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비 급여화에 획일적 기준 적용하면…농어촌 혜택 축소 우려

100병상 이상·평가 1~2등급 충족 457곳 중 군 지역 40곳…비중 13.4%→8.8% 강원 등 5개 시·도 인구감소지역 64곳 중 해당 병원 있는 곳 16곳뿐

2026-10-05     최은택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요양병원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에 병상 규모와 적정성평가 등급을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적용할 경우, 의료기반이 취약한 농어촌의 혜택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간병비 부담을 덜기 위한 정책이 기존 지역 의료격차를 확대하지 않도록 제공기관 선정 과정에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5일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 등을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복지부는 의료기능과 간병서비스 제공역량을 갖춘 ‘의료중심 요양병원’을 간병급여 제공기관으로 선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병상 규모, 의료기관 인증, 적정성평가, 의료인력 수준, 환자구성, 간병인 직접고용 등이 검토 대상이다. 구체적인 선정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박 의원실은 향후 선정기준이 지역별로 미칠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전국 요양병원 1285곳에 ‘100병상 이상’과 ‘적정성평가 1~2등급’이라는 두 요건을 적용했다. 그 결과 두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병원은 457곳으로 전체의 35.6%였다.

정부가 추진하는 요양병원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에 병상 규모와 적정성평가 등급을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적용할 경우, 의료기반이 취약한 농어촌의 혜택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간병비 부담을 덜기 위한 정책이 기존 지역 의료격차를 확대하지 않도록 제공기관 선정 과정에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챗GPT]

군 단위 충족률 23.3%…시·구는 37.5%

지역별 차이는 뚜렷했다. 군 단위 요양병원 172곳 중 두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곳은 40곳으로 충족률이 23.3%였다. 시·구 단위에서는 1113곳 중 417곳이 충족해 37.5%로 나타났다.

전체 요양병원에서 군 단위 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13.4%지만, 두 요건을 충족하는 457곳 중에서는 8.8%로 낮아졌다. 전체 병원 분포에 비례하면 군 지역에서 약 61곳이 포함되는 수준이지만, 실제 충족기관은 이보다 약 21곳 적었다.

인구감소지역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해당 지역 요양병원 214곳 중 두 요건을 충족하는 병원은 61곳으로 충족률이 28.5%였다. 비인구감소지역은 1071곳 중 396곳으로 37.0%였다.

박 의원실은 병상 규모와 의료인력 등 의료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기존 의료격차가 간병급여 제공기관 선정 과정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박지원 의원실]

강원 인구감소지역 12곳, 충족기관 한 곳도 없어

시·군별로는 지역 안에서 간병급여 제공기관을 확보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확인됐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인구감소지역 12곳 중 두 요건을 충족하는 요양병원이 소재한 시·군은 한 곳도 없었다. 강원 인구감소지역에 있는 요양병원은 8곳이지만 모두 두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지 못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전북 인구감소지역 10곳 중 4곳, 전남 16곳 중 5곳, 경남 11곳 중 3곳, 경북 15곳 중 4곳에만 해당 병원이 있었다.

강원·경남·경북·전남·전북의 인구감소지역 64곳을 합하면 두 요건을 충족하는 병원이 소재한 지역은 16곳에 그쳤다. 이들 64개 지역의 요양병원 129곳 중 두 요건을 충족하는 기관은 30곳이었다.

정부의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는 의료필요도가 높은 입원환자의 간병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요양병원의 간병서비스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정책이다. 복지부는 대상환자 선정기준과 적정 간병수가, 본인부담률, 간병인력 배치·관리기준 등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분석은 검토 가능한 요건 중 두 가지를 적용한 결과로, 실제 급여 제공기관 선정 결과는 아니다. 다만 해당 요건이 최종 기준에 반영될 경우 농어촌 주민의 접근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게 박 의원실의 지적이다.

박 의원은 “간병비 급여화는 환자와 가족의 간병비 부담을 덜기 위한 정책인데, 오히려 의료자원이 부족한 농어촌 주민들이 거주지역 때문에 혜택에서 제외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병상 규모와 의료인력 등은 이미 대도시와 농어촌 간 격차가 큰 영역인 만큼, 전국적으로 동일한 기준만 적용할 경우 기존의 의료격차가 간병급여 격차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최종 선정기준을 확정하기 전에 시·군·구별 예상 선정기관과 급여병상 공급 수준을 반드시 분석하고, 농어촌·인구감소지역에는 지역여건을 반영한 별도의 보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