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NH 환우회 사단법인 출범…“14년 묶인 급여기준 개선 나설 것”

합병증 발생 전 C5 억제제 치료 보장 촉구…혈관외용혈 환자 추가 치료 접근성도 과제로

2026-07-30     최은택 기자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PNH) 환자와 가족들이 사단법인 환우회를 공식 출범시키고 치료 접근성 개선과 환자 권익 증진을 위한 활동에 나선다. 환우회는 중증 합병증이 발생한 뒤에야 치료 기회를 얻는 현행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개선하고, 기존 치료에도 빈혈과 피로가 지속되는 환자들이 추가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국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환우회는 지난 25일 서울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사단법인 공식 설립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고 29일 밝혔다.

한국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환우회는 지난 25일 서울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사단법인 공식 설립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사진=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은 후천적으로 발생한 유전자 변이로 인해 적혈구가 면역체계의 일부인 보체 공격에 취약해지면서 지속적으로 파괴되는 중증 희귀혈액질환이다.

환자에게는 빈혈과 극심한 피로, 호흡곤란,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질환이 진행되면 혈전증과 신부전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적절한 시점의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환우회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치료 경험과 질환 정보를 공유해 온 환자와 가족들이 뜻을 모아 설립했다. 사단법인 출범을 계기로 환자 간 교류와 정서적 지원을 확대하고,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한편 치료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 활동도 추진할 계획이다.

설립식에는 PNH 환자와 가족을 비롯해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문영철 이대목동병원 혈액내과 교수, 박실비아 서울성모병원 교수, 정진향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 박정숙 한국혈액암협회 총장 등이 참석했다.

행사에서는 환우회 설립 경과와 임원진, 향후 비전 및 활동계획이 소개됐다. 환자의 생명과 존엄,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을 권리,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권리 등을 담은 ‘환자 권리장전’도 낭독됐다.

“합병증 생겨야 치료하는 구조 바꿔야”

환우회가 첫 번째 과제로 제시한 것은 PNH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기준 개선이다.

환우회는 현재 중증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환자가 적절한 치료 기회에서 제외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치료를 시작하지 못한 환자들이 혈전증이나 신부전과 같은 중대한 합병증을 겪기 전에 C5 억제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급여기준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C5 억제제는 적혈구를 공격하는 보체의 활성화를 억제해 혈관내용혈을 줄이는 PNH 치료제다. 환우회는 C5 억제제가 도입되면서 치료 성과가 개선됐지만, 실제 치료 여부가 환자의 상태와 의료진 판단보다 보험급여 조건에 좌우되는 문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급여기준이 장기간 유지되면서 치료가 필요한 일부 환자들이 합병증 발생 위험을 감수한 채 치료 시기를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환우회 측 설명이다.

임주형 환우회장은 “PNH 환자와 가족들은 낮은 질환 인식과 제한적인 정보, 치료 접근의 어려움 속에서 오랜 시간 외롭게 질병과 싸워 왔다”며 “환우회가 환자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고 누구도 치료 기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를 시작하지 못한 환자에게는 중증 합병증이 발생하기 전 C5 억제제 치료 기회가 필요하다”며 “의료진의 임상적 판단과 환자의 실질적인 치료 필요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보험급여 제도가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기존 치료 중에도 빈혈·피로 지속

이미 C5 억제제로 치료받고 있지만 혈관외용혈로 인한 빈혈과 피로가 지속되는 일부 환자의 미충족 수요도 개선 과제로 제시됐다.

PNH 환자의 적혈구 파괴는 혈관 안에서 발생하는 혈관내용혈뿐 아니라 혈관 밖에서 일어나는 혈관외용혈의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다. C5 억제제로 혈관내용혈이 조절되더라도 일부 환자에서는 혈관외용혈이 지속돼 빈혈과 피로가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환우회는 이러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추가 치료 선택지가 실제 임상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이데야정은 라불리주맙 또는 에쿨리주맙을 투여하고 있으면서 혈관외용혈의 증상이나 징후가 있는 성인 PNH 환자에게 추가로 사용하는 치료제다. 성분명은 다니코판이다.

환우회는 기존 치료 중에도 혈관외용혈과 빈혈, 피로가 지속되는 환자에게는 추가 치료 옵션에 접근할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환자의 질환 상태와 치료 반응이 서로 다른 만큼 단일한 치료기준보다 개별 환자의 임상적 필요를 반영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C5 억제제 도입으로 PNH 치료 성과가 크게 향상됐지만, 환자마다 질환 상태와 치료 반응이 다르고 일부 환자에게는 치료 중에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을 수 있다”며 “적절한 치료를 제때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국회에 환자 의견 전달

환우회는 앞으로 질환과 치료 관련 정보 제공, 환자·가족 간 교류, 정서적 지원, 질환 인식 개선 활동 등을 추진한다.

의료진과 희귀질환 관련 단체들과 협력해 환자들의 치료 경험과 제도적 어려움을 수렴하고, 정부와 국회, 보건의료 관계기관에 치료 접근성 및 보험급여 제도 개선을 위한 의견도 전달할 계획이다.

환우회는 사단법인 설립을 계기로 환자와 가족의 목소리를 체계적으로 대변하고, PNH 환자들이 질환 때문에 일상과 미래를 포기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