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수용 늘리려면 형사책임 부담 낮추고 보상·지원 병행 필요”
박성민 교수, 응급의료 과실 판단 때 당시 진료환경·특수성 고려 제안 실시간 정보 기반 이송 컨트롤타워 구축…수용 병원 재정지원 강화 경과실 형사책임 면제와 피해 환자·유족 응급의료기금 보상 제시
응급환자 수용을 촉진하려면 수용이 어려운 환자를 받아 진료하는 의료인의 형사책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의료기관에 대한 재정 지원과 피해 환자 보상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응급의료 과정의 과실을 판단할 때도 사후 결과만 볼 것이 아니라 당시 진료환경과 응급의료의 특수성을 고려하도록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성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응급실 뺑뺑이 해소를 위한 응급의료 형사책임 개선과 피해 환자 보상체계 구축 방안 국회 토론회'에서 '응급환자 수용 촉진을 위한 형사책임 개선과 피해 환자 보상체계 검토'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주관했다.
박 교수는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들을 검토해 크게 네 가지 시사점을 제시했다. 수용하기 어려운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인의 민·형사상 책임 부담을 낮추는 방안, 의료자원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이송병원을 선정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구축, 수용이 어려운 환자에게 응급의료를 제공한 의료기관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형사책임 감면·면제, 응급환자 미수용의 정당한 사유를 구체화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체계 마련 등이다.
“의료진 민사·형사책임 부담, 응급환자 수용에 영향 미쳐”
박 교수는 먼저 수용하기 어려운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민사책임이나 형사처벌 부담 문제를 짚었다.
발제문에는 보건복지부의 2025년 연구 결과를 인용해 1년에 고소되는 의사가 평균 약 752명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반면 같은 자료에서 1년 이내 실제 기소된 의사는 38명으로 제시됐다. 기소된 의사의 진료과목 가운데 응급의학은 4.7%였다.
또 박 교수는 동일 사건에서도 형사책임이 부정되더라도 민사책임은 성립할 수 있다는 판례를 제시하며 응급의료 현장에서 의료인이 체감하는 법적 부담을 살폈다.
이와 함께 국회에 제출된 관련 응급의료법 개정안들을 검토했다. 이주영 의원안은 선의의 응급의료행위에 대한 형사책임 면제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고, 김윤 의원안은 '응급환자 수용불가 사전고지 제도'와 응급의료종사자의 형사책임 면제 등을 제안한 것으로 소개됐다.
실시간 의료자원 파악해 이송병원 선정하는 컨트롤타워 필요
박 교수는 응급환자 이송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의료자원을 파악해 이송병원을 선정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봤다.
발제문에서는 119구급대나 구급상황센터가 응급환자의 이송병원을 우선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양부남 의원안과 응급의료기관 간 환자 수용능력 확인 및 이송·전원·최종치료 체계를 강화하는 내용의 김윤 의원안 등을 검토했다.
박 교수는 응급환자 이송 과정에서 의료기관의 수용 가능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환자 상태와 의료기관의 실제 진료자원 정보를 토대로 이송병원을 정하고 조정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에 주목했다.
또 수용할 수 없는 환자에 대해서는 그 사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발제문에는 응급환자 수용에 필요한 시설·장비 등의 부족, 해당 응급환자의 처치 관련 전문과목 전문의 부족, 그 밖에 정상적으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는 사유 등을 '정당한 사유'로 규정하는 허영 의원안 등이 제시됐다.
수용 어려운 환자 받은 의료기관에는 재정적 지원 강화 필요
박 교수는 "수용하기 어려운 환자를 받아 응급의료를 제공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재정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응급의료를 위한 보조금 등 각종 명목의 지원금이 한정돼 있는 만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중앙의 요청에 따라 환자를 받은 의료기관에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기관 평가기준 등에 이를 반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비상 상황에 대비한 인프라 유지 비용의 성격이 큰 지원금은 평상시 수가와 달리 실제 환자 수에 따라 차등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따라서 어려운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기관에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지원금의 성격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현행 응급의료기관 평가기준에 중증이나 최종치료·전원환자 수용 실적 등이 반영되고 있지만, 여기에 환자를 미수용할 정당한 사유가 있음에도 중앙의 요청에 따라 수용한 경우를 추가로 반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경과실 형사책임 면제…중대한 피해 응급의료기금 보상 제안
형사책임 완화와 환자 보상을 연계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박 교수는 수용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상황에서도 컨트롤타워 요청에 따라 환자를 수용해 응급의료를 제공한 의료인의 '경과실'로 사상 결과가 발생한 경우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동시에 환자 보호를 위해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인의 경과실로 사망 등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응급의료기금에서 응급환자 또는 유족에게 보상하는 방안이다.
박 교수는 특히 보상 범위를 사망 등 중대한 피해에만 한정하지 않는 방안을 제안했다. 컨트롤타워가 수용하기 어려운 정당한 사유가 있는 응급의료기관에 환자 수용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의료기관이 응급의료를 제공하다 의료인의 경과실로 피해가 발생했다면 응급의료 시스템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국가에도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아울러 2027년 5월27일 시행 예정인 개정 의료분쟁조정법 제56조에서 일정 요건을 충족한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관련 의료사고의 경우 손해배상금 전액 또는 이에 상당하는 보험금이 지급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응급의료 과실, 당시 진료환경 고려하도록 기준 명시해야”
박 교수는 응급의료 과정에서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대법원 1999년 판결을 제시하면서 의료사고에서 의료인의 과실은 통상적인 주의 정도를 기준으로 판단하되 사고 당시 일반적인 의학 수준과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판례 기준을 법률에 명시해 '결과가 나쁘면 책임진다'는 식의 일부 의료계 오해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