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항암제 '디탁셀' 제3자 매각 시계 작동…고심하는 '보령'
공정위 시정조치로 12개월 내 완료해야…매각 금액과 조건 놓고 밀당 예상 시간 갈수록 불리한 보령, 관망하는 토종사들 "제네릭 항암제 영업 쉽지 않아" 항암제 개척 중소 제약사에 기회…탁소텔 전환 금지와 완제품 공급 등 '변수'
보령 유방암 항암제 '디탁셀'의 제3자 매각 움직임에 제약업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연간 50억원 매출 디탁셀 인수를 노리는 제약사와 보령 간 계약금액을 놓고 장기간의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보령은 공정거래위원회 시정조치에 따라 유방암 치료제 '디탁셀' 제3자 매각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월 (주)보령 유방암 치료제 '탁소텔'(성분명 도세탁셀) 영업 양수에 시정조치를 내렸다.
보령이 사노피로부터 오리지널 항암제 탁소텔 영업을 양수하는 기업결합 심사 결과, 국내 도세탁셀 성분 항암제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보령이 보유한 도세탁셀 성분 제네릭 항암제 '디탁셀' 영업을 제3자에게 매각하도록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이행 기간은 6개월을 원칙으로 최대 6개월 연장 가능하다. 보령 입장에서 12개월 이내 디탁셀을 다른 제약기업에 넘겨야 하는 것이다.
도세탁셀 항암제 시장에서 탁소텔 64.7%, 디탁셀 13.8% 등 총 78.5%를 차지하고 있다.
보령은 탁소텔 인수과정에서 한 제약사와 동일 성분, 함량, 제형의 제조 품목 허가를 복수로 받을 수 없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규정에 입각해 디탁셀 품목 허가를 반납하고 탁소텔로 제조 판매를 집중한다는 전략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 시정 조치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 도세탁셀 항암제 시장은 2024년 매출액 기준 사노피 탁소텔 64.7%, 보령 디탁셀 13.8%, 동아에스티 모노탁셀 6.9%, 종근당 베로탁셀 5.1%, 삼양바이오팜 나녹셀엠 4.9%, 명문제약 어코드도세탁셀 3.2%, 일동제약 탁소젠 0.9%, 제일파마홀딩스 탁셀로 0.5% 등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보령 디탁셀 연간 매출액은 50억원이다.
디탁셀을 어느 제약사가 인수할 것인가.
제네릭 항암제 제약사 우회적 인수 or 중소 제약사 항암제 시장 개척 등 예상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하나는 탁소텔 제네릭 항암제를 지닌 제약사가 인수자로 나서는 것이다. 물론 도세탁셀 항암제를 판매하지 않은 제약사에 매각해야 한다는 공정거래위원회 매각 상대방 조치를 반영하면 직접 나서기는 힘들다.
도세탁셀 항암제를 판매하지 않은 그룹 차원의 독립된 계열 제약사를 통한 우회적 인수 전략이 점쳐진다.
다른 방안은 항암제 파이프라인이 미진한 중소 제약사 인수이다.
유방암 환자가 집중된 대학병원과 민간 종합병원 등을 중심으로 디탁셀을 통한 항암제 시장 개척을 기대할 수 있다.
관건은 보령의 판단 잣대이다.
연간 50억원 매출액의 디탁셀을 내주면서 매각 금액을 최대한 높이고 싶은 게 보령 경영진의 속마음일지 모른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말랑말랑하지 않다.
시간이 흐를수록 보령이 기대한 디탁셀의 매각 금액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고약한 공정위 이행 조건, 공급 중단과 탁소텔 전환 금지…제품 공급과 기술 제공
공정거래위원회의 형태적 조치 이행 조건도 보령의 머리 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매수인의 디탁셀 지위 승계 완료 시까지 품목 허가 임의 반납 및 공급 중단, 탁소텔 전환 강제 등을 금지했다.
매각 후에도 매수인이 자체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전 매수인 요청 시 일정기간 완제품 공급 및 기술적 지원 제공 의무를 부과했다.
오리지널 탁소텔 판매를 위해 디탁셀에서 탁소텔로 병원 처방 코드를 변경하는 영업 행위와 공급 축소로 매출액에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기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추가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이행 확보를 위해 매각 전 공정거래위원회와 매각 상대방 및 매각 대상 자산에 대해 협의해야 하며, 이행보고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보령 입장에서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토종 제약사들은 관망하는 분위기이다.
A 제약사 간부는 "보령 경영진 고민이 깊어질 것 같다. 이미 동일 성분 제네릭을 판매 중인 제약사에게 큰 메리트가 없다. 항암제 시장에 관심있는 중소 제약사에서 좋은 금액을 제시하지 않은 한 매각 금액과 조건이 보령 측에 우호적일 가능성은 적다"고 전했다.
B 제약사 임원은 "항암제 영업 시장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오리지널을 선호하는 대학병원 임상교수들에게 제네릭 항암제로 승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중소 제약사에서 인수해도 항암제 시장 공략이 수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령은 매각 기간을 감안해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보령 관계자는 "디탁셀 매각은 예상했던 결과이다. 아직 12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제약사 중 인수 협의를 해 올지, 보령 경영진이 직접 매각 기업을 찾을 지 아직 정해진 게 없다. 오리지널 탁소텔을 보유한 만큼 유방암 항암제 시장의 선두 유지는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