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해법 놓고 전문가들 "면책만으론 부족…국가 수용책임 강화해야"

응급진료 과실 판단 합리화·공적 보상 주문…형사책임 추가 완화엔 이견 "환자 갈 병원 사전에 정해야"…정부 "이송체계 혁신·법제 개선 함께 추진"

2026-08-20     최은택 기자

응급의료 전문가들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줄이기 위해 응급의료 현장의 형사책임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면책 범위와 방식에서는 시각차를 드러냈다.

의료진 보호와 함께 국가가 응급의료체계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분담하고 피해 환자를 신속하게 보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반면, 이미 형사처벌 특례가 도입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책임 감면이나 면제를 추진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왔다.

특히 형사책임 완화만으로는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하기 어렵고, 환자가 발생한 뒤 수용 병원을 찾는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질환과 중증도에 따라 목적병원을 사전에 정하는 이송체계와 실제 최종치료 역량을 갖춘 의료자원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의료소비자 측에서는 응급환자가 일반 소비자와 달리 의료기관이나 의료진을 선택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응급환자 수용을 개별 병원의 책임이 아닌 국가의 의무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의료진의 책임을 줄이는 만큼 피해 환자와 가족에 대한 국가 차원의 구제책을 강화하고 사고 원인에 관한 정보도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다.

19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 주최,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주관으로 열린 ‘응급실 뺑뺑이 해소를 위한 응급의료 형사책임 개선과 피해 환자 보상체계 구축 방안 국회 토론회’ 패널토론에는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광주응급의료지원단장, 정경원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경기남부지역권역외상센터장, 정종헌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박호균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대표변호사·한국의료변호사협회 회장, 이중규 보건복지부 공공정책관이 참여했다.

정지연 사무총장은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을 대신해 참석했다. 좌장은 보건복지부 차관을 지낸 이기일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보건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응급의료 전문가들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줄이기 위해 응급의료 현장의 형사책임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면책 범위와 방식에서는 시각차를 드러냈다.
의료진 보호와 함께 국가가 응급의료체계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분담하고 피해 환자를 신속하게 보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반면, 이미 형사처벌 특례가 도입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책임 감면이나 면제를 추진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왔다. [사진=한국환자단체연합회]

"공적 배정 특례 앞서 일반 응급진료 과실 판단 합리화해야"

조용수 교수는 응급환자 미수용이 단순히 응급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필요한 인력·병상·장비가 실제로 없는 ‘자원 제약’,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하거나 기관 간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정보·조정 실패’, 조건부 수용은 가능하지만 나쁜 결과에 따른 법적 위험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상황실의 공식 요청을 수용한 경우에만 강한 법적 보호를 제공하기에 앞서 모든 응급진료에서 과실과 중대한 과실을 판단하는 기준부터 합리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판단 당시 이용할 수 있었던 정보와 실제 인력·병상·장비, 동시에 진료하던 다른 환자, 당시 가능한 전원 방법 등을 과실 판단에 반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국가가 의료기관의 통상적인 역량을 넘어선 환자 수용을 요청했다면 추가적인 위험을 국가가 더 많이 분담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봤다. 다만 공식 요청에 따른 형의 필요적 면제는 일반적인 응급의료 보호를 대체하는 제도가 아니라 그 위에 추가되는 ‘안전지대’로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공적 배정 과정 자체에 대한 기준과 책임체계도 주문했다. 최초 환자정보와 의료기관이 고지한 자원 상태, 검토한 다른 의료기관, 후속 전원계획, 최종 선정 이유 등을 시간과 함께 자동으로 기록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뤄진 배정의 시스템상 위험은 운영기관이나 국가가 우선 부담하는 방식이다.

환자 보상은 의료인의 형사절차 결과와 분리해 신속하게 작동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추가 환자 수용으로 자원이 분산되면서 기존에 진료 중이던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까지 보상 범위에 포함할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받아줄 병원 찾기보다 환자가 갈 곳 미리 정해야"

정경원 교수는 응급환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의료진의 과도한 형사책임을 줄이고 불가피한 피해를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보다 근본적인 해법은 이송체계 자체의 변화라고 강조했다.

환자가 발생한 뒤 ‘받아줄 병원’을 찾는 방식이 아니라 환자의 중증도와 질환에 따라 1차 목적병원을 사전에 정하고, 해당 병원이 수용하지 못할 때 즉시 작동하는 백업·바이패스 체계까지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황실 역시 수십 개 병원에 전화를 돌려 당일 수용 가능한 곳을 찾는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 교수는 광역상황실이 병원을 선정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송체계의 성공 여부를 평가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체 응급환자를 기준으로 최종치료까지 걸린 시간과 환자의 임상결과까지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119의 환자 분류에서 병원 선정, 이송, 응급실 진료, 수술·중환자치료 등 최종치료와 환자 결과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데이터로 연결하는 ‘지역 응급의료 통합 모니터링 체계’ 구축도 제안했다.

중대한 이송 지연이나 수용 실패 사례는 특정 개인의 책임을 묻는 데 그치지 말고 의료진과 119, 상황실, 의료기관, 행정기관이 함께 원인을 분석해 시스템 개선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수용능력이 없는 병원에 국가가 환자를 보내고 이후 의료진 면책과 환자 보상으로 해결하는 방식은 “최후의 안전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먼저 환자 수요를 예측해 전문인력과 수술실, 중환자실, 병상, 이송수단을 배치하고 불가피한 예외 상황에서 의료진 책임 제한과 국가 보상을 적용하는 것이 순서라는 것이다.

"국가가 배정했다면 사법 위험·피해도 분담해야"

정종헌 교수는 응급실 뺑뺑이를 개별 의료진의 윤리적 해이나 태만 문제가 아니라 절대적인 자원 부족과 국가 응급의료 배분 시스템의 한계에서 발생한 구조적 문제로 진단했다.

국가가 응급환자의 이송과 배정에 개입하는 만큼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법적 위험과 피해를 의료진이나 환자에게만 부담시켜서는 안 된다고 했다. 환자 배정의 중앙화와 명확한 형사면책 요건, 수사 개시 전 전문심사, 공적 보상체계를 결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형사책임 특례는 상황별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비의료인이나 업무수행 중이 아닌 응급의료종사자의 선의의 응급처치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상해뿐 아니라 사망에 대해서도 필요적 면제로 전환하고, 근무 중인 응급의료종사자의 일반적인 응급진료 과정에서 발생한 경과실 역시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필요적으로 면제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객관적인 인력·병상 부족 등 수용곤란 사유가 있는데도 중앙·권역상황실 요청에 따라 중증환자를 수용했다면 국가의 시스템적 개입이 존재하는 만큼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형사책임을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별도의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 거부까지 면책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응급의료 전용회선 녹취와 응급의료정보통신망 기록 등을 활용해 부당한 수용 거부에는 엄격하게 책임을 묻고, 시스템 요청에 따라 환자를 수용한 의료인에게 형사특례와 재정·행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형사절차에 들어가기 전 전문적인 사전심사제도를 상설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응급의료 사상 사건은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앞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 절차 등을 활용해 당시 진료환경과 의학적 불가피성을 검토하자는 것이다.

심사기구에는 의료인뿐 아니라 법률가와 환자단체 추천 위원을 참여시켜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피해 환자에 대해서는 응급의료기금 등을 활용한 국가 차원의 무과실 공적 보상체계를 형사특례와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용 거부 사유 열거보다 국가가 갖춰야 할 조건 정해야"

정지연 사무총장은 응급환자는 일반적인 의료소비자와 달리 병원을 비교해 선택하거나 의료진과 치료 방법을 충분히 검토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119에 신고하는 순간 국민은 사실상 자신의 생명을 국가 응급의료체계에 맡기게 되는 만큼 응급실 문제를 개별 병원의 문제가 아닌 국가 시스템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사무총장은 필요한 범위의 형사면책과 적극적으로 환자를 수용한 의료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피해 환자에 대한 국가 보상, 이송병원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구축이라는 전체적인 방향에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응급환자 수용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를 법률에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수용 거부 사유를 하나씩 법제화하면 응급의료를 보장하는 법이 아니라 의료기관이 환자를 받지 않아도 되는 사유를 정해 놓는 법으로 작동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 병원이 환자를 거부할 수 있는지를 정하기보다 어떤 응급환자도 갈 곳이 없지 않도록 국가가 반드시 갖춰야 할 인력과 병상, 수술실, 중환자실, 이송수단, 최종치료기관 등을 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개별 병원에 수용 거부권을 부여하는 방식보다 국가의 응급환자 수용 보장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 사무총장은 권역별로 필요한 전문의와 병상, 수술실, 중환자실, 이송수단과 최종치료기관을 확보해 어떤 응급환자도 갈 곳이 없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지역별·질환별 미수용 사례와 전문의 부족, 수술실·중환자실 부족에 따른 장거리 이송 사례를 데이터로 확인하는 통합 모니터링 체계도 주문했다. 특정 지역과 질환에서 수용 실패가 반복되는지를 분석해 조기에 위험을 파악하고 자원을 보완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 성과 역시 상황실이 병원을 선정했는지가 아니라 환자가 최종치료를 받고 어떤 결과에 이르렀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진 책임 줄이는 만큼 환자 피해구제 강화해야"

정 사무총장은 의료진의 형사책임을 완화할 경우 피해 환자와 가족의 권리가 약화되지 않도록 국가의 피해구제 책임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운영하는 119와 응급의료체계를 믿고 이송된 환자에게 사고가 발생했는데 의료진과 의료기관 모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고 국가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시스템의 모든 위험이 환자와 가족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의 위험 분담이라는 관점에서 응급의료 피해보상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사고 원인에 대한 입증 책임을 환자와 유족에게 사실상 떠넘기는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송·수용과 관련된 정보는 국가와 의료기관이 보유하고 있는데도 사고 이후 환자나 유족이 직접 이송 과정과 의료기관의 판단을 찾아내고 입증해야 한다면 실질적인 피해구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국가가 관리하는 응급의료체계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국가가 관련 과정을 기록·조사하고 피해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사고 발생 이후 책임 소재를 가리는 문제에 머물게 하지 말고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사전 예방의 문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형사책임 추가 완화엔 신중론…"보상 확대·컨트롤타워 강화 필요"

박호균 대표변호사는 다른 시각을 내놨다. 응급환자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를 법제화하고 이송병원 선정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며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는 방향에는 동의했지만, 민·형사책임 면제 확대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응급의료기관 보상 역시 응급의료만 떼어놓기보다 필수의료 전반의 보상체계와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응급환자 진료거부의 정당화 사유를 조속히 법제화하고 이송병원 선정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는 데 찬성했다. 응급의료기관과 응급의료종사자에 대한 개별 보상 확대, 응급의료기관의 수가 개선 등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반면 의료기관의 과실이 인정된 경우 민사책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허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예외적인 제도 도입을 논의한다면 응급실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보상제도를 먼저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형사책임 추가 완화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2027년 시행 예정인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에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대한 형 감면과 공소제한 특례가 이미 도입됐다는 점 등을 들어 현 시점에서 응급의료법에 별도의 형사책임 감면·면제를 추가로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대안으로는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의 이송 의료기관 지정 기능 강화와 의료기관의 수용불가 사유 사전고지제도, 응급의료기관 수가 및 종사자 인센티브 강화, 경증환자의 진료비 본인부담 확대,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 거부에 대한 행정·형사적 규제 강화 등을 제시했다.

정부 "이송체계 혁신사업 확대…수용 거부 기준도 국회 논의"

이중규 공공정책관은 응급환자 미수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급대와 의료기관, 상황실 등 응급의료체계 참여 주체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하는 이송체계 혁신사업 역시 각 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토대로 협력해 미수용 문제를 최대한 줄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정책관은 응급환자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적 부담과 관련해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이 2027년 5월 시행될 예정이고, 수용 거부 기준 등을 다루는 응급의료법 개정도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의 형사책임 조정과 응급환자 수용 기준, 피해 환자 보상 등은 각각 분리된 사안이 아니라 응급의료체계 전반의 개선과 함께 검토해야 할 문제라는 취지다. 그러면서 "정부도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줄이기 위한 최선의 대안을 계속 모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