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소비자단체 “비대면진료에 의약품 배송도 제도화해야”

재택수령 대상 전체 이용자로 확대 촉구…“진료만 비대면인 반쪽 제도 안 돼” 배송업체 등록·전 과정 추적 등 안전장치와 플랫폼 규제도 요구

2026-09-09     최은택 기자

환자·소비자단체들이 비대면진료 처방 의약품의 재택수령 대상을 모든 비대면진료 이용자로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약품 특성별 운송기준과 배송업체 등록제, 조제부터 수령까지의 추적체계 등을 마련해 접근권과 안전성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한국소비자연맹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소비자시민모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로 구성된 ‘의약주권 환자·소비자연대’는 9일 성명을 내고 “비대면진료와 의약품 배송을 함께 제도화해 소비자의 의료·의약품 접근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연대는 의약품 배송을 산업 활성화나 플랫폼 사업자의 이해관계가 아닌 환자와 소비자의 의료·의약품 접근권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면으로 진료와 처방을 받고도 의약품을 받기 위해 약국을 방문해야 한다면 제도 도입에 따른 편익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환자·소비자단체들이 비대면진료 처방 의약품의 재택수령 대상을 모든 비대면진료 이용자로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약품 특성별 운송기준과 배송업체 등록제, 조제부터 수령까지의 추적체계 등을 마련해 접근권과 안전성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사진=챗GPT]

“현행 재택수령 대상, 실제 필요 반영 못 해”

연대는 비대면진료가 처방과 복약지도, 의약품 수령까지 안전하게 연결돼야 완성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항암치료로 면역력이 떨어져 외출이 위험한 암 환자와 장기요양 등급을 받지 못한 거동 불편 고령자, 수술 또는 골절로 이동이 어려운 환자, 영유아 보호자, 직장인·교대근무자, 돌봄 가족 등을 의약품 배송이 필요한 사례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현행법상 재택수령 허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행 제도는 섬·벽지 거주자와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등록장애인, 제1급·제2급 감염병 환자, 희귀질환자 등 5개 유형에 대해서만 비대면진료 처방 의약품의 재택수령을 허용하고 있다.

연대는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노인은 배송받을 수 있지만 거동이 똑같이 불편해도 등급외 판정을 받은 노인은 약국에 가야 한다”며 “중증 암 환자도 희귀질환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된다”고 했다.

이어 “다섯 가지 유형의 열거는 환자의 실제 필요가 아니라 행정적 범주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배송의 안전성은 환자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의약품의 특성과 배송체계 수준에 달린 문제”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가 환자·소비자단체와 진행한 간담회에서 1형 당뇨병 환자와 장애인단체가 비대면진료와 의약품 배송을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연대는 이를 근거로 의약품 배송 요구를 플랫폼 기업의 사업 확대 요구로만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선택권 확대일 뿐 이용 강제 아니다”

연대는 의약품 배송을 의료취약계층에게만 필요한 서비스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육아와 돌봄, 직장생활, 지역 간 의료격차 등으로 의료기관과 약국 방문에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일반 소비자에게도 유용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비대면진료가 허용된다고 모든 환자가 비대면진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의약품 배송이 허용된다고 모든 환자가 배송을 이용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환자가 대면진료와 비대면진료를 선택하는 것처럼 의약품도 약국 방문수령과 배송 가운데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대면진료에 동일 증상 대면진료 이력과 초진 지역, 처방 가능한 의약품과 기간, 의료기관 종별·비율 등의 제한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의약품 수령 방식까지 지나치게 제한하면 실질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오남용 우려 의약품은 처방·배송 단계서 관리

의약품 오남용과 부적정 처방·조제, 배송 과정의 변질·오배송, 복약지도 약화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안전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대는 온도관리가 필요한 의약품과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 우려 의약품 등에 엄격한 관리기준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탈모·다이어트·여드름 치료 등 비급여 의약품의 무분별한 처방 우려와 관련해서는 오남용 우려 의약품과 초진 처방이 부적절한 의약품을 처방 단계부터 관리하고, 필요하면 배송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위법령에 규정하자고 제시했다. 비급여 의약품의 처방을 유도하는 진료와 광고도 규율 대상으로 꼽았다.

연대는 “오남용이 문제라면 처방과 조제를 관리하고, 배송 중 안전이 문제라면 배송기준과 책임체계를 만들면 된다”며 “위험의 존재는 이를 관리할 제도를 만들어야 할 이유이지 서비스 자체를 금지할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복약지도는 전화나 화상 등의 방식으로 실시하고, 의약품 수령 후 사후상담을 보장하는 방안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송업체 등록제·환자 선택권 제안

플랫폼과 배송업체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플랫폼이 특정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우대하거나 특정 의약품의 처방을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환자가 약국을 직접 선택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송업체 선택 권한을 약국에만 부여하는 방식에도 반대했다. 약국이 배송업체를 지정하면 특정 업체 몰아주기와 담합, 배송비 인상 우려가 있고 그 부담이 환자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연대는 환자와 소비자가 등록된 배송업체 중 원하는 업체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전한 운송을 위해서는 배송업체 등록제를 도입하고 온도관리 설비와 종사자 관리, 오배송·분실 방지, 조제부터 수령까지 전 과정 추적 등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운송 중 사고에 대한 배송업체의 책임과 위반 시 처벌규정도 법률에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국회에는 대상 확대, 정부에는 세부기준 마련 촉구

연대는 국회에 현행 5개 유형으로 제한된 의약품 재택수령 대상을 전체 비대면진료 이용자로 확대하고, 배송업체 등록제와 위반 시 처벌규정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정부에는 의약품 특성에 따른 운송기준과 배송업체 등록·관리체계, 조제부터 배송·수령까지 추적 가능한 시스템, 본인 또는 대리인의 수령 확인, 사고 발생 시 책임주체, 전화·화상 사후상담 등을 하위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할 것을 촉구했다.

국회와 정부가 플랫폼의 불공정한 유인·알선 행위를 규제하고 환자의 약국·배송업체 선택권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대는 “비대면으로 진료받고 처방까지 받은 환자에게 약을 받기 위해 다시 이동하라고 하는 것은 비대면진료의 취지를 스스로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안전은 배송을 막기 위한 명분이 아니라 안전한 의약품 배송제도를 만들기 위한 기준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대면진료가 국민이 실제로 이용하기 어려운 ‘반쪽짜리 제도’가 되지 않도록 의약품 배송을 함께 제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