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 치료 공백 드러낸 국립정신병원…복지부, 운영 전반 개선 요구
전담병상 활용·외부 연계·재난 대응체계·입원심사 절차까지 미흡사항 확인 5개 기관 종합감사 결과 공개…역할 강화 위한 처분·권고 잇따라
국립정신건강센터를 비롯한 국립정신병원 5곳이 마약류 중독자 치료 기능과 재난 정신건강 대응체계, 입원적합성심사 운영 전반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감사 결과를 받았다. 마약사범 증가에 비해 치료보호 기능은 충분하지 않았고, 전담병상 운영과 유관기관 협력, 트라우마센터 조직 운영, 비자의 입원 심사 절차 등에서도 보완이 요구됐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도 국립정신병원 5개소 종합감사 처분요구서'를 통해 국립정신건강센터와 국립나주병원, 국립부곡병원, 국립춘천병원, 국립공주병원에 대한 감사 결과와 처분사항을 공개했다.
늘어난 마약사범…국립병원 역할은 기대에 못 미쳐
감사에서는 국립정신병원의 마약류 중독자 치료 기능이 증가하는 수요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3일 공개 자료를 보면 전국 치료보호기관의 치료보호 실적은 2021년 280명에서 2024년 876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마약류 투약사범은 8,522명에서 9,528명으로 증가해 치료보호 비율은 9.2% 수준에 머물렀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서울권역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돼 있지만 치료보호 실인원이 2024년 34명, 2025년 108명 수준에 그쳤다. 감사에서는 서울지역에서 발생하는 마약사범 규모를 고려하면 보다 적극적인 치료 역할 수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립나주병원 역시 치료보호기관 지정 이후 외래 진료를 시작했지만 치료 실적이 2024년 7명, 2025년 15명에 머물렀고, 국립공주병원도 연간 치료 실적이 5명 이하에 그치는 등 치료보호기관으로서 기능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복지부는 5개 국립정신병원에 마약류 중독자 전담병상 운영과 치료 기반을 확충하고, 외부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해 국립병원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조치했다.
병상 지정됐지만 운영 미흡...치료 이후 관리체계도 보완 과제
입원치료 기반도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나주병원과 국립공주병원은 각각 10병상과 2병상의 치료보호 병상을 지정받고도 실제 입원치료는 시행하지 않고 외래진료만 운영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도 치료보호 병상 2개의 가동률이 2025년 기준 35.3%에 불과했고, 국립부곡병원은 120병상을 운영하면서도 치료보호 병상을 별도로 운영하지 않고 일반 정신질환 병상과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감사에서는 마약류 중독자의 특성을 고려하면 일정 기간 입원치료와 전담병동 운영이 필요하지만 현재 체계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여성 마약류 중독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여성 전담병동은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일부 병원은 생체시료 분석장비와 검사장비 등 치료에 필요한 시설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는 치료 종료 이후 재활과 사회복귀를 위한 협력체계도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부 국립병원은 보호관찰소와 재활기관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실제 연계 실적이 확인되지 않았고, 일부 병원은 관련 협약조차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복지부는 치료 종료 이후에도 사례관리와 재활 지원이 이어질 수 있도록 유관기관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난 심리지원 시스템 손질 필요...법정기한 넘긴 입원심사도 적발
권역별 트라우마센터 운영 역시 개선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에서는 재난 대응 업무가 확대됐지만 조직과 인력은 충분히 보강되지 않았고, 전문요원 처우 개선도 미흡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국가트라우마센터와 권역 트라우마센터,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간 역할이 복잡하게 나뉘어 있어 재난 현장에서 의사결정 혼선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난 규모별 의사결정 체계를 명확히 하고 시·도 재난심리회복지원단과 협력체계를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재난 정신건강 교육에서는 초급 과정 이수율은 높아지고 있지만 중급 이상 전문교육 이수율은 여전히 20% 미만이라며 전문인력 양성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자의 입원 절차를 심사하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운영에서도 다수의 미흡 사례가 확인됐다. 감사 결과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비자의 입원 신고기한인 3일을 넘긴 사례는 모두 130건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이 46건으로 가장 많았고 영남권 41건, 호남권 22건, 충청권 13건, 강원권 8건 순이었다.
또 피후견인 환자의 입원 사실을 가정법원에 통지하지 않거나 지연 통지한 사례가 확인됐고, 환자가 직접 심사 과정에서 의견을 제출하는 '환자의견 진술' 제도도 충분히 활용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이번 종합감사를 통해 국립정신병원들이 마약류 중독 치료체계와 재난 정신건강 대응체계, 입원적합성심사 운영 전반을 관련 법령에 맞게 보완하고, 공공 정신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강화하도록 처분과 권고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