희귀질환 환자를 위한 고난도 검사와 수작업 비중이 높은 검사를 직접 수행하는 등 일반적인 검사 환경과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학회는 이러한 비용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으면 상급종합병원 전체의 검체검사 원가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빅5 기관이 상급종합병원 요양급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 표본 구성의 적정성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종합병원 표본에 대해서는 신포괄수가 참여기관 편중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회계자료를 확보하기 쉬운 신포괄수가 참여기관이 표본의 대다수를 차지했다면, 비참여기관의 운영 실태와 비용 구조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의원급 역시 기관 규모와 검사량에 따른 원가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검사 규모가 작은 기관일수록 검사 건당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 이사장은 “원가보전율은 표본의 구성과 조사 대상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특정 종별이나 의료기관 유형이 빠진 자료를 전체 의료기관의 상황으로 일반화하려면 그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873개 검사코드 조정…“검사별 비용 차이 반영 부족”

검사별 특성이 원가 분석에 얼마나 반영됐는지도 주요 쟁점이다. 학회에 따르면 이번 조정 대상 검체검사 수가코드는 총 873개지만, 의료기관 종별 특성이 반영된 코드는 27.6%에 불과하다.

검체검사는 시행 빈도와 난이도, 소요 인력, 장비·시약 비용, 검사실 운영 환경에 따라 비용 구조가 크게 달라진다. 특히 고난도·저빈도 검사는 검사 건수가 적어도 전문 인력과 장비를 유지해야 해 일반적인 검사와 동일한 기준으로 원가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학회는 이러한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수가를 조정하면 일부 검사의 수익성이 악화돼 의료기관이 검사를 축소하거나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 영향이 환자의 진단 접근성과 의료기관의 필수 검사 역량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탁기관 인력·운송비까지…위수탁 비용 구분해 분석해야”

검체검사 위수탁 구조에 따른 비용을 적절히 반영했는지도 검증을 요구했다. 검사를 의뢰하는 위탁기관과 실제 검사를 수행하는 수탁기관의 역할과 비용 구조가 다른 만큼, 양측의 회계자료를 활용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회는 수탁기관이 검사 인력과 장비·시약 비용 외에도 검체 수거·운송, 검체 관리, 검사실 운영 등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검사 빈도가 낮거나 난도가 높은 검사는 개별 검사 수익만으로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워 일반검사 수익으로 보전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시했다.

수탁검사가 전체 검체검사 요양급여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수탁기관의 실제 비용이 누락되거나 불충분하게 반영됐다면 전체 원가보전율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게 학회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위탁기관과 수탁기관의 역할 및 비용을 구분하고, 실제 검사를 수행하는 수탁기관의 회계자료와 운영비용을 함께 검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3년 자료로 현재 수익성 판단…“종별 가산 폐지 이후 반영해야”

원가보전율 산출에 사용된 회계자료의 시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학회는 2023년 자료로는 2024년부터 시행된 검체검사 종별 가산 폐지 이후의 수익·비용 구조를 반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제도 변경 이전의 자료를 토대로 현재의 검사 수익성을 평가하고 수가를 조정하면 의료기관이 실제로 부담하는 비용과 수익 간 차이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2023년은 코로나19 관련 검사가 의료기관의 검사 실적에 영향을 미치던 시기인 만큼, 검사 종류와 기관 종별에 따라 이러한 특수 요인이 원가보전율에 미친 영향을 별도로 분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회는 종별 가산 폐지 이후의 자료를 활용하는 동시에 코로나19 관련 검사 등의 영향을 검증해야 정확한 원가보전율을 산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이사장은 “건강보험 수가체계의 개선은 객관적인 자료와 합리적인 분석을 토대로 추진돼야 하며, 의료현장의 수용성이 확보돼야 지속 가능한 정책이 될 수 있다”며 “표본의 대표성과 검사별 비용 구조, 위수탁검사의 실제 비용, 자료의 시점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하고 관련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충분한 검증 없이 원가보전율 192%를 근거로 검체검사 수가를 조정한다면 고난도·저빈도 검사의 축소와 검사실 운영의 어려움 등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는 정책 시행에 앞서 객관적인 원가 분석과 의료현장의 의견 수렴을 통해 국민에게 필요한 검체검사의 질과 접근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