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지정하고 허가했지만…환자에게 닿지 못한 치료
백신 해외 의존에 생산 기반 강화 주문…임신중지약 도입 속도 놓고 공방 특수식 지원 공백·의약품 공급 차질·사용 승인 이후 지연 지적
[식약처 국감 = ① 필수의약품·환자식 공급과 치료 접근성] 국가가 필수로 지정한 의약품의 공급 차질은 늘고, 개발 중인 신약의 치료목적 사용을 승인받은 암환자는 첫 투약까지 평균 석 달 넘게 기다렸다. 평생 식단 관리가 필요한 성인 희귀질환자는 특수식을 구하지 못해 정상가보다 비싼 값을 치렀다. 13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는 의약품 지정과 사용 승인에 그치지 말고 실제 치료로 이어지는 과정까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여야 의원들은 현장 질의와 보도자료를 통해 필수의약품 수급, 환자식 공급, 백신 생산 기반과 여성의 의약품 접근성을 점검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관계 부처와 공급 대책을 논의하고, 환자 피해와 투약 지연 실태를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필수약 공급중단, 실제 투약 가능한지 확인해야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제시한 수치를 보면 최근 4년 사이 제약사가 보고한 의약품 공급 중단·부족 건수는 338건으로 2021년보다 83% 늘었다. 국가필수의약품 관련 보고는 같은 기간 29건에서 81건으로 약 2.8배 증가했다.
서 의원은 별도로 제시한 국가필수의약품 관련 보고 56건 가운데 38건이 ‘조치 불필요’로 처리됐다고 지적했다. 오 처장은 국내에 대체할 수 있는 의약품이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서 의원은 대체 의약품이 실제로 공급되는지 사후 확인하고, 수급 차질이 반복되는 품목은 관리대장을 마련해 공급 중단 기간과 정상화까지 걸리는 시간을 관리하라고 요구했다. 채산성과 판매 부진에 대해서도 보건복지부와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은 필수의약품 공급을 기업 수익성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며, 의약품이 없어 투약이나 수술을 받지 못한 환자 피해를 파악하라고 요구했다. 오 처장은 관련 통계를 살펴보고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국산 원료와 기술 구축에 대한 지원 필요성도 언급했다.
오 처장은 11월부터 민관이 참여하는 국가필수의약품 관련 협의회에서 복지부와 식약처 등이 채산성 문제를 포함해 안정적인 공급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나이 지나면 지원 밖…생존에 필요한 식단도 품귀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천성대사이상질환자가 평생 먹어야 하는 저단백 즉석밥과 특수조제분유의 공급 공백을 지적했다. 만 19세 미만 환아는 특수식을 무상 공급받지만, 성인 환자는 지원 대상에서 벗어나 환아에게 배정하고 남은 물량을 구매해야 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의 보도자료에는 정상가 1700원인 저단백 즉석밥을 최대 1만3000원에 샀다는 환자 가족의 사례가 담겼다. 정부가 올해 7월 성인 구매지원 체계를 마련했지만, 1인당 분기별 구매량은 13박스, 총 312개로 제한돼 있다. 특정 기업과의 업무협약에 기반해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할 법적 장치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환자단체를 통해 필요한 물량을 확인하고, 필수의약품·의료기기처럼 특수식 생산과 유통을 관리하도록 희귀질환관리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 처장은 환자단체와 소통하며 공급에 문제가 없도록 협조하고, 법 개정에도 협력하겠다고 답했다.
신약을 사용할 수 있다는 승인과 실제 투약 사이의 간극도 도마에 올랐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발 중인 신약의 치료목적 사용 승인에 걸린 기간은 최장 약 42일이지만, 승인 이후 첫 투약까지는 평균 석 달 이상, 최장 2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해당 치료 비용은 3주 기준 평균 2760만원, 최대 3900만원이라고 제시했다.
허 의원은 의약품이 병원에 도착해 환자가 투약받는 과정까지 식약처가 살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오 처장은 환자의 건강 상태 때문에 의료진이 지켜보는 기간도 있다고 설명했다. 허 의원은 그런 사유를 포함해 지연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오 처장은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예방접종 완제품 절반 이상 수입…원액 생산 기반 과제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예방접종 백신의 해외 의존도를 짚었다. 2026년 기준 대상 백신 44개 품목 가운데 완제품 수입은 25개로 56.8%, 국내 제조는 19개로 43.2%였다.
국내 제조 백신 일부도 원액을 해외에서 들여왔다. DTaP와 세포배양 일본뇌염 백신은 일본, IPV 백신은 네덜란드, 소아 A형간염 백신은 중국, 장티푸스 백신은 러시아에서 원액을 공급받았다. 소 의원은 완제품 생산뿐 아니라 핵심 원액의 국내 생산과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은 전량 수입하는 대마 성분 희귀·난치성질환 치료제의 국내 생산 기반을 위해 의료용 대마 원료관리센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배·연구·CBD 추출 실증이 이뤄진 안동 헴프 규제자유특구를 입지로 검토하라는 요구다. 오 처장은 센터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공공성, 효율성, 전문인력 확보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프진, 여성 건강권 놓고 도입 속도와 검증 수준 공방
임신중지 의약품 허가를 둘러싸고는 신속한 도입 요구와 신중론이 맞섰다. 남인순 의원은 허가 지연으로 여성들이 위험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오 처장은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답했지만, 업체의 보완자료를 제출받아 심사하겠다고 설명하며 완료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수진 의원은 위해성 관리계획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필요한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약사법의 낙태 암시 광고 금지 조항과 의약품 사용 금지는 구분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오 처장은 종합감사 전까지 진행 상황을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조배숙 의원은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에 앞서 관련 법률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윤리·공공정책센터의 보험청구자료 분석 보고서를 제시하며 중대한 이상사례 비율이 10.93%라는 내용을 근거로 안전성을 다시 검토하고 국내 가교시험 필요성을 살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만희 보건복지위원장도 해당 분석을 면밀히 검토하고 허가 심사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수치는 의원들이 인용한 보고서의 분석 결과다. 남 의원은 동료심사를 거친 학술논문이 아니며 자료와 방법론의 검증 가능성에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오 처장은 보험청구자료의 인과관계와 중복 집계 등을 검토해야 하고 다른 연구와 상충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제출된 허가자료는 임신 9주를 기준으로 한다며 위해성 관리계획과 사후관리를 엄격하게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달희 의원은 사후피임약도 제때 사용할 수 있도록 보건소·보건진료소 처방 확대와 정확한 사용 정보 제공을 제안했다. 오 처장은 접근성 개선과 홍보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