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데이터 제공기간, 최대 1~2주로 단축...위험도별로 차등 심사"
심평원, AI·공공데이터 통합으로 지역·필수·공공의료 지원도 강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연구자들의 가장 큰 불편으로 꼽혀온 데이터 제공 기간을 대폭 단축한다. 현재는 데이터 신청부터 제공까지 한 달 이상 걸리지만 앞으로는 데이터 위험도에 따라 심의 절차를 달리 적용해 저위험 데이터의 경우 1~2주 내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심평원은 전 국민 진료정보 공통데이터모델(CDM) 기반 인공지능(AI) 구축과 공공데이터 통합을 통해 지역·필수·공공의료 지원체계를 강화하는 중장기 전략도 본격화한다.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닌 지역의료 격차와 필수의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국선표 심평원 빅데이터실장은 23일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보건의료 공공데이터 통합을 통한 지역·필수·공공 지원 체계 강화는 신임 홍승권 심사평가원장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라며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지역의료 문제 해결과 국민 건강권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저위험 데이터 1~2주, 중위험 2~3주 목표"
현재 심평원 연구데이터는 이용 상담과 자료 범위 조정, 심의위원회 심사 절차를 거쳐 제공된다. 심의위원회가 월 단위로 운영되면서 신청 시점에 따라 한 달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에 심평원은 올해 3월 개정된 가명정보 처리 가이드라인에 맞춰 데이터 위험도를 저·중·고위험으로 구분하고 적정성 검토 절차를 차등 적용할 예정이다.
국 실장은 "현재는 이번 주에 신청해도 다음 달 심의위원회 일정에 맞춰야 해 최소 한 달 이상이 걸린다"며 "저위험 데이터는 상담과 자료 조율 기간을 포함하더라도 일주일에서 2주 정도면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위험 데이터는 일부 전문가 검토가 추가돼 2~3주 정도, 고위험 데이터는 현재와 유사하게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향후 사례가 축적되고 절차가 정착되면 저위험 데이터는 일주일 이내 제공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AI는 지역·필수의료 살리는 구조적 도구"
이날 간담회에서 심평원은 AI를 활용한 중장기 보건의료 전략도 공개했다. 심평원은 현재 지역의료 문제를 ▲수도권과 지방 간 의료역량 격차 심화 ▲응급·소아·분만 등 필수의료 취약지 확대 ▲지역 공공병원 만족도 저하 등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지역·필수·공공의료 시스템을 강화하는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심평원은 AI가 의료비 증가를 억제하고 환자 안전을 높이는 것은 물론 만성질환 관리체계 변화와 지역 의료역량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단순히 업무 효율화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 의료체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정책 도구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의료·복지 데이터를 연계하는 통합 거버넌스 구축과 건강형평성 모니터링 체계 도입, 근거기반 평가체계 강화, 전문인력 양성 등을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공공의료·복지 통합 데이터 연계 거버넌스 위원회 설치 ▲공공기관 간 의료정보 교류 표준 확대 ▲가명정보 결합절차 간소화와 공동심사체계 제도화 등을 주요 추진과제로 꼽았다.
CDM 기반 AI 구축…2028년 분석 결과까지 자동 도출
심평원은 전 국민 진료정보 CDM 기반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 검색이나 질의응답 수준을 넘어 건강보험 분야 전문지식을 학습한 생성형 AI 모델이다. 연구자가 연구 질문을 입력하면 AI가 분석 코드를 작성하고 통계 분석을 수행하며 최종적으로 분석 결과까지 제시하는 형태다.
사업은 3단계로 추진된다. 올해는 연구설계 지원 AI 모델을 구축하고, 2027년에는 분석 쿼리와 통계분석 코드를 자동 설계하는 분석지원 AI 모델을 개발한다. 2028년에는 연구자가 요청한 분석 결과를 AI가 직접 산출하는 연구수행 AI 모델 완성을 목표로 한다.
또 심평원은 AI 고도화를 위해 공공데이터와 민간 의료데이터 결합 방안을 검토하고, 보건의료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 확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AI 기반 공동진료·응급의료 자원 연계 시스템, AI 기반 원격협진 서비스,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필수의료 분야에서는 진료정보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응급진료지원 데이터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응급의료센터 의료진에게 환자의 수술 이력과 복약 정보 등을 제공해 적정 응급진료와 환자 안전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최근에는 국립중앙의료원과 협업해 이용기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향후 지자체와 협력해 응급환자 이송·수용·전원 체계 구축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또 예비 부모들의 편의를 위해 전국 분만 가능 의료기관 정보를 공개하는 서비스도 추진한다. 지역의료 측면에서는 진료권별 의료이용 분석자료, 만성질환·정신질환 통계, 달빛어린이병원 운영 실적 등을 정부와 지자체에 제공하고 있으며 지역 심뇌혈관질환 재발방지사업 분석도 지원하고 있다.
대조군 데이터 9월 개방…연구자 지원 확대
연구자 수요가 높은 데이터 개방도 확대된다. 심평원은 연구자들이 가장 많이 요청한 대조군 데이터를 구축해 오는 9월부터 개방할 계획이다. 사망원인정보는 관련 기관과 협력해 제공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치과 분야 연구 활성화를 위한 치식코드 변수도 올해 안에 추가 개방할 예정이다.
또 연구자가 실제 데이터를 사전에 탐색할 수 있는 'HIRA Data Playground'를 구축해 데이터 이해도를 높이고 시행착오를 줄일 계획이다.
국 실장은 "AI와 데이터는 단순히 저장하고 제공하는 자원이 아니라 지역·필수·공공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돼야 한다"며 "심평원은 데이터가 정책과 서비스 혁신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역할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는 국민과 의료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이터 혁신 플랫폼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