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진료비에 비어 있는 전문의 자리…의료안전망 곳곳 공백

의료급여 2436억원·장애인 지원 296억원 미정산…외상센터 17곳 중 6곳 인력기준 미달 취약지 간호사 파견 충족률 36.2%…박지원 의원, 재정 추계·지역 채용 대책 주문

2026-10-05     최은택 기자
박지원 의원. [사진=국회]

저소득층과 장애인의 진료비 지급이 지연되고, 중증외상센터와 취약지 응급실은 필요한 의료진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의료급여 미지급금이 2436억원 규모로 다시 발생한 데 이어 장애인의료비 미지급금도 약 296억원까지 늘었다. 같은 해 권역 중증외상센터 17곳 중 6곳은 법정 인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5일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토대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실제 의료 수요를 반영한 예산 편성과 지역 의료인력 확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급자 과소추산 반복…올해도 추가 발생 우려

자료에 따르면 의료급여 미지급금은 2018년 6936억원에서 점차 줄어 2021~2024년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2435억5000만원이 발생했다. 지난해 예산은 수급자 157만9000명을 기준으로 편성됐으나 실제 수급자는 162만8000명으로 4만9000명 많았다.

올해 의료급여 예산은 추가경정예산을 거쳐 전년보다 약 1조3000억원 늘어난 10조1228억원으로 편성됐다. 그러나 7월 말까지 이미 81.9%가 집행됐다. 연말 수급자도 예산 편성 기준인 165만7000명보다 7만8000명 많은 173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부당청구 적발 이후 환수 관리에도 과제가 드러났다. 지난해 의료급여 현지조사를 받은 129개 기관 중 105개 기관에서 부당청구가 확인돼 적발률은 81.4%였다. 확인된 부당금액 14억6300만원 가운데 회수결정액은 4억1700만원으로 28.5%에 그쳤다. 별도로 집계된 지난해 통보 기준 전산상계 환수율은 66.4%였다.

장기입원과 중복 이용을 세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의료급여 수급자의 1인당 연간 진료비는 776만원으로 건강보험 가입자 256만1000원의 약 3배였다. 연간 내원일수는 각각 76.8일과 32일로 약 2.4배 차이가 났다. 180일 이상 장기입원자는 9만4738명이었으며, 이 중 요양병원 입원자가 54.1%를 차지했다.

다만 박 의원은 수급자에 고령자와 질환자 등 의료 필요도가 높은 계층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이용량을 줄이기보다 의학적 필요를 넘어선 과다·중복 이용과 장기입원을 선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의료급여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필요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핵심 사회안전망인 만큼 수급자의 의료접근권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며 “반복적인 수급자 과소추계로 수 천억원의 미지급금이 발생하는 상황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해 예산으로 정산…대형병원까지 지급 지연

장애인의료비 미지급금도 증가했다. 2021년 119억7000만원에서 2022년 153억8000만원, 2023년 255억5000만원, 2024년 272억5000만원, 지난해 295억7000만원으로 늘었다. 2021년과 비교하면 약 2.5배 규모다.

지난해 미지급금은 예산현액 358억7000만원의 82.4%에 달했다. 정부는 누적 미지급금 해소 등을 위해 올해 예산현액을 573억6000만원으로 약 60% 늘렸지만, 7월 말에도 미지급금 216억5000만원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급 지연은 대형 의료기관에서도 나타났다.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에서는 2018~2023년 장애인의료비 미지급금이 없었으나, 2024년 처음 발생했고 지난해에는 5개 기관 모두에서 확인됐다. 이들 기관의 미지급금 합계는 지난해 말 약 427만원에서 올해 7월 약 3934만원으로 9배 이상 늘었다.

이들 병원의 장애인의료비 진료실인원은 2023년 4164명에서 지난해 3667명으로 11.9%, 진료건수는 2만4297건에서 1만9758건으로 18.7% 감소했다. 다만 지급 지연과 진료 감소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박 의원은 전년도 미지급금을 다음 연도 예산으로 반복 정산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의료비 발생 규모를 예산편성 단계부터 정확히 반영하고 의료기관별 지급지연을 상시 모니터링해, 전년도 미지급금을 다음연도 예산으로 반복 정산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집공고에도 지원자 없어…남은 의료진 부담 증가

지역 중증외상 진료에서는 전문의 확보가 과제로 꼽혔다. 지난해 말 전국 권역 중증외상센터 17곳 중 6곳은 외과·심장혈관흉부외과·정형외과·신경외과 가운데 최소 1개 과목의 전담전문의가 없었다. 시설과 장비는 모두 법정기준을 갖췄지만, 일부 센터는 과목별 인력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목포한국병원·울산대병원·원광대병원·경상국립대병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력기준 미충족 상태가 이어졌다. 원광대병원과 경상국립대병원은 3개 이상 구성해야 하는 외상팀도 올해 사업계획상 각각 2개만 운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전담전문의는 2021년 199명에서 지난해 184명, 올해 6월 178명으로 감소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전문의 인건비 지원단가를 1억4400만원에서 1억6000만원으로 올리고 당직비도 증액했지만 채용난은 지속됐다.

원광대병원은 2023~2026년 전문의 모집에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올해 충북대병원은 15명, 제주한라병원은 4명을 모집했으나 지원자가 없었다.

인력이 줄면서 남은 전문의의 환자 부담도 커졌다. 원광대병원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전문의가 9명에서 3명으로 감소했고, 전문의 1인당 연간 중증외상환자는 55.7명에서 142.7명으로 약 2.6배 늘었다.

전문인력 양성사업의 집행도 부진했다. 지난해 ‘외상학 전문인력 양성사업’은 예산현액 8억6800만원 중 2억5000만원을 실집행해 집행률이 28.8%에 그쳤다. 전년도 77.3%보다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박 의원은 “채용이 어려운 지역에는 지역가산·장기근속·주거·교육 지원 등 실질적인 인력 확보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전문인력 양성을 지역센터 채용과 정착으로 연결하는 지원체계를 주문했다.

협약 맺어도 이용 저조…현지 진료지원 실태 점검해야

취약지 응급실 간호사 파견 역시 수요에 미치지 못했다. 2019년부터 올해 7월까지 의료기관이 요청한 간호사는 누적 563명이었으나 실제 파견은 204명으로 수요 충족률이 36.2%였다. 지난해에는 79명 요청에 27명, 올해 7월까지는 58명 요청에 21명이 파견됐다.

지역별 격차도 나타났다. 지난해 전북은 2명, 충북은 5명, 경남은 26명을 요청했지만 한 명도 배치받지 못했다. 반면 실제 파견인력 27명 중 인천·전남·경북에 배치된 인원은 19명으로 70.4%를 차지했다.

취약지 응급원격협진은 이송 판단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전체 협진 중 이송 관련 비중은 2024년 42.3%에서 지난해 80.3%, 올해 7월까지 84.2%로 높아졌다. 검사·처치와 결과판독은 2024년 각각 200건, 315건에서 지난해 118건, 85건으로 줄었다.

올해 7월까지 전체 협진 1219건의 92.6%는 목포한국병원과 원주세브란스병원에 집중됐다. 같은 시점 협약을 맺은 취약지 의료기관 75곳 중 실제 협진에 참여한 기관은 19곳으로 25.3%였다.

박 의원은 전원·이송 판단도 원격협진의 기능인 만큼 환자 중증도에 따른 불가피한 전원과 현지 인력·장비 부족에 따른 이송을 구분해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복적으로 간호사를 파견받지 못한 기관의 실제 수요와 협진 미이용 사유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취약지 간호사 파견은 신청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인력확보로 이어져야 한다”며 “이송 사유와 실제 전원 여부·소요시간을 분석해, 원격협진으로 보완할 부분과 취약지 자체 인력·시설을 확충해야 할 부분을 구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