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배송 확대 논의에 여야 제동…“시행도 전에 합의 흔드나”

권영희 “실태 평가부터”…정진웅 “환자 불편 해소할 논의 필요” 정은경 “전면 확대하겠다는 것 아냐…관계자 의견 수렴”

2026-10-08     최은택 기자

비대면 진료 제도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의약품 배송 확대 논의를 추진한 데 대해 여야 의원들이 기존 합의와 안전성 평가를 먼저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면 확대하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이 증인으로 부른 권영희 대한약사회장과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를 상대로 약 배송의 안전성과 확대 필요성을 둘러싼 질의가 이어졌다.

이 의원은 오는 12월 24일 비대면 진료 관련 제도가 시행되기도 전에 정부가 지난 8월 20일 약 배송 확대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한 경위를 따졌다. 일부 의료 취약계층에 한해 배송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는데, 시행 전부터 이를 바꾸는 논의를 꺼내는 것은 무리라는 취지다.

8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증인 신문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이 이만희 의원의 비대면 약배송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권 회장은 배송 대상 환자군으로 섬·벽지 거주자,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등록 장애인, 희귀질환자, 1·2급 감염병 환자를 들었다. 사전에 약사회와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복약지도 기록·취약계층 이용 비중도 도마에

이 의원은 코로나19 당시 닥터나우를 통해 이뤄진 약 배송이 약 113만건이라는 점을 확인한 뒤 복약지도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물었다.

정 대표는 약사들이 환자에게 전화로 복약지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확인할 근거가 남아 있느냐는 질문에는 관련 내용을 살펴보고 제출할 수 있는 자료를 확인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 의원은 관련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증 필요성을 제기했다. 당시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 등 취약계층의 이용 비중은 1.9%에 불과하고 주로 30~50대가 이용했다고 지적하자, 정 대표는 코로나19 당시 이용자 분포가 이 의원의 설명과 부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배송 비용에 대한 질문에 정 대표는 환자에게 약 8000원의 부담이 부과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의약품 비용에 배송비가 추가되는 구조라는 점도 짚었다.

권 회장은 진료·조제·복약지도에 관한 통계와 실태 파악, 사후 평가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확대 논의를 시작하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약 배송 중 오배송, 배송 지연, 분실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제도 시행 후 현장 데이터를 확보하고 평가한 다음 확대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 대표는 협의체에서 그동안 확보한 데이터와 운영 경험, 시행착오를 공유하며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논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추가 발언에서는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의약품은 대면으로 수령해야 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 약 5000개 약국과 협업하고 있다며 동네 약국과의 상생도 중요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과 동네 약국의 상생을 함께 이룰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찾는 논의에 성실히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인순 “오랜 논의 끝 원칙”…정부에 입장 확인 요구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도 기존 합의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권 회장과 대한의사협회 전성훈 참고인을 불러 비대면 진료 제도화 과정에서 합의한 원칙을 환기했다.

남 의원은 의료계와 논의한 원칙으로 대면 진료, 의원급 의료기관, 재진 환자 중심과 전담기관 금지를 제시했다. 약계 역시 취약지 거주자와 취약계층 등 필요한 환자에 한정해 의약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오랜 시간을 거쳐 합의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무너지면 안 되는 원칙”이라며 정부의 확대 논의 발표가 신뢰를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기존 원칙을 바탕으로 제도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의약품 수령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환자와 시민단체 의견이 있어 확대 검토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저희가 전면 확대하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의견을 좀 수렴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해 주시면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