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형 제약 보험료 지원·국산 필수의약품 우선구매…복지부 “신중 검토”

4대 보험료 전액·인건비 보조안…“기존 혜택·입법례 종합 고려해야” 국내 생산 제품 공공조달 우대 추진…통상협정·약가 상승 등 쟁점 국회 보건복지위 박동찬 전문위원 법률안 검토 보고

2026-09-15     최은택 기자
[사진=보건복지부]

혁신형 제약기업의 4대 보험료와 인건비를 지원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국내 생산 필수의약품을 우선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안에 대해 정부가 나란히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사회보험료 지원은 주로 사각지대 해소를 목적으로 일부 보험료를 보조해 온 기존 제도와 차이가 있고, 국내 제품 우선구매는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동찬 전문위원은 지난 11일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된 2건의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에서 이 같은 쟁점을 제시했다.

보험료 전액 지원안…복지부 “특정 산업 육성 목적 신중해야”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벤처기업 중 신약 연구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해 기업이 부담하는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료를 국가가 전액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원 기간은 2027년 1월 1일부터 2031년 12월 31일까지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혁신형 제약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신설한다.

14일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현재 혁신형 제약기업은 일반 제약사 33곳, 바이오 벤처사 11곳, 외국계 제약사 4곳 등 모두 48곳이다. 이들 기업은 정부 연구개발 사업 참여 시 우대, 세액공제, 연구시설 입지규제 완화, 부담금 면제, 정책자금 융자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혁신형 제약기업의 연구개발과 사업 운영 등에 지원한 금액은 총 188억4100만원이다.

박 전문위원은 국내 바이오헬스 분야의 산업기술인력 부족률이 2024년 말 기준 3.4%로 12대 주요 산업 평균인 2.6%보다 높다는 점을 짚었다. 개정안은 기업의 고정비와 인건비 부담을 줄여 초기 자본이 부족한 벤처기업 등의 생존율을 높이려는 취지로 이해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존 사회보험료 지원 제도는 주로 소규모 사업장의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재량규정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건비 지원도 노인 고용기업이나 사회적기업 등 공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기업에 대한 보상적 성격으로 마련돼 있다고 했다.

박 전문위원은 혁신형 제약기업이 이미 연구개발·세제·정책금융 등의 지원을 받고 있고, 종사자 가운데 석·박사와 약사 등 전문인력 비중이 높으며 기업 규모도 작지 않은 점 등을 사회보험료·인건비 지원 입법례의 취지와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도 “연금은 국민의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한 사회보장적 제도로서, 특정 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한 연금보험료 지원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국산 필수의약품 우선구매…GPA 충돌·약가 상승 가능성 쟁점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의약품 비축이나 예방접종 등 구매사업을 시행할 때 국내에서 생산된 필수의약품을 우선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제약산업육성·지원종합계획에는 국내 연구개발·제조 기반 강화 등 의약품 자급화 촉진계획을 포함하도록 했다.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5년 구매한 의약품은 총 4246억4400만원 규모다. 국내 제품은 1234억8300만원으로 29.1%, 국외 제품은 3011억6100만원으로 70.9%를 차지했다.

그러나 국외 제품 구매액 중 상당 부분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구매에 따른 것이다. 이를 제외하면 질병관리청의 2025년 구매액은 국내 제품 1227억7200만원, 국외 제품 1111억5900만원이었다.

박 전문위원은 식약처가 구매하는 국외 제품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대체 의약품이 없어 수입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공부문이 의약품의 선도적인 수요자가 돼 국내 제약사의 투자 회수 가능성을 높이고 연구개발·생산·판매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는 개정안의 취지는 인정했다.

다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국내 생산 필수의약품 우선구매 조항을 현행 특별법이 아니라 의약품 비축과 관리를 규정한 감염병예방법과 약사법에 각각 두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WTO 정부조달협정과의 충돌 가능성도 쟁점으로 제시됐다. 이 협정은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공공조달에서 국내 제품과 협정 가입국 제품을 동등하게 대우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물품·용역 관련 개방 기준은 중앙정부 2억3000만원, 광역지방자치단체 3억5000만원이다.

다만 인간의 생명이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에는 예외가 인정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감염병 대응이나 백신·치료제 확보 등 국민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영역으로 적용 범위를 한정하면 일정 범위에서 정책적 재량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박 전문위원은 정부조달협정과의 충돌 가능성, 국내 의약품 우선구매에 따른 약가 상승 우려, 진료 현장에서 최적의 의약품을 선택할 기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 역시 “법률 체계의 정합성과 정부조달협정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