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마비 환자도 도수치료 관리급여 반발…국민동의청원 잇따라 제기
'2주·4회 물리치료 선행' 기준 철회 요구…질환 특성 반영한 별도 기준 촉구 환자단체 이어 의료계도 집단행동 예고…"치료권·진료권 침해"
오는 7월 도수치료 관리급여 시행을 앞두고 제도 재검토와 예외 적용을 요구하는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도수치료 관리급여 전환 반대 청원이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 상임위원회 회부 요건을 충족한 가운데, 림프부종·소아청소년 환자, 안면마비 재활 분야에서도 별도 기준 마련을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제기됐다.
의료계 역시 관리급여가 환자의 치료 선택권과 의사의 전문적 진료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오는 28일 대규모 궐기대회를 예고하는 등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2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안면마비 재활 도수치료 분야에 대한 관리급여 기준 철회 및 산정특례 적용 요청에 관한 청원'이 지난 19일 공개돼 다음 달 20일까지 동의를 받는다.
청원인은 현행 관리급여 기준이 안면마비의 질환 특성과 치료 원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도수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2주 이상, 4회 이상의 기본 물리치료를 먼저 시행해야 한다는 선행 조건과 횟수 제한 규정이 임상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청원인은 "안면마비는 발병 시기와 회복 단계에 따라 환자 상태가 크게 달라지는 신경계 질환"이라며 "급성기, 아급성기, 만성기에 따라 치료 접근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병 초기에는 신경 재생과 비정상적 운동 패턴 형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기 중재가 매우 중요하다"며 "만성기로 진행될수록 연합운동(synkinesis)과 비정상적 근활성 패턴 교정을 위한 정밀한 신경근 재교육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근골격계 중심 기준, 안면마비 특성 반영 못해"
청원인은 현행 관리급여 기준이 안면마비 재활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근골격계 질환 중심의 획일적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일정 기간과 횟수의 기본 물리치료를 선행하도록 한 규정이 치료의 적시성을 떨어뜨리고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형 치료를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발병 초기 환자의 경우 적절한 시점에 전문적인 도수 기반 재활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비정상적인 근육 동원 패턴이 고착화될 수 있다"며 "이는 이후 치료 기간 장기화와 기능 회복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만성기 환자에게 적용되는 치료 횟수 제한 역시 환자의 기능 수준이나 연합운동 정도, 근활성 패턴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질환 특성 반영한 별도 산정기준 필요"
청원인은 안면마비 재활이 일반적인 물리치료와는 다른 전문성을 요구하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청원 내용을 보면 안면마비 재활은 표면근전도(sEMG), 시각적 피드백, 운동 패턴 재학습 등을 활용한 정밀한 신경근 재교육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환자별 상태에 맞춘 개별화 치료가 필요하며 단순한 횟수 제한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분야라는 설명이다.
청원인은 "현행 기준은 치료의 적시성·개별성·전문성을 모두 저해하고 환자의 기능 회복 기회를 제한하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며 "안면마비 재활 도수치료에 대해서는 선행 치료 조건과 횟수 제한 기준을 폐지하고 질환 특성을 반영한 별도 산정 기준 또는 특례 적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도수치료 관리급여 시행과 관련한 국민동의청원은 최근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일 공개된 '도수치료 관리급여 재검토 및 개선 요청에 관한 청원'은 공개 4일 만에 5만 765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부 요건을 충족했다. 해당 청원은 관리급여 도입 유예 또는 재검토와 단일수가 체계 전환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림프부종 환자들은 연간 15회로 제한된 도수치료 기준을 철회하고 주 1회, 연 52회 치료 보장을 요구하는 청원을 진행 중이며, 소아·청소년 환자 보호자들은 척추측만증과 선천성 근골격계 질환 등에 대한 별도 기준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여기에 안면마비 재활 분야까지 문제 제기가 확대되면서 질환별 특성을 고려한 예외 적용 요구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의료계도 집단행동 예고…"환자 중심 진료 위축"
대한의사협회도 대한정형외과의사회, 대한신경외과의사회,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등과 함께 오는 28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관리급여 반대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의사협회 범의료계 국민건강보호 대책특별위원회는 "도수치료 통제로 시작된 관리급여는 단순한 급여체계 개편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치료 선택권과 의료인의 전문적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