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유연계약서 빠진 위험분담 의약품…표시가 조정 길 열어야

고가 항암제·희귀질환치료제 국내 공급 과제…환자 부담 유지하며 두 제도 병행 요구

2026-10-01     최은택 기자

[뉴스더보이스가 꼽은 국감 보험약제 이슈(끝) = ⑦ 국제 약가 참조와 국내 공급 안정] 해외에서 한국의 의약품 가격을 참조하는 움직임이 확대되면서 고가 항암제와 희귀질환치료제의 국내 공급을 보호할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개 가격과 실제 거래 가격을 분리하는 약가유연계약제가 시행됐지만, 기존 위험분담계약 적용 의약품은 원칙적으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이 환자와 건강보험의 부담을 유지하면서 두 제도를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국정감사에서 살펴볼 과제로 꼽혔다.

뉴스더보이스 취재 결과, 제약계에서는 해외 약가 참조 위험이 실질적으로 확인되고 안정적 공급이 우려되는 위험분담제 적용 의약품에 표시가 조정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건강보험 재정을 보호하는 기존 계약을 유지하면서 국내 도입과 공급을 지킬 수 있는 수단도 함께 활용하자는 취지다.

해외에서 한국의 의약품 가격을 참조하는 움직임이 확대되면서 고가 항암제와 희귀질환치료제의 국내 공급을 보호할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개 가격과 실제 거래 가격을 분리하는 약가유연계약제가 시행됐지만, 기존 위험분담계약 적용 의약품은 원칙적으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이 환자와 건강보험의 부담을 유지하면서 두 제도를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국정감사에서 살펴볼 과제로 꼽혔다. [사진=챗GPT]

한국의 낮고 투명한 가격…신약 출시 지연 우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다른 나라의 의약품 가격을 참조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약가가 낮고 투명해 해외 가격 결정의 기준점으로 노출되기 쉬운 환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약계가 우려하는 것은 이러한 구조가 신약의 한국 출시를 미루거나 아예 출시하지 않는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가격이 해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한국 환자의 치료 접근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지난 6월 약가유연계약제를 시행했다. 대외에 공개되는 표시가와 국내에서 실제 거래되는 실제가를 분리하는 제도다. 환자 부담과 건강보험 지출은 유지하면서 해외에서 참조하는 공개 가격을 조정해 국내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기존 위험분담계약 적용 의약품은 원칙적으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국제 약가 참조의 영향을 크게 받는 고가 항암제와 희귀질환치료제 대부분에 위험분담계약이 적용돼 있다는 점에서 제도의 목적과 적용 범위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한 제약계 관계자는 “국제 약가 참조의 영향을 크게 받는 고가 항암제와 희귀질환치료제는 대부분 위험분담계약이 적용돼 있다”며 “안정적 공급이 우려되는 의약품에는 기존 계약을 유지하면서 표시가를 조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계약 해지해야 유연계약…전환 절차도 미비

위험분담제 적용 의약품이 약가유연계약을 체결하려면 기존 위험분담계약을 해지해야 하지만, 이를 위한 절차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 때문에 제약사는 건강보험 재정을 보호하는 안전장치와 국내 공급을 지키는 장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는 것이다. 재정 관리와 환자 접근성을 함께 확보하려면 두 제도가 서로를 배제하는 구조부터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개선 방향은 위험분담계약을 유지한 상태에서 표시가만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병행을 허용하는 것이다. 특히 해외 약가 참조 위험이 실질적으로 확인되고 공급 안정성이 우려되는 의약품에는 표시가를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환자 본인부담과 건강보험 부담은 모두 실제가를 기준으로 유지한다는 점도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표시가 조정이 실제 약가 인상이나 환자 부담 증가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제도의 작동 방식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취지다.

본인부담·건보 지출 유지…조건 변경 경로 마련 필요

두 제도의 병행과 함께 기존 위험분담계약을 중도에 해지하거나 조건을 조정할 수 있는 공식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계약을 유지하면서 표시가를 조정하는 방안뿐 아니라 필요할 경우 계약을 변경할 수 있는 경로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제약계 관계자는 “환자 본인부담과 건강보험 부담은 실제가를 기준으로 유지하면서 표시가를 별도로 정하자는 취지”라며 “두 제도의 병행을 허용하고 기존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거나 조건을 조정할 수 있는 공식 절차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약계에서는 이러한 보완이 환자 부담과 건강보험 지출을 늘리지 않으면서 해외 약가 인하 압력에 취약한 고가 항암제와 희귀질환치료제의 국내 도입 및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재정 보호와 공급 안정이라는 두 목적을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적용 기준과 계약 절차를 마련하는 일이다. 위험분담제 적용 의약품의 약가 참조 위험을 살펴보고, 필요한 경우 기존 계약을 유지하면서 표시가를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요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