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신약 키운다더니 R&D 삭감…“초혁신형 기업 육성해야”
한지아, 계속사업 35개·163억원 감액 지적…집중 투자·해외 진출 지원 주문 정은경 “예산 확보 노력 부족”…상위 인증체계 등 검토해 의원실과 협의
정부가 블록버스터 신약 육성을 내세우면서 보건의료 연구개발(R&D) 예산을 줄인 것은 정책 방향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기존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 지원에 더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초혁신형’ 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제안도 제기됐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R&D 예산 확보 노력이 부족했다고 인정하고, 선도기업을 위한 지원체계 강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8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블록버스터 신약 육성 목표와 보건의료 R&D 예산 편성 간 간극을 문제 삼았다.
한 의원은 보건의료 R&D 계속사업 35개에서 163억원이 감액됐다고 지적했다. 또 159개 과제는 연구기간과 목표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예산이 줄었고, 156개 수행기관에는 사전 통보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87개 과제는 성과평가 없이 삭감됐다고 밝혔다.
정 장관이 “내년도에 보건의료 R&D가 일부 감소했다”고 답하자, 한 의원은 정부가 밝힌 신약 육성 포부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한 의원은 의약품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꼽으며,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에는 연구개발과 임상시험을 뒷받침할 자본뿐 아니라 글로벌 임상 네트워크, 판매·유통망, 기업의 신뢰도와 인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500억원 임상 3상 펀드로는 부족”
한 의원은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기업의 투자 규모 차이도 짚었다. 로슈의 연간 R&D 투자액은 20조4000억원인 반면, 국내 상위 10개 제약사의 투자액을 모두 합쳐도 약 2조원에 그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격차를 고려하면 정부가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할 상황에서 보건의료 R&D 예산을 삭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세제 혜택과 함께 후기 임상시험을 지원할 자금도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조성한 1500억원 규모 임상 3상 펀드에 대해서는 취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펀드 규모를 정할 때 수요를 파악하지 않았다는 복지부 답변도 문제 삼았다.
한 의원은 국내 제약기업의 해외 임상시험과 판매·유통 기반을 강화하는 일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자체적인 글로벌 네트워크가 부족해 해외 제약사에 기술을 이전하게 되고, 이후 사업화 과정에서 얻을 수익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등 관련 분야의 인력을 육성하고,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국가가 함께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분산 지원 넘어 선도기업 집중 투자 제안
한 의원은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을 기준으로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을 지원하는 정책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봤다. 약가 우대나 국가 R&D 참여 시 가점 부여에 더해, 선도기업을 키울 별도의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분산 투자도 해야 되지만 거목을 키우는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며 글로벌 시장을 이끌 ‘초혁신형’ 기업의 등급을 새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들 기업에는 획기적인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업과 정부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국가가 기업과 함께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한 의원은 초혁신형 제약기업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선도기업 육성 방안을 종합감사까지 보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 장관은 “신약 바이오 산업에 대한 혁신적인 지원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말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어 “R&D 예산을 저희가 잘 확보하지 못해서 더 노력이 좀 부족했다”고 밝혔다. 초혁신형 기업 등 기존보다 강화된 지원체계의 필요성도 인정하면서, 구체적인 방식을 검토해 의원실에 보고하고 협의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