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A가 인정한 재치료 근거…네페콘, 급여 재도전 돌파구 될까
에베레스트메디신, 지난해 신청 철회 뒤 올해 5월 말 다시 접수 고액 약제비로 치료 미루는 환자들 '학수고대' 신장내과 의료진도 조기 접근성 확보 기대
국내 유일의 원발성 IgA 신병증 표적치료제인 네페콘장용캡슐(미분화부데소니드)이 국민건강보험 등재를 위한 절차에 다시 들어갔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기준소위원회에서 재치료 관련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을 받은 뒤 신청을 철회했지만, 최근 유럽의약품청이 공개연장연구 결과를 반영해 허가사항을 고친 것이 이번 심사의 새로운 변수로 주목된다.
환자들은 월 600만원에 이르는 비급여 약값 때문에 치료를 시작하거나 이어가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전문의들도 IgA 신병증은 신기능이 악화되기 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질환인 만큼, 유럽 허가사항 변경자료를 바탕으로 신속히 적용 기준을 마련하고 급여 적정성 평가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베레스트메디신코리아는 지난 5월 말 네페콘장용캡슐4밀리그램의 건강보험 등재 신청서를 심평원에 다시 제출했다.
네페콘은 2024년 11월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원발성 IgA 신병증 치료제다. 단백뇨 배출량이 하루 1.0g 이상이거나 요중 단백질 대 크레아티닌 비율이 0.8g/g 이상인 성인 환자에게 사용되며 권장 투여기간은 9개월이다.
세 차례 논의에도 기준 마련 불발=네페콘은 지난해 등재 신청 이후 심평원 약제급여기준소위원회에서 세 차례 검토됐다. 마지막 심의는 지난해 9월 진행됐지만 적용 기준은 마련되지 않았다.
쟁점은 9개월 투여 이후 다시 약을 사용하는 경우의 임상적 유용성이었다. 허가 임상은 9개월간 네페콘을 투여한 뒤 15개월 동안 경과를 관찰해 24개월 시점의 효과를 평가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국내 허가사항에는 치료 중단 후 담당 의사의 판단에 따라 재치료를 고려할 수 있지만 후속 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은 확립되지 않았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약제급여기준소위원회는 재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추가 자료가 학술논문으로 발표되면 이를 토대로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공개연장연구의 논문화 계획은 지난해 있었다. 하지만 개발사 인수·합병 등의 영향으로 진행이 지연됐고, 회사 측은 급여 적정성 검토기간 안에 요구자료를 제출하기 어려워지자 불가피 지난해 말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유럽 허가문서에서 제한 문구 삭제=이번 재신청에서는 유럽의 허가사항 변경이 핵심 자료로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의약품청은 올해 5월 초 공개연장연구 결과를 반영해 네페콘의 제품특성요약을 개정했다. 기존에 기재돼 있던 ‘후속 치료 과정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은 확립되지 않았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재치료 관련 임상내용을 새로 포함시켰다.
공개연장연구에는 글로벌 3상 NefIgArd 연구를 마친 환자 119명이 참여했다. 이전 연구에서 네페콘을 투여받은 환자는 다시 같은 약으로 치료받았고, 위약을 투여받았던 환자는 처음으로 네페콘을 사용했다. 두 환자군 모두 하루 16mg을 9개월간 투여받았다.
연구에서는 과거 투여 경험과 관계없이 단백뇨 감소와 신장기능 보존 효과가 일관되게 나타났다. 9개월 치료 후 단백뇨가 30% 이상 줄고 신기능 저하가 최소화된 결과가 확인돼 반복 투여에서도 치료효과가 유지될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EMA가 해당 자료를 검토해 제한 문구를 없앤 만큼, 국내에서도 별도의 퍼블리케이션을 기다리기보다 이 허가사항 개정자료를 심사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입장이다.
따라서 이번 재신청의 관건은 급여기준소위가 EMA의 판단과 공개연장연구 결과를 지난해 요구했던 자료를 보완하는 근거로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월 600만원 부담에 치료 포기 호소=환자와 가족들은 네페콘의 보험 적용이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앞서 환자 가족은 정부 청원 플랫폼 청원24에 ‘IgA 신병증 치료제 네페콘 급여 탈락에 따른 재심사 청원’을 올리고 전향적인 검토를 요청했다.
청원인은 신기능 보존과 단백뇨 감소를 위해 네페콘이 필요하지만 월 6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치료를 포기하거나 미루는 환자들이 있다고 호소했다. 식약처 허가를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정작 국내에 도입된 뒤에는 가격 장벽 때문에 약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IgA 신병증은 비정상적인 IgA 면역복합체가 신장 사구체에 쌓이면서 염증과 신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자가면역성 질환이다. 혈뇨와 단백뇨, 고혈압 등이 나타나며 질환이 악화되면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한 말기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사회·경제적 활동이 활발한 20~40대에서 주로 진단돼 장기간에 걸친 질병 부담이 크다. 치료 개입이 늦어져 신기능이 손상되면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질환이다.
의료진 “신기능 떨어지기 전 개입해야”=신장내과 전문의들도 IgA 신병증 치료가 기존의 보존적 관리에서 질환 진행 자체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정표 서울대 보라매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지난 5월 열린 네페콘 미디어 세션에서 “IgA 신병증은 국내 사구체신염의 약 4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원발성 신장질환”이라며 “20~40대 젊은 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만큼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단백뇨는 질환 진행과 예후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다. 단백뇨가 증가할수록 말기신부전과 투석으로 진행할 위험도 높아지는 만큼 신기능이 본격적으로 저하되기 전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네페콘은 IgA 신병증의 발생 근원으로 알려진 말단 회장의 파이어판을 표적으로 설계됐다. 병원성 바이오마커인 Gd-IgA1의 생성을 억제해 질환 원인에 직접 작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 3상 NefIgArd 연구에서는 9개월 치료 후 단백뇨 감소와 사구체여과율 보존 효과가 확인됐다. 예측 모델 분석에서는 투석 진행 시점을 최대 12.8년까지 늦출 가능성도 제시됐다.
신정호 중앙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네페콘이 기존 보존적 치료와 달리 질환의 면역학적 원인에 작용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치료 종료 이후에도 신장 보호 효과가 유지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최근 개정된 국제신장질환개선기구 가이드라인 역시 보존적 치료만 지속하기보다 질환 진행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조기에 질병 조절 치료를 적용하는 방향을 강조하고 있다.
“최초 투여부터 평가절차 이어가야”=에베레스트메디신 관계자는 뉴스더보이스 취재에 “재치료 관련 퍼블리케이션은 개발사 사정으로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지만 EMA는 공개연장연구를 직접 검토해 허가사항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이어 “후속 치료의 임상적 유용성을 퍼블리케이션을 근거로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들이 고액의 비용 때문에 치료 기회를 놓치고 있는 상황에서는 허가 임상과 EMA가 인정한 자료를 토대로 우선 급여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반복 투여의 세부 대상과 간격 등은 추가 근거가 축적된 이후 별도로 논의할 수 있다”며 “현재 허가된 최초 9개월 치료에 대해서는 신속히 급여 적정성 평가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이번 급여 재도전의 핵심은 EMA가 공개연장연구를 근거로 허가사항을 개정한 사실을 심평원이 지난해 제기한 자료 부족 문제를 해소할 근거로 인정할지 여부다. 환자들의 치료 접근 요구가 커지고 전문의들도 조기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만큼, 재치료 기준과 최초 투여의 보험 적용을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층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