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보험 되나요”…민원에 드러난 신약 대기와 치료 지속의 문턱
심평원 올해 1~8월 접수·회신 분석…심의 이후 일정부터 병용·기존 환자 인정까지 쟁점 임상 근거·비용효과성 요구와 환자 절박함 간 간극…제약 분야는 산정 규정 해석 문의
의약품의 건강보험 적용을 둘러싼 민원은 신약을 조속히 등재해 달라는 요구에 그치지 않았다. 심의위원회를 거친 의약품이 언제 실제 치료에 쓰일 수 있는지, 이미 치료 중인 환자가 새 급여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는지, 효과가 있는 치료를 정해진 기간 이후에도 이어갈 수 있는지가 구체적인 쟁점으로 제기됐다. 건강보험 진입과 실제 이용 사이에 놓인 여러 단계의 조건이 환자와 보호자의 민원으로 드러난 것이다.
21일 뉴스더보이스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일반민원 접수·처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8월 31일까지 접수된 5821건 중 민원 제목이나 회신에 ‘의약품’, ‘약제’, ‘보험의약품’, ‘약가제도’, ‘보험약제’,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약제관리실’, ‘암질환심의위원회’ 가운데 하나 이상이 포함된 접수 건은 1573건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27.0%다.
이는 지정 용어를 기준으로 추린 접수 건수로, 반복·후속 민원과 취하 건을 포함한다. 회신의 일반적인 제도 설명에 해당 용어가 들어간 경우도 있어 모두 의약품 관련 불만으로 볼 수는 없다. 분석 대상은 첨부파일에 수록된 올해 8월 말까지의 민원과 당시 회신으로 한정했다.
위원회 통과 뒤에도 남는 기다림
신약 접근성 민원에서 두드러진 문제는 심의 진행 상황과 실제 급여 시점 사이의 거리였다.
3월 26일 접수된 빌로이주 관련 민원은 급여 등재의 향후 계획과 일정을 물었다. 심평원은 2025년 제8차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급여기준이 설정됐으며 비용효과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경제성평가 소위원회와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 국민건강보험공단 협상 등 후속 절차도 안내했다.
다만 구체적인 일정은 제시하지 못했다. 심평원은 “여러 자료들의 검토 및 제약사의 자료 보완 등으로 인해 기간이 다소 소요될 수 있어 명확한 일정을 답변드리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급여기준 설정은 환자가 체감하는 보험 적용의 완료 시점과 다르다. 회신은 그 사이에 비용효과성 검토와 자료 보완 등 추가 절차가 있음을 보여준다.
옥타이로캡슐 사례에서는 후속 민원을 통해 진행 상태의 변화도 확인된다. 7월 8일 접수 민원에 대한 회신에서 심평원은 2025년 제9차 암질환심의위원회가 설정한 급여기준에 맞춰 제약사가 비용효과성 자료를 보완하고 있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8월 14일 접수된 두 번째 문의에는 비용효과성을 입증할 근거가 불충분해 급여 등재 절차가 취하된 상태라고 답했다. 제약사가 근거자료를 갖춰 재신청할 예정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8월 26일 접수된 토퍼센 관련 민원 역시 심사 진행 상황을 알려 달라는 요청이었다. 심평원은 칼소디주가 급여평가를 신청한 적은 있지만 제약사의 자진취하로 당시에는 평가 신청이 없는 상태라고 회신했다.
이들 사례는 환자의 문의가 단순한 조기 등재 요구와 함께, 심사가 어느 단계에 있고 계속 진행 중인지 확인하려는 정보 수요를 담고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성분이라도 달라지는 보장 범위
이미 다른 질환에서 급여되는 의약품을 자신의 질환에도 적용해 달라는 요구에서는 적응증별 근거의 차이가 핵심 쟁점이었다.
1월 19일 접수된 췌장암 관련 민원에 심평원은 린파자정의 해당 적응증이 2022년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급여기준 미설정으로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추가 질의에는 당시 췌장암에서 위약 대비 생존기간 개선을 입증하지 못한 것이 기준 미설정의 이유라고 밝혔다.
2월 6일 접수된 재심의 요청에 대한 답변에서는 제약사에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제외국 평가와 가이드라인의 변경 여부, 임상연구 최종 분석 결과 등을 확인했으며 전문심사위원과 재심의 적정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반복 민원에 대한 답변이 기존 결과의 안내에서 추가 근거 확인으로 구체화된 사례다. 다만 추가 검토가 급여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결절성 양진 치료제 관련 민원에서도 유사한 간극이 나타났다. 7월 22일 접수 민원에 심평원은 넴루비오프리필드펜의 아토피피부염 적응증은 비용효과적인 가격을 수용할 경우 급여 적정성이 있는 것으로 심의됐지만, 결절성 양진은 제출된 자료만으로 급여기준을 설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듀피젠트의 결절성 양진 급여 확대에 대해서도 교과서·가이드라인·학회 의견과 전문가 회의 등을 거쳐 검토했으나 관련 근거 부족으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같은 의약품이 다른 질환에서 급여된다는 사실과 특정 적응증의 급여 인정은 별개라는 것이 회신의 공통된 설명이다. 환자에게는 치료 선택지의 문제지만, 평가에서는 질환별 임상적 유용성과 근거 수준을 다시 확인하는 구조다.
등재 이후에도 이어진 기간·병용 제한 논쟁
급여 적용 여부가 정해진 뒤에도 치료를 얼마나 오래, 어떤 의약품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민원으로 이어졌다.
2월 10일 접수된 키트루다 투여기간 개선 요청에 심평원은 2년 이후 지속 투약의 임상적 유용성과 안전성을 입증할 근거가 부족해 급여 인정기간을 최대 2년으로 설정했다고 답했다.
민원인이 제출한 자료에 대해서는 해당 암종의 추가 투여 자료가 아니라 다른 암종의 치료 이후 장기 추적 결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인 치료 성과와 정해진 기간을 넘겨 계속 투여하는 근거를 구분한 것이다.
드라벳증후군 치료제 핀테플라와 에피디올렉스의 병용을 인정해 달라는 요청도 8월 하순 이어졌다. 심평원은 핀테플라 주요 임상연구에서 에피디올렉스 사용 환자가 제외됐고, 두 의약품 병용의 유효성과 안전성 근거가 부족하다는 전문가 의견 등을 반영해 급여기준에 병용 금기 문구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재검토 가능성은 열어뒀다. 충분한 임상적 유효성·안전성 근거와 교과서·임상진료지침 등 객관적인 의학적 근거가 확보되면 학회와 제약사 등의 급여기준 개선 신청을 거쳐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두 사례에서 민원은 치료 지속과 조합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심평원은 해당 사용방식을 뒷받침할 근거를 요구했다. 의약품 자체의 효과가 인정되더라도 투여기간 연장이나 병용까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
먼저 치료받은 환자에게 요구된 과거 기록
급여 확대 이후 기존 환자가 어떤 조건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도 주요 문제였다.
중증 원형탈모증에 대한 올루미언트 민원은 등재 절차 문의에서 급여기준 재검토 요구로 이어졌다. 3월 3일 접수 민원에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 논의와 제약사의 평가결과 수용·재평가 신청 절차가 안내됐다. 8월 18일 접수 민원에는 7월 1일부터 시행된 급여기준과 경과규정이 제시됐다.
당시 회신에 제시된 기준은 기존 치료제 투여 이력과 탈모 중증도, 투여 후 반응평가 등을 충족하도록 했다. 투여 36주차에 SALT 점수 20 이하를 달성하고 이후 평가에서 이를 유지하는 경우 지속 투여를 인정하되 급여기간은 최대 2년으로 정했다.
급여 시행 전부터 본인부담으로 복용한 환자도 투여 시작 당시 급여기준의 대상이었다는 점을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해야 했다. 과거 투약 이력과 환부사진 등 중증도 산출 근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36주차 평가결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급여 시행 시점의 평가결과를 제출해 의학적 타당성 등을 고려한 사례별 판단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는 급여 확대가 기존 환자 모두의 자동적인 전환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먼저 치료를 시작한 환자에게는 과거 상태와 치료반응을 입증할 기록의 확보가 추가적인 요건이 된 것이다.
가격 규정의 세부 적용 묻는 제약 분야
약가 관련 민원에서는 환자 접근성 요구와 다른 양상의 질문이 확인됐다. 제형 변경과 복합제 개발, 품목 양도·양수, 동일제제 수에 따른 가격 산정, 가산 적용 등 구체적인 규정 해석이 중심이었다.
1월 19일 접수된 양수제품 약가 문의에 심평원은 삭제된 제품의 최종 상한금액과 동일하게 산정하되, 그 사이 발생했거나 반영되지 않은 약가 인하 사유가 있으면 이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일정한 지위승계 사례에서는 동일회사의 기등재 제품 가격과 비교해 낮은 금액을 적용하는 조건도 안내했다.
8월 11일에는 동일제제 수에 따른 계단식 약가 산정이, 8월 31일에는 신청제품과 기등재 동일제제의 합이 14개 이상이 되는 사례 등이 질의됐다.
회신에서 반복된 설명은 가격이 결정신청 당시의 산정기준과 최신 급여목록, 허가사항, 동일제제 수, 약가 이력 등을 종합해 정해진다는 점이었다. 특정 개발·허가 조건에 어떤 가격 규정이 적용되는지 확인하려는 수요다.
이번 민원과 회신에서 확인되는 공통 과제는 급여 결정의 결과뿐 아니라 그 과정과 적용 조건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명하느냐에 있다. 신약을 기다리는 환자에게는 진행 단계와 자료 보완 상황이, 치료 중인 환자에게는 지속 투여·병용·과거 기록 인정 요건이 중요했다.
심평원은 임상적 근거와 비용효과성, 한정된 재원을 주요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민원은 그 기준이 실제 치료 현장에서 어떤 기다림과 입증 부담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