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 늘었는데 교육은 서울 한 곳…“신약 개발 기반 넓혀야”

임상 전문자격 합격 3년간 342명…바이오 특화단지 4개 권역에 교육원 분원 요구 박용갑 의원 “의료·바이오 연구용 슈퍼컴퓨터 도입도 검토해야”

2026-10-27     최은택 기자
박용갑 의원. [사진=국회]

국내 의약품 임상시험이 매년 700건 이상 승인되고 있지만,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기반은 서울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역 바이오 산업을 뒷받침할 임상교육원 분원을 설치하고, AI 신약 개발에 활용할 슈퍼컴퓨터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은 27일 임상시험 전문인력 교육의 지역 격차 해소와 의료·바이오 분야 연구 인프라 확충을 함께 주문했다.

임상시험 승인 연간 700건 이상…교육센터 확충은 미이행

박 의원이 분석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를 보면 국내 임상시험계획 승인 건수는 2006년 218건에서 2025년 783건으로 늘었다. 2019년 714건을 기록한 이후 매년 700건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임상시험 355건, 다국가 임상시험 428건이 승인됐다.

임상시험 확대에 맞춰 전문인력 양성 기반도 갖춰야 한다는 게 박 의원의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 3월 임상시험 전문인력 1만명 양성, 권역별 전문인력 교육센터 설치, 직능별 직무분류 세분화와 공인 민간자격화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제출자료에서 2023~2025년 임상시험 전문인력 자격시험 합격 인원은 총 342명이었다. 연도별로는 2023년 114명, 2024년 135명, 2025년 93명이다. 박 의원은 이를 전문인력 1만명 양성 목표와 비교해 3.42%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342명은 해당 기간 전문자격시험 합격 인원으로, 국내 임상시험 분야 전체 종사자 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박 의원은 정부가 권역별 교육센터 설치 계획을 발표했지만, 현재 임상시험 전문인력 교육기관은 서울 마포구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임상교육원 한 곳에 그친다고 밝혔다. 비수도권 거주자는 교육을 받을 때마다 서울을 방문하거나 비대면 교육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오 특화단지에 분원 설치…비수도권 시험 기회 확대 요구

의료기기 규제과학(RA)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시험 기반도 개선 과제로 제시됐다.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 제출자료상 2019~2026년 의료기기 RA 전문가 2급 국가공인 자격시험 합격 인원은 누적 3300명이었다. 1급 민간자격시험 합격 인원은 2019~2025년 누적 13명이었다.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이 2023년 11월 의료기기산업군 종사자와 RA 자격증 취득자 등 10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2.5%가 자격시험 준비를 위한 교육·교재 부족을 개선 과제로 꼽았다. 시험 일정과 장소가 다양하지 않다는 응답도 24.3%였다.

박 의원은 바이오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육성 중인 대전 유성, 강원 춘천·홍천, 전남 화순, 경북 안동·포항 등 4개 권역에 임상교육원 분원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에서 임상시험과 의료기기 규제과학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서울 중심으로 실시하는 임상시험 전문자격시험의 비수도권 응시 기회도 확대하자는 취지다.

박 의원은 “정부가 임상교육원 분원을 5극 3특 권역별로 설치하여 의료·바이오 기업에 필요한 임상시험 전문인력이 적기에 양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는 슈퍼컴퓨터로 후보물질 탐색…국내도 도입 검토 촉구

박 의원은 인력 양성과 함께 AI 신약 개발을 지원할 고성능 연산 인프라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실이 분석한 2026년 상반기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 현황에서 한국은 19대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은 160대, 일본 44대, 독일 41대, 중국 31대, 프랑스 21대였다.

박 의원은 미국과 영국, 일본 등에서는 슈퍼컴퓨터를 신약 후보물질 탐색과 유전체 분석, 의료 AI 연구 등에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의원실이 제시한 사례를 보면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와 국립암연구소(NCI)는 2025년 슈퍼컴퓨터 ‘오로라’를 활용해 소분자 500억개를 20분 만에 분석하고 암 치료제 후보군을 선별했다.

미국 AI 신약 개발기업 리커전은 슈퍼컴퓨터 ‘바이오하이브’를 활용해 가족성 선종성 폴립증(FAP) 환자의 용종 부담 완화를 위한 REC-4881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의원실은 REC-4881이 임상 2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냈으며, 고형암 치료 후보물질 REC-617과 고형암·림프종 치료 후보물질 REC-1245 등도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는 엔비디아가 2021년 구축한 ‘케임브리지-1’을 아스트라제네카와 GSK 등의 신약 개발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일본의 ‘후가쿠’, 핀란드의 ‘루미’도 활용 사례로 제시됐다.

국내에서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2020년 슈퍼컴퓨터 ‘누리온’을 활용해 코로나19 치료제 발굴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다만 박 의원은 코로나19 이후 슈퍼컴퓨터를 질병 치료와 신약 개발에 활용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세계 500대에 포함된 국내 슈퍼컴퓨터 가운데 정부·공공기관 등이 보유한 5대에서 기상·기후 예측용 2대와 광주과학기술원 교육·연구용 1대를 제외하면, 범용 과학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장비는 ‘DAIDC’와 ‘누리온’ 2대라고 분석했다.

박 의원은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의료AI·제약·바이오헬스 강국 실현’을 위해 연구 장비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의료AI, 제약, 바이오헬스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의료·바이오 분야에 활용할 슈퍼컴퓨터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