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리반트 병용, 폐암 환자 생존 연장 확신…급여 적용돼야"

최근 엑손 20 급여 적정성 통과는 작은 시작…가장 흔한 엑손 19·21 변이도 접근성 열려야 안병철 교수 "'MARIPOSA-1' 임상 OS 발표 지연, 사망 사건 적다는 '긍정적 신호'"

2026-06-22     권소희 기자

국내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EGFR 변이 치료 환경이 진화하고 있지만, 혁신 신약에 대한 환자들의 건강보험 급여 문턱은 여전히 높은 실정이다.

뉴스더보이스는 지난 11일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안병철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만나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 교수는 3세대 표적치료제 내성 환자들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이중항체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의 임상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한 조속한 급여 적용을 촉구했다.

안병철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 [사진=한국얀센]

폐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과거에는 증상 발현 후 진단 시 대부분 4기인 경우가 많았다. 현재도 여전히 4기 진단 비중이 가장 높지만, 최근 5년 전부터는 국내의 저렴하고 접근성 높은 건강검진 체계 덕분에 1~3기 단계에서 진단되는 환자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폐암의 동반 증상은 암의 위치에 따라 다르다. 폐 실질 자체에 발생하면 증상이 거의 없으나, 기도 부위를 막거나 침범하면 기침·가래가 나타나고 기관지에 생기면 목이 간질거리는 느낌과 지속적인 기침이 동반된다. 혈관을 침범하면 객혈이, 신경이 많이 분포한 흉벽(가슴벽) 부위에 닿으면 흉통이 발생한다.

국내 비소세포폐암 환자 30~50% 'EGFR 변이'… 표적치료가 핵심

폐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의 대표적인 유전자 변이는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변이다. 이는 서양인(10% 내외)보다 아시아인에게서 훨씬 흔하게 나타나며,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 등에서는 연구에 따라 30% 이상에서 많게는 50%까지 보고된다.

안병철 교수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암세포가 해당 유전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흔히 '중독돼 있다(addicted)'고 표현한다"며 "이 변이만 잘 막아주면 치료가 잘 되는 경향이 있어, 특정 표적만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표적치료제(EGFR-TKI)를 중심으로 치료가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EGFR 변이는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일반적인 유전과 다르다. 세포 분열 및 DNA 복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부 요인에 의한 돌연변이다. 아시아인에게 왜 더 흔하게 발생하는지,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는지 혹은 인종적 체질에 따른 것인지는 아직 명확한 기전이 규명되지 않았다.

3세대 TKI 내성 이후 '리브리반트-항암화학 병용요법' 새로운 대안 부각

현재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1차 표준 요법으로는 3세대 EGFR-TKI(오시머티닙, 레이저티닙)가 사용되지만, 많은 환자에게서 내성이 발생한다. 내성은 암세포가 진화하면서 약제에 저항성을 갖는 것으로, EGFR 유전자 자체가 변하거나 타 유전자 돌연변이가 추가되기도 하며, 선암이 편평세포암이나 소세포폐암으로 바뀌는 '형질전환'을 통해 발생한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1차 치료 내성 발생 시 세포독성 항암제를 사용하는 백금 기반 항암치료가 표준 치료였다. 그러나 최근 이중항체인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와 화학항암제(카보플라틴 및 페메트렉시드)를 병용하는 'MARIPOSA-2' 임상연구를 통해 효과가 확인되면서, 현재는 리브리반트-항암화학 병용요법이 표준 치료의 한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에서는 2025년 EGFR-TKI와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 이후 진행된 환자 치료제로 ADC(항체-약물 접합체)가 허가되는 등 향후 4세대 EGFR-TKI와 ADC를 포함한 다양한 2차 치료 옵션이 등장할 전망이다.

임상 현장 "초기 반응 양호, 암세포 진화 방향 바꾸는 이중항체 가치 높아"

리브리반트. [사진=한국얀센]

리브리반트-항암화학 병용요법은 EGFR 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L858R) 치환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2차 이상 치료제로 2025년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 해당 처방 경험이 가장 많은 교수 중 한 명인 안 교수는 "약 5명의 환자에게 사용한 결과 내성 기전에 따라 반응은 달랐지만 대부분 초기 반응이 양호했다"며 "이는 기존 항암화학요법 대비 유의한 객관적 반응률 개선을 확인한 MARIPOSA-2 임상 데이터(리브리반트 병용군 ORR 64% vs 단독군 36%, Median PFS 6.3개월 vs 4.2개월)와 유사한 경향"이라고 밝혔다.

안 교수는 “평균적인 내성 발생 기간은 6개월 내외로 알려져 있으나, 임상 현장에서는 현재 1년 이상 매우 좋은 반응을 유지하고 있는 인상적인 사례도 존재한다”며 “국립암센터에서는 내성 발생 후 유전자 검사를 재시행하여, 리브리반트의 기전상 MET 관련 변이를 처음부터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MET 유전자 돌연변이나 과발현이 확인된 경우 이 병용요법을 좀 더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해 치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리브리반트의 임상적 가치에 대해 "EGFR과 MET을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항체로서 처음부터 암세포 변화의 큰 흐름을 바꿈으로써, 내성이 오더라도 상대적으로 덜 나쁜 형태로 오고 환자가 더 오래 생존할 수 있도록 초기부터 암의 진화 방향을 바꿔주는 약제"라며 "향후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선구자적(pioneer) 연구"라고 평가했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스키퍼·코쿤 연구 등을 통해 부작용 관리 체계가 정립되었으며, 실제 처방 시 고등급 이상반응 발생은 10% 미만으로 적절히 관리된다면 충분히 좋은 옵션이라고 덧붙였다.

MARIPOSA-1 최종 OS 지연… 안 교수 "최소 1년 반 이상 생존 연장 기대되는 긍정적 신호"

최근 폐암 학계와 업계의 눈은 리브리반트-레이저티닙 병용요법과 기존 3세대 EGFR-TKI(오시머티닙) 단독요법을 비교 평가한 'MARIPOSA-1' 임상연구의 최종 전체생존기간(Final OS) 결과에 쏠려 있다. 안 교수는 “2024년 발표 당시 최종 OS 값이 아직 산출되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데 os값이 산출되기 위해서는 일정 비율 이상의 사망 사건이 발생해야 한다. 아직 (리브리반트 병용요법군의) 사망 사건이 충분히 발생하지 않아 분석이 연기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만약 리브리반트 병용요법군의 생존기간이 짧았다면 오히려 더 빨리 숫자가 나왔을 것이다. 그래서 현재 결과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존 3세대 EGFR-TKI의 전체 생존기간이 약 36개월 전후인 점과 MARIPOSA-1의 OS 경향성을 고려할 때, 개인적인 전망으로는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오시머티닙 대비 최소 1년 반에서 길게는 2년 정도까지 연장될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MARIPOSA-2 임상연구 주요결과2. [사진=한국얀센]

약평위 통과는 작은 시작… 가장 흔한 엑손 19·21 변이 급여 확대 과제

그러나 이러한 임상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현재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1·2차 치료 모두 비급여 상황이어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상당하다.

다행히 지난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에서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 2차 이상 단독요법'에 대해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았다.

안 교수는 "비록 엑손 19 결손 및 엑손 21 치환 변이의 1·2차 치료 등은 여전히 비급여 상황이지만, 이번 급여 소식은 정부의 환자 접근성 개선 의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시작"이라면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엑손 19 결손이나 엑손 21 치환 변이 환자들의 경우, EGFR-TKI 치료가 급여를 받고 있어 치료 기회 자체를 잃은 것은 아니지만, 내성이 발생했을 때 처음부터 리브리반트 병용을 썼다면 더 오랜 기간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리브리반트 치료 가치가 더 많이 알려지고, MARIPOSA-1 임상연구의 최종 전체 생존기간(OS) 결과까지 발표된다면 리브리반트 인지도와 임상적 가치와 필요도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 같다. 향후 환자들을 위해 개인적으로 이 약제는 꼭 급여가 적용돼야 하는 치료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