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크리스비타' 성인 급여 확대, 정공법 대신 우회경로 택했다

경평생략 규정 개정안돼 별도로 요건 충족해 급여평가 진행 7월 약평위서 '급여 적정' 인정...협상 등 후속 절차 속도낼 듯

2026-07-03     최은택 기자

[해설=크리스비타주사액 이야기] FGF23 관련 저인산혈증성 구루병 및 골연화증 치료제인 쿄와기린의 크리스비타주사액(부로수맙)이 성인환자에게 급여를 확대 적용하기 위한 중요한 단초를 놓았다. 급여 사용범위 확대안이 2일 열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한 것이다.

심사평가원은 이날 약평위 회의 종료 직후 보도참고 자료를 통해 심의결과를 공개했다. 'FGF23 관련 저인산혈증성 구루병 및 골연화증 성인 환자' 급여 확대의 적정성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크리스비타는 2023년 5월부터 건강보험을 적용받고 있다. 2020년 9월 17일 국내 시판 허가를 받은 지 약 2년 7개월만이었다. 허가부터 급여등재까지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크리스비타가 그나마 급여권에 진입할 수 있었던 건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경평생략) 약제 기준 완화 덕이 컸다.

작년 7월 24일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XLH환우회는 크리스비타의 '건강보험 급여 차별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왼쪽이 연합회 정진향 사무총장, 오른쪽이 환자 보호자인 환우회 박순배님이다. [사진=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보건복지부는 크리스비타와 같은 약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지원하기 위해 경평생략 요건에 '소아에 사용하는 약제로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치료법이 없고,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삶의 질 개선을 입증하거나 약평위가 인정하는 경우'를 추가했고, 크리스비타는 첫 수혜 품목이 됐다.

그런데 허가사항과 달리 소아에만 적용하도록 급여기준이 제한돼 있어서 급여등재와 동시에 논란거리가 됐다. 같은 약인데 소아는 건강보험을 적용받고 성인은 전액본인부담으로 비싼 약값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했고,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

환자단체, 제약계는 물론 국회까지 이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복지부는 시종일관 소아부터 우선 시행하고 추후 확대여부를 판단해 보겠다는 입장만 반복해서 내놨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한정돼 있다보니 복지부도 무턱대고 문을 다 열어 줄 수 없었던 것이다.

이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XLH환우회가 나서 크리스비타 성인환자 급여 확대(건강보험 급여 차별 문제 해결) 의견서를 작년 7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고, 우여곡절 끝에 성인환자 급여확대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말이 지난해 중반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관건은 경평생략 기준을 개정해야 하는데 복지부는 완강했다. 그럼 크리스비타 성인환자 급여확대안은 어떻게 약평위를 통과할 수 있었을까?

심평원 이숙현 신약등재부장은 뉴스더보이스의 질문에 "확대되는 급여사용 범위가 경평생략 요건인 '소아의 삶의 질 개선'에 해당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반요건인 '대체약제 없음 또는 치료적 위치 동등 없음+생명 위중 질환 해당 여부'를 토대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정공법인 경평생략 기준 변경을 통한 성인 급여확대가 아니라 성인환자만 따로 요건 충족을 입증한 '우회경로'로 접근한 것이다. 크리스비타는 2년이나 반쪽짜리 급여가 적용돼 왔기 때문에 쿄와기린 측은 건강보험공단 협상 등 이후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면 크리스비타는 그나마 경평생략 일반요건을 충족할 수 있어서 성인 급여확대에 큰 진전을 이뤘지만, 같은 처지에 있거나 앞으로 새로 진입할 다른 약제들은 여전히 '소아는 되고 성인은 안되는' 불합리한 급여를 계속 유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