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주사 ‘자판기’ 된 일부 의원…원내 판매 논란에도 점검 공백
위고비·마운자로 의료기관 공급 비중 62%·56%…상위 10곳에 물량 집중 복지부 약무정책과, 지난해 공문 발송 뒤 자체 조사 없어…실질 대책 촉구
일부 의원에 비만치료 자가주사제 공급이 집중되면서 원내 조제·판매를 둘러싼 의약분업 위반 논란이 제기됐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원외처방 의무를 안내했지만, 담당 부서 차원의 후속 실태조사나 점검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위고비·마운자로 공급 현황을 공개하고, 환자 안전을 위한 실태조사와 무분별한 원내 판매를 막을 대책을 촉구했다.
남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는 출시된 2024년 10월부터 2026년 7월까지 약국 외 요양기관에 192만373개, 약국에 117만9849개가 공급됐다. 공급 비중은 각각 62%, 38%였다.
마운자로도 출시된 2025년 8월부터 2026년 7월까지 약국 외 요양기관에 1005만5693개, 약국에 795만1428개가 유통됐다. 약국 외 공급 비중이 56%로 약국 44%보다 높았다.
남 의원은 의사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구매하는 것이 원칙인 자가주사제가 약국에는 전체 물량의 절반도 공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곳이 대형병원 174곳 합계보다 많이 받아
의료기관에 공급된 물량은 대부분 의원급으로 향했다. 의료기관 공급량 가운데 의원급 비중은 위고비 88.2%, 마운자로 92.4%였다. 상급종합병원 비중은 각각 2.0%, 0.5%에 그쳤다.
의원급 안에서도 일부 기관에 공급이 집중됐다. 위고비를 공급받은 의원 1만6047곳 중 상위 10곳이 의원급 전체 유통량의 10.2%를 차지했다. 마운자로는 공급받은 의원 1만4525곳 가운데 상위 10곳에 14.5%가 몰렸다. 두 의약품의 공급량 상위 10곳에 모두 포함된 의원은 6곳이었다.
두 의약품의 합산 공급량이 가장 많은 수도권 A의원은 마운자로 21만9944개, 위고비 2만3124개 등 총 24만3068개를 공급받았다. 마운자로 공급량은 의원급 1위, 위고비는 2위였다.
A의원 한 곳의 마운자로 공급량은 해당 의약품을 공급받은 상급종합병원 20곳과 종합병원 154곳의 합계인 20만8016개보다 많았다.
소아청소년과만 진료과목으로 신고한 수도권 E의원도 위고비 공급량 5위, 마운자로 4위에 올랐다. 성형외과·피부과만 신고한 의원 2곳도 상위 10곳에 포함됐다. 공급량 상위권에는 폐업한 의원도 있었다고 남 의원은 밝혔다.
“환자 안전 위협…무분별한 처방 막아야”
복지부는 2025년 9월 지방자치단체와 대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 등 유관 단체에 약사법 제23조 제1항에 따른 자가주사제 원외처방 의무를 안내하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공문 발송 이후 실태조사와 점검·단속 여부를 묻는 남 의원실 질의에 복지부 약무정책과는 해당 부서 차원의 실태조사와 점검을 한 바 없다고 답했다.
남 의원은 이른바 ‘성지 병원’에서 의약품을 바로 수령했다는 이용 후기가 이어지고, 홈페이지에도 판매 광고가 게시돼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언론 보도에서는 비만치료제를 냉장고에서 꺼내 환자에게 전달하고, 진료부터 의약품 구매까지 불과 3분 만에 이뤄지는 사례도 드러났다고 전했다.
남 의원은 “의료기관 공급량 62%는 의약분업 대상 품목이 맞는지 자체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숫자”라며 “위법한 원내 조제·판매는 환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의약분업 원칙까지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 안전을 위해 실태조사를 하고 무분별한 원내처방을 막을 실질적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