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판촉수수료 최고 60%…98만 건 계약서 받고도 분석 막혔다
첫 CSO 실태조사 응답률 2%…복지부 “위탁계약 표준화·전산 연계 방안 강구”
보건복지부가 의약품 판촉영업자(CSO)의 영업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약 98만 건의 위탁계약서를 확보했지만, 자료가 표준화돼 있지 않아 분석에 한계를 드러냈다. 별도로 제출된 일부 계약 사례에서는 품목별 판촉수수료율이 평균 42.9%, 최고 60%에 달했다. 국회에서는 수수료 발생 구조를 들여다보고 건강보험 재정과 연계해 관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CSO의 소규모 업체 중심 영업 구조와 고율 수수료 문제를 지적하고, 상시 관리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위탁계약서 표준화와 전산 연계 등을 통한 분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만14개 업체 조사했지만 답변은 396개
CSO는 제약사 등을 대신해 의약품 판촉·영업을 수행하고 수수료를 받는 영업대행업체다. 불법 리베이트의 우회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2021년 리베이트 제공 금지와 지출보고서 작성 대상에 포함됐다. 이후 약사법 개정을 거쳐 2024년 10월 신고제가 시행됐다.
복지부가 남 의원실에 제출한 ‘의약품 판촉영업자(CSO) 실태조사 결과 보고’에 따르면, 복지부는 올해 4~6월 신고제 시행 이후 첫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다단계 위탁 구조와 고율 수수료 등을 점검하기 위한 조사였다.
그러나 조사 대상 2만14개 업체 가운데 서면조사에 응답한 곳은 396개로, 응답률은 2.0%에 그쳤다. 복지부도 낮은 자료 제출률과 정확성·신뢰성 문제로 분석에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응답업체 구성도 전체 신고현황과 차이가 있었다. 전체 신고 CSO 가운데 개인사업자는 1만5836개로 79%를 차지했지만, 응답업체 중 개인사업자는 217개로 54.8%였다.
남 의원은 “CSO 신고제를 하게 된 이유가 결국 제약사의 영업이 CSO라는 외부를 거쳐 혹시 리베이트가 있는지 아니면 불투명한 영업을 하는지 관리하기 위함”이라며 “정부가 CSO 현황과 수수료율 등을 상시적으로 파악·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주소에 1인 사업자 21개 신고
응답업체 396개 가운데 1인 사업자는 42.9%, 5인 이하 업체는 77.0%였다. 복지부가 전체 신고현황을 토대로 추정한 1인 개인사업자 CSO는 8182개로, 전체의 약 41%에 달했다.
동일 개설자가 2개 이상의 CSO를 운영하는 경우는 1981명이었다. 같은 영업소 소재지에 1인 개인사업자 CSO가 최대 21개 신고된 사례도 확인됐다.
응답업체가 주된 영업대상 1순위로 꼽은 의료기관은 의원급이 58.5%로 가장 많았다. 종합병원 이상은 17.6%, 병원급은 14.7%였다. 다만 응답률이 2%에 그쳐 이 결과를 전체 CSO 시장의 특성으로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일부 446개 품목 확인…31.4%는 수수료율 50% 이상
제약사·수입업체 조사에서는 대상 286개사 중 212개사, 74.1%가 자료를 제출했다. 복지부는 이를 통해 CSO의 재위탁 구조와 품목별 수수료율 등을 파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확보한 위탁계약서는 약 98만 건, 약 980만 장에 달했다. 복지부는 남 의원실의 계약서 분석 요구에 자료가 방대한 데다 표준화된 데이터가 아니어서 정리와 분석에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정 장관은 “위탁계약서 표준화가 되어 있지 않아 분석이 어려웠다”며 “위탁계약서 표준화 및 핵심분석 별도 조사 대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남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일부 위탁계약 사례를 직접 분석한 결과, 수수료율을 확인할 수 있는 446개 품목의 평균 수수료율은 42.9%였다. 수수료율 50% 이상인 품목은 140개로 31.4%를 차지했고, 최고 수수료율은 60%였다.
이는 일부 계약 사례에 대한 분석 결과로, 전체 CSO 위탁계약의 평균 수수료율을 뜻하지는 않는다. 남 의원실은 복지부가 보유한 전체 계약서에 대한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남 의원은 수수료율이 60%인 ‘클로피도그렐 75mg정’ 사례도 제시했다. 국내에서 동일 성분·함량의 제네릭 의약품 120여 개가 유통되는 성분이다. 그는 “수수료의 증가 원인은 (처방을 확보하기 위한) 판촉영업 경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영업비보다 품질·연구개발로 경쟁해야”
남 의원은 높은 판촉수수료를 지급할 수 있는 의약품 가격 구조도 살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복지부가 이미 제출받은 약 98만 건의 위탁계약서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품목별로 판촉영업비를 건보재정과 연계해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전산 연계 등 분석 방안을 강구해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남 의원은 CSO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해 품목별 수수료가 어디에서 어떻게 발생하는지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도한 판촉영업비로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고, 국내 제약산업도 영업비가 아니라 품질과 연구개발로 경쟁하는 선순환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