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형 인증 취소, 기계적 연동 아닌 재량심사로 판단해야"

김현욱 변호사 "행정기본법상 비례원칙·이익형량 반영 필요" "기업 형사책임·준법경영 노력도 심사 대상에 포함"

2026-07-09     최은택 기자

[기획인터뷰]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 개편 ④ 법무법인 세종 김현욱 변호사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의 핵심 쟁점인 '인증 취소 기준'을 둘러싸고 법조계에서도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와 산업계가 그동안 '과도한 연좌제 성격의 취소 기준 개선'과 '기업 책임원칙 확립'을 강조해온 데 이어, 법률 전문가도 현행 제도가 행정청의 재량권 행사를 사실상 배제한 채 기계적으로 운영되면서 행정기본법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놨다.

법무법인(유) 세종의 김현욱 변호사는 뉴스더보이스와 인터뷰에서 "현행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취소 제도는 법령상 명백한 재량행위임에도 기속행위처럼 운영되고 있다"며 "행정청이 스스로 재량권이 없다고 오인해 행사하지 않는 '재량권 불행사'에 해당할 수 있으며, 이는 위법 사유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현욱 변호사는 "현행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취소 제도는 법령상 명백한 재량행위임에도 기속행위처럼 운영되고 있다"며 "행정청이 스스로 재량권이 없다고 오인해 행사하지 않는 '재량권 불행사'에 해당할 수 있으며, 이는 위법 사유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법무법인(유) 세종]

법률상 '취소할 수 있다'…재량권 행사 의무도 함께 따른다

김 변호사는 현행 인증 취소 제도의 가장 큰 법적 문제로 '재량행위의 기속화'를 꼽았다. 법령은 행정청의 판단 여지를 인정하고 있음에도 실제 운영에서는 반드시 취소해야 하는 기속행위처럼 처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9조 제1항을 근거로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제9조 제1항 제1호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인증을 받은 때'에는 인증을 취소해야 한다고 규정해 기속행위로 명시하고 있다"며 "반면 리베이트 등과 관련된 제2호 '인증기준을 유지하지 못하는 때'는 인증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해 행정청에 명백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현재 보건당국은 약사법이나 공정거래법 위반 처분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기계적으로 연동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취소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이는 행정청이 자신에게 재량권이 없다고 오인한 법리 오해"라며 "대법원이 일관되게 위법 사유로 판단해 온 '재량권 불행사'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이 수익적 처분이라는 이유로 인증 취소 역시 제재적 성격이 없다고 보기도 하지만, 그는 이에 대해 "수익적 처분의 철회나 취소가 의무 불이행 등에 대한 제재의 성격을 가진다면 이 역시 제재처분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재량권 행사 과정에서는 행정기본법을 비롯한 제재처분의 일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행정기본법 제22조와 시행령 제3조는 제재처분을 할 때 위반행위의 동기와 목적, 결과, 횟수뿐 아니라 위반행위자의 귀책사유와 그 정도, 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거나 해소하기 위한 노력까지 함께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취소 여부를 심사할 때에도 이러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약사법 제재와 인증 취소는 별개…비례원칙도 고려해야

김 변호사는 리베이트를 규제하는 약사법상 처분과 제약산업법상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취소는 법적으로 구별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약사법이나 공정거래법에 따른 행정처분은 리베이트 행위 자체를 제재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제약산업법상 인증 취소는 국가가 육성·지원 대상으로서의 자격을 유지할 것인지 판단하는 별개의 행정처분이라는 것이다.

그는 "약사법상 처분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이익형량 없이 기계적으로 인증을 취소하는 것은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개인의 일탈로 리베이트가 발생해 법인에 약사법상 행정처분이 내려졌더라도, 기업이 해당 업무에 대해 상당한 관리·감독 의무를 다해 형사상 기소되지 않았거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면 이러한 사정을 인증 취소 심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행정기본법이 규정한 위반행위의 동기와 귀책사유의 정도를 고려하면 기업이 형사처벌을 받았는지 여부 역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취소 여부를 판단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말했다.

행정기본법 제10조의 비례원칙 측면에서도 현행 제도는 과도하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행정작용은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하며, 국민이 입는 불이익이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커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김 변호사는 "리베이트에 대한 약사법상 제재는 대부분 해당 품목의 판매업무정지에 그치지만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이 취소되면 기업 전체 품목의 약가 우대가 사라지는 등 경영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일부 개인의 일탈 때문에 기업 전체의 신약개발 기반과 경쟁력이 훼손되고 존속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처분은 행정 목적에 비해 침해되는 사익이 지나치게 큰 과잉 처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준법경영 반영해야 산업 육성과 리베이트 근절 선순환

김 변호사는 인증 취소 과정에서 재량권 행사를 실질화하는 것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의 본래 목적을 살리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리베이트 근절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은 연구개발(R&D) 투자와 신약 개발 역량을 갖춘 기업을 국가가 선택적으로 육성·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신약 개발은 장기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만큼 인증 유지 여부도 기업의 실질적인 책임과 준법경영 수준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개인의 일탈로 인해 국가의 육성·지원이 중단된다면 리베이트 근절이라는 공익을 감안하더라도 산업 육성이라는 국가 정책의 본래 목적이 훼손될 수 있다"며 "기업의 형사처벌 여부와 준법경영(컴플라이언스) 운영 수준 등을 적극 고려해 안정적으로 인증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는 기업이 아무리 자발적으로 준법경영을 강화해도 행정처분 과정에서 이를 충분히 반영받기 어려워 자정 노력의 유인이 크지 않다"며 "ISO 37001이나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P) 운영 등 우수한 준법경영 노력이 인증 유지에 실질적으로 반영된다면 기업 스스로 리베이트 재발 방지를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변호사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재량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해 처분의 비례성을 확보한다면 형사절차와 행정절차 간 법적 일관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행정기본법과의 정합성도 강화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정부 행정의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