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 3상자료 제출 완화…품질·약동학 동등성 입증하면 면제
반복투여독성시험도 조건부로 적용…개발 기간·비용 절감 기대 식약처, 품목허가·심사 규정 개정 시행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할 때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품질·비임상·약동학적 비교동등성이 충분히 입증되면 치료적 확증 임상시험인 3상 임상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동물실험 자료 가운데 반복투여독성시험도 품질과 약리학적 비교동등성이 확인된 경우 면제할 수 있도록 허가 요건이 완화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생물학적제제 등의 품목허가·심사 규정’을 14일 개정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과정에서 과학적으로 불필요한 임상시험과 동물실험을 줄이고, 국내 기업의 제품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바이오시밀러는 이미 허가된 오리지널 생물의약품과 품질은 물론 비임상·임상적 비교동등성이 입증된 의약품이다. 합성의약품의 제네릭과 달리 제조공정과 구조가 복잡한 생물의약품의 특성상, 품질·비임상·임상 단계에서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동등성을 단계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1상·3상 자료 모두 내던 기존 방식 손질
그동안 국내에서 바이오시밀러 품목허가를 받으려면 임상시험성적 자료로 약동학적 비교를 위한 1상 임상시험과 유효성·안전성을 확인하는 3상 임상시험 자료를 모두 제출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이번 규정 개정으로 대조약과의 품질, 비임상 및 약동학적 비교동등성이 입증된 경우에는 치료적 확증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품질 특성 분석과 비임상시험, 약동학 시험 등을 통해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차이가 없다는 점이 충분히 확인된다면 별도의 3상 시험을 생략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개정 규정에는 약동학 시험을 실시하기 어려운 예외 상황도 반영됐다. 이론적·기술적으로 약동학 시험이 불가능한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치료적 확증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하면 약동학 시험자료를 내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바이오시밀러 허가 신청 시 약동학 시험과 치료적 확증 임상시험 자료를 기본적으로 제출하되, 제품 특성과 비교동등성 입증 수준에 따라 일부 자료를 면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다만 모든 바이오시밀러의 3상 임상시험이 일률적으로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품질과 비임상, 약동학적 비교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동등성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자료 제출을 생략할 수 있다.
동물실험과 관련된 자료 제출 요건도 조정됐다. 식약처는 대조약과 바이오시밀러 사이의 품질 및 약리학적 비교동등성이 입증되는 경우 반복투여독성시험 자료를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에 근거를 신설했다.
반복투여독성시험은 시험물질을 실험동물에 일정 기간 반복적으로 투여한 뒤 나타나는 독성을 질적·양적으로 평가하는 시험이다. 바이오시밀러의 구조와 작용기전, 품질 특성 등이 대조약과 충분히 유사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추가적인 동물시험을 반드시 실시하도록 요구할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이번 조치는 불필요한 동물실험을 줄이는 국제적인 규제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식약처는 안전성이 확보되는 범위 안에서 비임상시험 자료 제출을 합리화해 글로벌 규제 기준과의 조화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사전검토 통해 임상 필요성 미리 협의
식약처는 기업들이 개발 초기 단계부터 3상 임상시험 수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별도의 안내와 상담 체계도 운영하고 있다.
앞서 식약처는 바이오시밀러의 비교 유효성 임상시험 수행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를 담은 ‘동등생물의약품의 비교 유효성 임상시험 수행 결정 시 고려 사항’ 안내서를 발간했다.
올해 3월부터는 업체가 임상시험 실시 여부와 제출자료 범위를 품목허가 신청 전에 식약처와 미리 논의할 수 있는 사전검토 체계도 운영 중이다. 개발업체가 품질·비임상·임상시험 계획을 세우는 단계에서 규제기관과 협의함으로써, 불필요한 시험 수행이나 허가자료 보완에 따른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이번 개정은 지난해 9월 대통령 주재로 열린 ‘바이오 혁신 토론회’의 후속 조치로 추진됐다. 식약처는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바이오시밀러 임상 개선 민관협의체’를 운영하며 업계와 자료 제출 기준 및 임상시험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바이오시밀러 3상 임상시험은 다수의 환자를 모집해 오리지널 의약품과 유효성·안전성을 비교해야 하는 만큼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된다. 품질 분석과 약동학 시험 등에서 비교동등성이 충분히 입증된 제품의 3상 임상시험이 면제되면 전체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임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복투여독성시험 면제 역시 동물시험 준비와 수행에 필요한 기간과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은 국가별로 다른 임상·비임상 자료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던 만큼, 국제 규제 흐름을 반영한 국내 기준 개정이 제품 개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식약처는 “이번 개정으로 바이오시밀러 제품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과 비용이 줄어들어 국내 업체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과학적 근거와 안전에 기반한 규제혁신을 지속해 국내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성장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