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부족한 비급여, 직권 삭제 추진…건보·실손 심사도 연계
정은경 “시행령 개정·법적 절차 마련”…김윤, 가격 관리·수가 원가 100% 보전 요구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의료기술을 급여·비급여 목록에서 퇴출하기 위한 제도 정비가 추진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기술 재평가 결과를 실제 조치로 연결할 법적 근거와 절차를 마련하고,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정보를 연계해 공동 심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의 비급여 개혁 요구에 “세 가지 제안해 주신 것에 대해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비급여 진료의 상당 부분이 의학적 근거가 불충분하거나 권고되지 않는 의료기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의료기술 재평가 결과와 비급여 진료 내역을 연결해 보면, 비급여 진료비의 절반 이상이 퇴출 대상이거나 근거가 불충분한 기술에 쓰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요양병원에서 암 환자에게 면역증강제로 처방하는 사이모신 알파1을 사례로 들었다. 이 의약품에 지출되는 비급여 진료비가 한 달 194억원, 연간 약 230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도수치료 대신 다른 시술 늘면 풍선효과”
김 의원은 의료기관이 비급여 가격과 진료 대상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구조가 과잉진료를 부른다고 주장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도수치료 가격과 진료비 비중을 비교한 자료를 제시하며, 가격을 높게 책정한 기관일수록 도수치료 진료비가 전체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고 지적했다.
실손보험과 결합한 비급여 진료가 건강보험 재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내놨다. 김 의원은 감사원 보고를 인용해 실손보험 가입자가 미가입자보다 건강보험 진료비를 11조원 더 쓰고, 실손보험 청구 내역을 건강보험 청구 내용과 비교했을 때 허위·부당 청구가 의심되는 금액이 2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도수치료를 관리급여로 관리하더라도 이를 대체하는 다른 통증 관련 비급여가 늘면 정책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는 “보다 근본적이고 보다 포괄적인 비급여 개혁 정책이 필요하다”며 “이런 비급여 개혁 정책이 없이는 지역·필수의료의 위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비급여 가격 관리와 함께 건강보험 수가를 원가의 100% 수준으로 올리고, 의학적 근거가 없는 비급여를 퇴출할 것을 요구했다.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진료비 심사를 연계해 허위·부당 청구를 차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정 장관에게 “지역·필수·공공의료를 살리겠다고 하면 직을 걸고 비급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가에 그치지 않고 실제 조치로 연결
정 장관은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심사 연계에 대해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서 정보를 연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고, 정보 연계를 통한 공동 심사하는 부분은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관련 계획을 세워 진행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근거가 부족한 비급여 퇴출에 대해서는 보건의료연구원의 평가 결과가 현재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해 실제 조치로 이어지지 않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료행위 재평가 및 재분류 추진단을 구성했다며, 연구원의 근거 평가 자료를 검토해 급여·비급여 목록에서 직권으로 삭제하는 방안을 시행령 개정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근거 평가를 충실히 하는 동시에 그 결과에 따라 조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와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비급여 가격 관리와 수가의 원가 보전 요구에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필요한 비급여 영역도 남아 있어 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현재 가격 공개 수준의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며 “비급여 진료에 대한 가격 관리 기전을 좀 더 고민해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건보 재정과 의료자원의 불균형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비급여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보건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