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 ‘약 배송 전면 확대’ 저지 비대위 출범

“국회 합의한 제한적 배송 원칙 지켜야”…16개 시도지부와 총력 대응 전자처방전달·비대면진료 지원체계 미비 지적…국회·시민사회 공조 강화

2026-09-09     최은택 기자

대한약사회가 비대면진료 처방 의약품의 배송 대상을 모든 환자로 확대하려는 정부 방침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국회가 취약계층에 한해 의약품 재택수령을 허용했는데도 관련 법이 시행되기 전 정부가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훼손하는 조치라며 총력 저지를 선언했다.

대한약사회는 9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비대위 발대식을 열었다.

발대식에는 권영희 대한약사회장과 비대위 공동위원장, 16개 시도지부장, 비대위 각 팀장과 팀원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대한약사회는 기존 ‘비대면진료 제도화 대응 태스크포스(TF)’를 확대·재편해 비대위를 구성했다. 비대위는 정부와 플랫폼 업계의 일방적인 제도 추진을 저지하고, 국민·환자 안전과 보건의료 공공성 측면에서 정책의 문제점을 알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국회 및 시민사회와의 공조도 강화하기로 했다.

“법 시행 전 배송 확대…사회적 합의 파기”

현행 의료법상 올해 12월 시행 예정인 비대면진료 의약품 재택수령 대상은 섬·산간·벽지 거주자,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등록장애인, 감염병 환자, 희귀질환자 등 5개 유형으로 제한돼 있다.

대한약사회는 투쟁선포문을 통해 “비대면진료 제도화는 국회와 보건의료계, 시민사회가 오랜 숙의 끝에 대면 원칙과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마련한 사회적 약속”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건의료계와 시민사회, 국회는 의약품 배송을 불가피한 취약계층에 한해 엄격히 허용하기로 합의했다”며 “정부가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국회의 입법 결정을 무시하고 전면 확대를 추진해 사회적 신뢰를 깨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약품 전달은 단순한 물품 배송이 아니라 투약 과정에 해당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약사회는 처방전 위·변조를 방지할 공적 전자처방전달시스템과 비대면진료를 관리할 지원시스템이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취약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공적 인프라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배송 대상을 확대하면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안전성 검증·부작용 평가부터 이뤄져야”

대한약사회는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겸업을 금지하는 약사법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정부가 배송 확대 방침을 내놓은 점도 문제 삼았다.

약사회는 이를 영리 플랫폼에 대한 특혜이자 보건의료 공공성을 훼손하는 조치로 규정했다. 비급여 처방과 조제 의약품 배송 실태에 관한 객관적인 통계나 체계적인 부작용 평가 자료가 제시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의약품 배송이 전면 허용되면 불필요한 의료 이용과 의약품 오남용이 늘어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권영희 회장은 “의약품 배송은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로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국회가 정한 제한적 배송 원칙은 반드시 엄격하게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약사회는 비대위를 중심으로 9만 약사의 역량을 총동원해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을 막아낼 것”이라며 “보건의료의 대면 원칙과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어떠한 시도와도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