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희귀질환 치료제 이어 항암제도 건보 등재기간 줄여야”

환자단체연합회, 28일 논평…항암제 32개 품목 허가부터 급여까지 평균 659일 암 질환 건보 보장률 3년 새 5.2%p 하락…보장성 강화 대책 촉구 “식약처 인력 확충, 심평원·건보공단 급여평가·약가협상 인력으로 이어져야”

2026-10-28     최은택 기자
[사진=한국환자단체연합회]

정부가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신속등재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환자단체가 항암제의 건강보험 등재기간도 단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암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려면 신속등재와 사후평가 방식의 적용을 검토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전문인력 확충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8일 논평을 내고 “정부는 희귀질환 치료제에 이어 항암제의 건강보험 등재기간 단축과 암질환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환자단체연합회에 따르면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에는 13개 제약사의 14개 약제가 신청했으며, 오는 11월 대상 약제가 선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약가제도 개편을 통해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등재기간을 기존 최대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단축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이번 사업이 희귀질환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항암제 접근성 개선으로도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암제 급여까지 평균 1년 10개월…암 보장률은 75%로 하락

환자단체연합회가 지난 3월 10일 발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1~2025년 건강보험에 등재된 항암제 32개 품목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부터 건강보험 등재까지 평균 659일, 약 1년 10개월이 걸렸다.

단계별로는 식약처 허가부터 제약사의 건강보험 급여 신청까지 평균 191일, 급여 신청부터 암질환심의위원회 심의 통과까지 평균 156일이 소요됐다. 암질환심의위원회 심의 통과부터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 통과까지도 평균 201일이 걸렸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이 같은 결과가 제약사의 신속한 급여 신청과 함께 급여평가·등재 절차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암 질환의 건강보험 보장률 하락도 문제로 지적했다. 논평에서 인용한 건보공단의 ‘건강보험 환자 진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암 질환 건강보험 보장률은 2021년 80.2%에서 2024년 75.0%로 5.2%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4대 중증질환의 건강보험 보장률도 84.0%에서 81.0%로 3.0%포인트 하락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식약처 허가를 받은 항암제가 있더라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환자와 가족이 감당하기 어려운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등재가 지연되는 동안 비급여 치료비를 감당하거나 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가 항암제 등재기간 단축과 함께 하락한 암 질환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일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속등재·사후평가 적용 검토…혁신신약 트랙 조속 추진”

환자단체연합회는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의 취지가 항암제 등재기간 단축에도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치료가 시급한 환자에게 신약을 먼저 사용할 기회를 제공하고, 임상적 효과와 비용효과성 등의 불확실성은 등재 이후 평가·관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암 환자 역시 항암제의 건강보험 등재를 기다리는 동안 치료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신속등재와 사후평가 방식의 적용을 포함한 다양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중장기 과제로 제시한 혁신신약의 ‘신속등재-後평가·조정 트랙’도 조속히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제도를 실행할 전문인력 확충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최근 보도를 인용해 심평원의 약제관리 관련 5개 부서 정원은 121명, 건보공단의 약제관리 관련 4개 부서 정원은 59명이며, 실제 근무인원은 휴직 등의 사유로 정원보다 8~18%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여기에 약가제도 개편으로 기존 등재약의 약가 재평가·조정, 신약 약가 우대,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등재 이후 평가·관리 등 새로운 업무가 늘어날 예정이라고 짚었다. 업무 증가에 맞춰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기존 신약의 급여평가와 약가협상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가 앞서 식약처의 의약품 허가·심사 전문인력 195명 증원을 추진한 것과 관련해서는 심평원과 건보공단의 인력 확충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5월 27일 논평에서도 식약처 인력 확충을 환영하면서 두 기관의 전문인력을 함께 늘려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식약처 허가와 건강보험 등재가 행정적으로 별개의 절차지만 환자에게는 하나의 치료 접근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허가가 빨라져도 건강보험 등재가 늦어지면 환자는 계속 치료를 기다려야 하는 만큼, 급여평가와 약가협상에 필요한 인력을 확충하고 불필요한 지연을 줄이도록 운영체계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약사에도 책임 있는 대응을 주문했다. 허가받은 항암제가 급여 신청 단계부터 장기간 지연되지 않도록 필요한 자료를 충실히 준비해 신속하게 신청하고, 평가와 약가협상에도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정부는 암환자가 경제적 부담 때문에 필요한 항암제 치료를 포기하거나 건강보험 등재를 기다리다 치료 기회를 놓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실질적인 개선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