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시선] ‘우리 곁의 환자’ 작은 씨앗, 국민적 연대로 자라나길
다양한 단체 참여하고 교육·사례 확산하며 지속 발전 기대
환자는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다. 병원 안에서 치료받는 사람만을 뜻하지도 않는다. 치료를 받으면서 학교와 직장에 다니고, 가족을 돌보거나 친구를 만나며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시작한 ‘우리 곁에 환자, 환자 곁에 우리: 어쩌면, 우리 이야기’ 공동캠페인이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환자를 우리와 분리된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에서 벗어나 환자의 목소리와 경험을 듣고, 이해와 공감을 지지와 연대로 확장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질병은 오늘 이웃의 이야기일 수 있고, 내일은 가족이나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캠페인 슬로건에 담긴 ‘어쩌면, 우리 이야기’라는 표현은 환자를 타자화해 온 사회적 인식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캠페인과 함께 실시된 인식조사에서는 환자·가족의 88.0%, 일반인의 85.6%가 ‘환자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태’라는 데 동의했다. 누구나 환자가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상당 부분 형성돼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환자·가족의 60.3%는 사회생활과 직장, 학교 등 일상에서 한 가지 이상의 어려움이나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보건의료 정책에 환자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응답도 환자·가족은 91.2%였지만 일반인은 75.2%였다. 환자를 바라보는 인식과 환자가 실제로 마주하는 현실 사이에 적지 않은 간극이 있음을 보여준다.
설문 참여 과정에서도 환자와 환자가족의 절실함이 드러났다.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참여자가 이틀 만에 500명을 넘어섰다며, 이는 환자와 환자가족이 이 문제를 얼마나 절실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짧은 기간에 이어진 적극적인 응답은 환자들의 현실과 목소리를 사회에 알릴 통로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캠페인이 이 간극을 좁히려면 ‘환자는 우리 곁에 있다’는 선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우리 주변의 환자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학교와 직장,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어떤 어려움과 차별을 겪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줘야 한다.
환자들의 경험이 축적되고 널리 공유된다면 막연한 공감은 보다 구체적인 이해로 바뀔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곁의 환자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실천 방안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 공감에서 멈추지 않고 지지와 연대, 행동으로 나아가려면 캠페인이 전달하려는 핵심 메시지 역시 더욱 선명해져야 한다.
환자의 개념과 정책 대상을 구체화하는 논의도 필요하다. 환자에는 중증·만성질환으로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사람뿐 아니라 질병이나 낙상, 교통사고 등으로 일정 기간 치료가 필요한 사람도 포함될 수 있다. 환자기본법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정책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환자를 하나의 포괄적 개념으로만 다루기보다 상황과 필요에 따라 구분하고, 각각에 맞는 정책 대상을 설정하는 접근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학교 교육과 연계하는 방안도 발전시킬 만하다. 학교에는 지속적인 치료를 받으며 생활하는 학생이 있을 수 있다. 청소년들이 주변의 환자를 어떻게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 배울 수 있도록 환자 인식 개선 내용을 교육 프로그램에 담는 방안은 장기적인 사회 인식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캠페인은 필사 챌린지와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등을 통해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출발했다. 접근하기 쉬운 참여 방식은 캠페인의 문을 넓히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는 여기에 환자들의 구체적인 삶과 경험을 연결하고, 참여자들이 서로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는 기반을 더해 나가야 한다.
참여 주체도 넓어져야 한다. 두 단체와 제약업계 회원사에 머물지 않고 다른 환자단체와 보건의료 공급자단체, 정부기관과 국회 등으로 참여가 확산될 때 캠페인의 사회적 파급력도 커질 수 있다.
무엇보다 일회성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 현재의 시즌1을 시작으로 시즌2와 시즌3을 이어가며 해마다 새로운 목표와 참여 방식을 더해가는 지속적인 캠페인으로 발전해야 한다. 환자의 목소리를 모으고 사회에 알리는 활동이 쌓일수록 환자를 대하는 일상의 태도와 의료현장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우리 곁에 환자, 환자 곁에 우리’는 이영신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부회장의 말처럼 이제 막 작은 씨앗을 심었다. 이 씨앗이 국민적 호응 속에서 뿌리내리고, 환자가 차별이나 불이익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지지하는 사회적 연대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환자의 이야기가 진정한 ‘우리 이야기’가 될 때까지 캠페인이 멈추지 않고 거듭 발전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