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인 줄 알았는데…“아토피는 안 봅니다”
서울 ‘진료과목 피부과’ 1인 의원, 해당 전문의 11.6% 불과 박지원 “의사 자격·주요 진료분야 쉽게 확인하도록 해야”
아토피를 치료하러 ‘피부과’ 간판을 내건 의원을 찾았지만 “다른 병원으로 가라”는 안내를 받고 돌아서는 환자들. 간판만으로는 의사의 전문과목이나 실제 진료분야를 구별하기 어려운 현실이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다. 환자가 헛걸음하지 않도록 의료기관의 안내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요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지원 의원은 8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피부과를 진료과목으로 내건 의원을 피부질환 전문 치료기관으로 알고 방문했다가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를 제기했다.
박 의원은 “국민들은 ‘피부과’라는 간판만 보고 당연히 피부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곳이라 믿고 들어가지만, 정작 동네 의원 중 진정한 피부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곳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3319곳 중 385곳…나머지는 일반의·다른 과목 전문의
박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서울에서 의사 1명이 근무하면서 피부과를 진료과목으로 신고한 의원은 3319곳이었다. 이 가운데 피부과 전문의가 있는 곳은 385곳으로 11.6%였다. 나머지 2934곳, 88.4%는 다른 과목 전문의 또는 일반의가 근무하는 의원이었다.
분석 대상은 서울의 모든 피부과 의원이 아니라, 의사 1명이 근무하면서 피부과를 진료과목으로 신고한 의료기관이다.
박 의원실은 현행 제도에서 피부과 전문의는 ‘피부과 의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고, 일반의나 다른 과목 전문의도 ‘의원 명칭+진료과목 피부과’ 형태로 간판을 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가 이 차이를 알아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실은 미용 시술 중심으로 운영하는 의원을 피부질환 치료기관으로 알고 찾아갔다가 발길을 돌리는 사례를 문제 삼았다. 아토피·건선·습진 등의 치료를 기대하고 방문했지만 “아토피 치료는 안 된다, 다른 병원으로 가라”는 안내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날 국감장에서는 최근 언론에 보도된 환자 사례와 시청자 반응도 소개됐다. 피부과로 알고 방문했지만 질환 진료 대신 고가의 보습제를 권유받았다는 반응 등이다.
접수창구·진료실에 표시…“환자 헛걸음 줄이자는 것”
박 의원은 간판 교체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환자가 의사의 자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기관 개설자가 접수창구와 진료실 입구 등 환자가 알아보기 쉬운 장소에 의사의 전문의 여부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전문의인 경우 전문과목과 전문의 표시를, 전문의가 아닌 경우 일반의 표시를 하도록 했다.
주요 진료분야를 안내하는 표준 표시체계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의사의 자격과 함께 미용 시술 중심인지, 피부질환 치료 중심인지 알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 의원은 “이 문제는 의사에게 새로운 낙인을 찍자는 것이 아니라, 환자는 헛걸음하지 않게 하고 의료인은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게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는 의사 단체 눈치보기와 소극적인 태도를 버리고 종합감사 전까지 실효성 있는 대책과 추진 일정표를 제출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