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수용 거부 사유 구체화…중증환자 병원 선정은 상황실이 맡는다
복지부, 응급의료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8월 10일까지 의견수렴 수용 불가 정보 119와 실시간 공유…응급의료기관 역할도 재정립
응급의료기관이 응급환자를 받지 못하는 '정당한 사유'가 시설·장비·인력 부족과 최종진료 인력 부재, 재난 발생 등으로 구체화된다. 응급실이 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중앙·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 즉시 알려야 하며, 이 정보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와 실시간 공유된다.
또 중증응급환자의 이송 병원이 신속히 결정되지 않을 경우 중앙·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직접 병원을 선정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 등에 수용을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된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마련해 8월 10일까지 의견을 수렴한다. 개정안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은 올해 3~5월 광주·전북·전남에서 실시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결과를 제도화하기 위한 것이다. 복지부는 시범사업에서 응급실 미수용 사례 없이 신속한 병원 선정과 이송이 이뤄지면서 지역 단위 이송체계의 실효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응급환자 거부·기피 사유 시행령에 명문화=개정안은 그동안 현장에서 논란이 됐던 응급의료 거부·기피의 정당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응급의료기관의 시설·장비·인력 등 의료자원이 모두 사용 중이어서 추가 환자에게 적절한 응급처치를 제공할 수 없는 경우에는 환자 수용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중증외상,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등 중증응급환자를 치료할 최종진료 인력이 이미 다른 환자를 진료 중이거나 예정된 수술 일정과 겹쳐 새로운 환자에게 즉시 최종진료를 제공하기 어려운 경우도 정당한 사유에 포함했다.
통신이나 전력 마비, 화재·붕괴 등 재난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환자를 받을 수 없는 경우 역시 예외로 인정된다. 응급실이 이러한 사유로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면 의료기관장은 중앙 또는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 즉시 관련 내용을 알려야 하며, 수용이 가능해진 경우에도 지체 없이 상황을 통보해야 한다.
중앙·광역응급의료상황실은 해당 정보를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실시간 제공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의료기관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정보관리 인력을 운영할 수 있도록 예산 범위에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중증도 따라 이송체계 달라진다=지역별 응급환자 이송체계도 새롭게 정비된다. 시·도지사는 중증도와 질환에 따른 이송 대상 병원 선정, 의료기관 수용능력 확인 기준, 우선 수용병원 운영 등을 포함한 지역 이송체계를 마련할 수 있다.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병원 선정 방식도 달라진다. 중증응급환자는 중앙·광역응급의료상황실 또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선정한 의료기관으로 이송하고, 중등증 환자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지정한 병원으로 이송한다. 경증 환자는 구급대가 적합하다고 판단한 지역응급의료기관이나 응급의료시설로 옮길 수 있도록 했다.
중앙·광역응급의료상황실과 119구급상황관리센터, 구급대, 응급의료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지역 이송체계에 따라 환자를 이송하고 수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병원 수용능력 실시간 공유…상황실 권한 강화=응급의료정보통신망을 통해 의료기관의 실시간 수용능력과 수용 불가 사유, 병원별 진료 기능 등을 중앙·광역응급의료상황실과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현재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운영 중인 중앙·광역응급의료상황실의 설치 근거를 시행령에 명문화했다.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은 중증응급환자의 이송 병원을 선정하고 병원 간 전원도 조정할 수 있다. 적절한 병원이 신속하게 정해지지 않을 경우 권역응급의료센터나 지역응급의료센터에 환자 수용을 요청할 수 있으며, 의료기관과 구급대에는 인력·시설·장비 가동 현황과 환자 상태 등의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
정부는 상황실 운영비를 지원하고, 업무 연계를 위해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 등을 파견받을 수 있도록 했다.
권역센터는 중증, 지역센터는 중등증 중심=응급의료기관의 역할도 보다 명확해진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응급환자 중심 진료를 담당하고,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중등증, 지역응급의료기관은 경증 환자를 중심으로 진료하도록 기능을 구분했다.
아울러 응급의료수가를 책정할 때 시술과 수술, 최종진료 등을 고려해 적절한 성과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으며, 응급의료기관 평가 결과를 향후 지원 대상 선정과 지원 규모 결정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응급실 폭행 피해 종사자 보호 근거 마련=응급의료종사자 보호 규정도 신설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응급실 폭행이나 협박 등으로 피해를 입은 응급의료종사자에게 법률상담과 치료비를 지원할 수 있으며, 심리상담과 일상생활 상담 등 회복 지원도 제공할 수 있다. 보호 대상에는 의료기사와 간호조무사도 포함된다.
복지부는 "이번 제도 개선이 응급환자의 적정 병원 이송과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줄이는 동시에 응급의료종사자의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의 근거가 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올해 3~5월 광주·전북·전남에서 실시했다. 시범사업에서는 지역별 이송지침과 광역응급의료상황실 운영을 통해 병원 선정 시간을 단축하고, 응급실 미수용 사례 없이 환자를 적정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체계가 작동한 것으로 평가됐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전국 16개 시·도에 이송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지역별 이송체계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