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3] “병동전담약사 포함 다학제팀 제도화…환자안전 성과로 보상해야”
간호·약사 협업 표준모델 마련하고 고위험 병동부터 단계적 도입 제안 약력 조회 권한 확대·야간과 주말 안전망 구축 필요성도 제기
입원환자의 안전과 치료 성과를 높이기 위해 입원전담전문의와 병동전담약사, 간호사가 참여하는 다학제팀의료를 제도화하고 적절한 수가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병동에 인력을 단순 배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입·퇴원 약물 조정과 다학제 회진, 환자교육 등 실질적인 협업 활동과 환자안전 성과를 평가해 보상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 같은 의견은 25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입원환자 다학제팀의료, 필수의료를 지키는 협력의 힘!-환자안전과 치료성과 향상을 위한 정책·제도 개선 방향’ 국회 정책토론회 패널토론에서 제시됐다.
토론회는 남인순 국회부의장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김윤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병원약사회와 대한병원의학회가 공동 주관했다. 패널토의 좌장은 오태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장이 맡았다.
“병동간호사까지 참여하는 환자 중심 협력체계 필요”
추영수 대한간호협회 이사 겸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선임 간호부장은 이날 패널토론을 통해 다학제팀의료를 “업무를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한 환자를 향한 책임을 끊김 없이 연결하는 환자안전 체계”라고 규정했다.
추 이사는 “간호사는 24시간 환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치료과정을 지키는 의료인”이라며 “처방과 조제가 정확해도 의약품이 환자에게 투여되고 효과와 부작용이 관찰돼 다음 의사결정으로 되돌아가지 않으면 안전한 치료는 완성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는 진단과 치료의 최종 결정을 하고, 약사는 약물요법을 정밀하게 검토하며, 간호사는 안전하게 투여한 뒤 환자의 반응을 다시 팀에 전달해야 한다”며 “각자의 역할이 분명할수록 협력은 빨라지고 환자안전은 더욱 단단해진다”고 강조했다.
고령환자와 복합질환자, 다약제 복용환자가 늘면서 입원 전 복용 의약품을 정확히 확인하고 치료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약물 변경이나 누락을 관리하는 일이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간호사가 환자의 상태와 실제 복약 상황을 파악하고, 약사가 정확한 약력을 작성해 약물의 적절성과 중복·상호작용을 검토한 뒤 이를 기반으로 의사가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면 환자안전은 훨씬 강화될 수 있다”고 했다.
다학제팀에는 입원전담전문의와 병동전담약사, 진료지원전담간호사뿐 아니라 환자를 직접 돌보는 병동간호사도 참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모든 간호사가 회진에 참여하기 어렵다면 담당간호사의 관찰 내용과 환자 특이사항을 사전에 공유하고, 회진 결과를 다시 병동간호팀에 전달하는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했다.
간호사와 약사의 협업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표준모델도 주문했다. 입원 후 24시간 이내 최적 약력 작성과 처방 검토, 고위험 의약품 모니터링, 수술 전후 약물 조정, 약물이상반응 관찰, 전동·퇴원 시 약물 조정 등을 프로토콜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 이사는 “모든 병동에 동일한 방식으로 병동전담약사를 배치하기보다는 고령환자와 다약제 사용 환자가 많거나 혈액종양내과·장기이식·중환자실·신경과 등 위험도가 높은 병동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간뿐 아니라 야간과 주말에도 공백 없이 필요한 약물 정보가 공유되도록 전자의무기록 기반 협업체계와 자문으로 연결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적정 간호인력 배치와 병동전담약사 확보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간호사의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으면 환자 관찰과 약물이상반응 확인, 회진 참여, 환자교육을 충분히 수행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보상체계는 단순한 인력 배치 여부가 아니라 약물 불일치와 이상반응 감소, 재원기간과 재입원율 변화, 복약 이행도, 환자·보호자 만족도, 직종 간 의사소통 개선 등 환자 결과를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동전담약사 활동 뒷받침할 인력·수가 마련해야”
윤정이 한국병원약사회 부회장 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약제부 조제팀장은 병동전담약사를 포함한 다학제 진료모형을 필수의료의 환자안전망으로 제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 부회장은 “입원환자의 중증도가 높아질수록 복용 의약품 수가 늘고 상호작용과 중복, 누락 등의 오류 위험도 증가한다”며 “고위험 의약품은 환자에게 치명적인 위해를 일으킬 수 있어 모니터링과 약물이상사례의 사전 예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입원과 병실·진료과 이동, 퇴원 등 치료환경이 바뀌는 시점마다 비의도적인 약물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가 복용하던 의약품의 정확한 목록을 파악하고 현재 목록과 비교해 불일치를 확인하는 약물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 부회장은 “병동전담약사는 담당 병동의 의약품 관련 포괄적 업무를 맡고 입·퇴원 등 치료이행기에 약력관리와 약물조정을 수행해 처방오류와 약물이상사례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병동전담약사가 병동에 상주하면서 회진에 참여하고 환자 상태를 확인해 의료진과 치료계획을 협의하는 예방적 약물치료 개입도 강조했다. 처방단계에서 오류를 발견하고 수정해야 예방 가능한 약물이상사례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현재 국내에서는 일부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실과 노인·종양·소아병동 등을 중심으로 병동전담약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충분하지 않아 의료기관별 편차가 크고 표준업무 모델을 적용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고 진단했다.
윤 부회장은 “전문약사가 감염과 노인, 심혈관, 종양, 중환자 등 전문영역에서 고난도 처방중재를 주도하도록 다학제팀에 참여시키고 병동에 상주시켜야 처방중재의 수용률과 적시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병동전담약사의 치료계획 수립과 약물치료관리, 약물조정, 약물이상반응 예방, 환자·보호자 교육을 뒷받침할 인력과 수가 보상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현재 병원약사 인력 기준은 여전히 조제 중심에 묶여 있다”며 “병동전담약사 활동이나 팀의료에 참여할 수 있는 인력과 수가 등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입 초기에는 중환자실과 다약제 사용 비율이 높은 환자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중환자는 다양한 의약품을 투여받기 때문에 환자별 약물동력학적 특성을 반영한 투여계획과 용법·용량, 투여경로 선택이 치료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환자 약력을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도 내놨다. 윤 부회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개인투약이력 응급조회 권한은 응급의료종사자에게만 제공돼 약사에게는 조회 권한이 없다”며 “신속한 약력 확인은 환자안전의 최우선 요소인 만큼 약사의 조회 권한을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치 수가 아닌 실제 팀 활동과 성과에 보상해야”
서한기 연합뉴스 선임기자는 다학제팀의료가 의료현장의 표준으로 정착하려면 시간과 인력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직역 간 대면 소통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 기자는 “의사와 간호사, 약사가 환자 한 명을 중심으로 함께 상태를 살피는 것은 의료의 기본”이라며 “전공의 개인의 과중한 노동에 의존해 병동을 유지해 온 상황에서 이제라도 팀 진료 체계를 의료의 확고한 중심축으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주말과 야간에 발생하는 인력 공백을 문제로 꼽았다. 평일 낮 이외의 시간에 입원한 환자는 담당 약사가 없어 간호사가 기존 처방전을 확인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만큼, 팀 진료 체계가 주말과 야간에 멈추면 환자안전망에도 빈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직역 간 소통 방식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약사가 서면으로 중재하는 것보다 의사·약사·간호사가 병동에서 직접 만나 함께 회진하고 논의할 때 처방중재 수용률이 높아지는 만큼, 팀 진료의 핵심은 병동 현장에서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수가 신설에 대해서는 국민과 환자에게 효과를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 기자는 “새로운 수가가 특정 직역이나 병원의 수익을 늘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약물사고를 예방하고 재원기간을 줄여 환자의 총진료비와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한다는 점을 국민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병동전담약사가 환자의 기존 복용 의약품을 입원 즉시 심평원 전산망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데이터 접근 권한과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수가체계는 병동전담약사를 배치했다는 이유만으로 보상하기보다 병동 상주와 다학제 회진, 퇴원환자 복약지도 등 실제 팀 활동을 수행했을 때 보상하는 단계별 성과수가로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서 기자는 “모든 병동에 한꺼번에 도입하기 어렵다면 여러 의약품을 복용하는 고령환자와 수술 직후 환자, 중환자실 등 약물사고 발생 시 피해가 큰 고위험 병동부터 시범사업을 확대해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 혁신은 공급자 간 명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가 느끼는 최소한의 안전에서 시작된다”며 “환자 중심의 다학제팀 진료가 병원의 표준으로 정착하도록 실질적인 법과 제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