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검출인데 왜 탈락?”…CML 환자들, 산정특례 재등록 기준 개선 촉구

TKI 복용 중인데 BCR-ABL1 0%·미검출 이유로 재등록 거부 사례 발생 환우회 “치료 지속 여부가 판단 기준 돼야” 공단·복지부에 전국 통일 지침 마련 요구

2026-06-15     최은택 기자
[사진=한국백혈병혈액암환우회]

환자단체가 TKI 표적항암제를 복용 중인 만성골수성백혈병(CML) 환자의 산정특례 재등록 기준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일부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가 BCR-ABL1 정량 PCR 검사 결과가 ‘0%’, ‘0.01% 미만’ 또는 ‘미검출’이라는 이유로 ‘잔존질환 확인 불가’ 판단을 내려 재등록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자단체는 검사상 미검출이 곧 완치를 의미하지 않는 만큼, 치료 지속 여부와 담당 의사의 의학적 판단을 중심으로 재등록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표적항암제 등장 이후 달라진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 환경

한국백혈병혈액암환우회는 15일 발표한 성명에서 “생명 유지를 위해 TKI 표적항암제를 계속 복용 중인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는 암 지속 상태로 인정해 산정특례 재등록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고액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증질환 산정특례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암 환자의 본인부담률은 5% 수준이다. 과거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지 못하면 수년 내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글리벡과 스프라이셀, 타시그나, 슈펙트, 보술리프, 아이클루시그, 셈블릭스 등 TKI(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 표적항암제가 도입되면서 장기 생존이 가능한 만성질환 형태로 관리되고 있다.

환우회에 따르면 국내 만성골수성백혈병 생존 환자는 2001년 약 500명에서 2024년 말 기준 1만5251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표적항암제의 지속적인 복용이 환자의 생존 기간을 획기적으로 연장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현재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치료 반응은 주로 혈액을 이용한 BCR-ABL1 정량 PCR 검사로 확인한다. 환우회는 산정특례 재등록 여부를 판단할 때도 환자가 TKI를 계속 복용하고 있고 정량 PCR 검사를 통해 치료 경과를 추적하고 있다면 추가 골수검사나 CT 없이도 재등록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5년 9월부터는 혈액암 산정특례 재등록 시 불필요한 골수검사나 복부 CT 검사를 요구하지 않고 BCR-ABL1 검사 결과 등을 활용하도록 기준이 개선됐다.

“약값 6배 부담”…전문학회도 치료 지속 기준 강조

환우회가 문제로 지적한 부분은 일부 공단 지사가 BCR-ABL1 검사 결과가 ‘0%’, ‘0.01% 미만’ 또는 ‘미검출’로 나온 환자에 대해 ‘잔존질환 확인 불가’로 판단해 산정특례 재등록을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환우회는 BCR-ABL1 수치가 미검출 상태라고 해서 암세포가 완전히 제거됐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재 검사 기술의 한계 내에서 검출되지 않을 뿐이며, 치료를 중단할 경우 상당수 환자에서 수치가 다시 상승하거나 재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TKI 치료 여부와 담당 의사의 치료 필요성 판단이 질병 지속 상태를 평가하는 핵심 근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정특례 재등록이 거부되면 환자의 본인부담률은 5%에서 30%로 높아진다. 환우회는 고가의 표적항암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에게 이는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니라 치료 지속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경제적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일부 환자들은 약값 부담 때문에 용량을 줄이거나 격일 복용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혈액학회 역시 치료 지속 여부를 중심으로 재등록 기준을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회는 환우회에 보낸 회신에서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는 TKI 치료를 지속해야 하며 BCR-ABL1이 검출되지 않더라도 실제 암세포가 완전히 제거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지속적인 항암제 투여 또는 치료 계획이 있는 경우 재등록이 가능해야 하고 의사의 소견과 치료 기록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환우회는 이번 문제가 공단 지사별로 ‘잔존암이 있으면서 제거·소멸을 목적으로 치료하는 경우’라는 재등록 요건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면서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재등록 거부 사례에 대한 의학적 적절성 검토 △TKI 복용 환자의 재등록 기준 명확화 △기존 거부 사례 재검토 및 구제 절차 마련 △전국 지사 통일 기준 수립과 담당자 교육 강화를 공단과 보건복지부에 요구했다.

환우회는 “산정특례제도는 암 환자가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마련된 제도”라며 “검사 수치 자체보다 실제 치료가 지속되고 있는지, 치료 중단 시 재발 위험이 있는지, 의료진이 지속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지가 재등록 판단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