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교수님, 공정경쟁규약 개정으로 추계학회 부스 지원 어렵습니다"
7월부터 제약사 부스 지원 제한…평점 3점 전제, 학회 기부와 광고 중복지원 '금지' 대한의학회 준회원 인준 받아야 연수평점 가능…"신생학회·연구회 가입 신청 쇄도" 의료계, 의학 발전 위축 우려 "회비 만으로 학회 운영 불가능, 가을학회 개최 막막"
[초점=개정된 공정경쟁규약 7월 1일 시행 여파] 의료계가 하반기부터 적용되는 개정된 공정경쟁규약으로 추계학술대회 개최에 비상이 걸렸다.
대한의학회에 가입되지 않은 신생학회와 연구회는 제약업체 홍보 부스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의학 발전 위축을 우려하고 있으나 이미 개정된 규약을 되돌리기 어려워 해당 학회 임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공정경쟁규약으로 의료 분야 학회가 주최하는 학술대회의 제약업체 부스비 지원이 연수교육 3점(최소 3시간) 이상이면서 보건의료 전문가 50명 이상 행사로 제한된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1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등에 '의약품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 및 '공정경쟁규약 세부운용기준' 개정안 내용을 공지했다.
개정 규약에는 제품설명회 관련 판촉물 기준 변경(식음료, 펜, 노트패드만 허용)과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 인정 요건 명확화(형식적 국제행사 지원 방지), 학술대회 연계한 행사에 대한 중복 지원 금지, 식대 및 교통비 지원 구체화 그리고 부스비 기준 신설 등이다.
이중 부스비 기준 신설이 의학계 민감한 현안이다.
학회 주최 학술대회 부스비는 건당 200만원에서 300만원, 요양기관 주최 학술대회는 건당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설정했다.
부스비는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조정할 수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를 사전에 받도록 명시했다.
의약품 공정경쟁규약 규제 대폭 강화-평점 3점 이상 학술대회만 업체 부스 ‘허용’
특히 제약업체 부스비 지급이 가능한 허용 범위를 대폭 강화했다.
해당 학회 학술대회 연수평점 3점(최소 3시간) 이상이면서 보건의료 전문가 50명 이상 참석하는 행사로 한정했다. 희귀질환 학회는 25명 이상이다.
달라진 부스비 기준은 유예를 거쳐 올해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학회들의 추계학회부터 해당한다는 의미다.
의학계가 속앓이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약업체 부스비 허용 잣대인 연수평점 3점이다.
학회 주최 학술대회에서 연수평점을 받기 위해서는 대한의학회 승인이 필요하다.
대한의학회는 회원학회와 준회원학회에 학술대회 교육 시간을 반영한 연수평점을 부여하고 있다.
대한내과학회와 대한외과학회 그리고 대한고혈압학회, 대한당뇨병학회 등 전문과목과 메이저 질환 학회는 대한의학회 회원학회로 제약업체 부스비 협찬을 지속할 수 있다.
문제는 창립 3년 내외 신생학회이다.
대학병원 교수와 개원의 및 봉직의 등이 창립한 신생학회는 대한의학회 회원학회도, 준회원학회도 아니다.
다양한 전문과별, 질환별 연구회 역시 대한의학회 소속이 아닌 학술 분야 임의단체이다.
그동안 신생학회와 연구회는 제약업체 부스비를 지원받아 호텔이나 대학병원 강당에서 춘계학술대회와 추계학술대회 및 학술세미나를 개최해 왔다.
개정된 공정경쟁규약으로 올해 추계학술대회부터 업체 부스비 지원이 사라지면서 해당 학회에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제약업체가 학술대회를 지원할 경우, 해당 학술대회 기간 중 관련 기부와 식음료 제공, 부스 임대, 광고 및 런천 세션 등의 중복 지원도 올해 7월부터 금지된다.
신생학회들 비상, 제약사 부스 지원 없이 학술대회 운영 어려워 "추계학회 개최 막막”
해당 학회 임원들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학회에 가입한 의사 회원 회비만으로 학술대회를 운영하기 힘든 게 한국 의학계 현실이다. 제약업체 기부와 제품설명회, 홍보 부스, 학술대회 광고 등으로 행사장 임대료와 식비, 연자 비용 등을 충당하는 게 현주소이다.
신생학회 임원인 대학병원 교수는 "회비만으로 학술대회를 운영하긴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정된 공정경쟁규약을 이유로 제약업체는 홍보 부스 지원을 해주고 싶어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한의학회에 회원학회나 준회원학회로 인정받아야 연수평점이 나온다. 당장 다가온 가을 학술대회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생 학회 임원인 중소 병원장은 "제약사 홍보 부스비 지원이 없다면 학술대회 행사 자체가 어렵다. 회비를 현재보다 3배 이상 인상하지 않는 한 답이 없다. 그렇다고 학회 참석 의사들의 회비를 무작정 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대한의학회를 통해 준회원학회 인준 절차를 알아보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의료계 시선은 대학의학회로 쏠리고 있다.
대한의학회는 공정경쟁규약 개정 작업에서 많은 학회들의 의학적 학술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면서 평점을 전제한 제약업체 부스비 지원 규제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위를 자랑하는 대한의학회는 회원학회와 준회원학회 등에 한해 학술대회 연수평점을 부여하고 있다.
시도의사회 등 개원의단체 학술대회는 대한의사협회 정관에 입각해 협회 심의를 거쳐 연수평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개원의와 봉직의 중심으로 만든 학회는 대한의사협회가 아닌 대한의학회 인준을 받아야 한다.
의학회 입장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이다.
준회원학회 경우, 학문적 전문성과 배타성, 지역성 등을 원칙으로 인정 여부를 심의하고 있다. 학회 학술지 발행은 심사 기준의 옵션이다.
학술지가 없더라도 일정한 자격을 갖춘 학회는 준회원학회로 인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한의학회 임원은 "공정경쟁규약 개정으로 대학교수와 개원의, 봉직의 등이 주도한 많은 학회로부터 준회원학회 심의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대부분 신생학회와 연구회이다. 공정경쟁규약 개정 논의 시 제약사 부스 지원 규제에 반대 입장을 피력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회원학회 심의 기준을 낮추긴 힘든다. 다만, 학회 인정기준에 학술지 발행은 선택이기 때문에 문의가 오면 준회원학회 자격 신청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준회원학회 심의 기간은 보통 한 달 정도 걸린다. 통상적으로 9월과 10월 시작되는 추계학술대회 이전 심의를 신청해 자격이 충족된다면 준회원학회 자격과 함께 평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올해 7월부터 적용되는 개정된 공정경쟁규약으로 학회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환자 치료와 학문적 발전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보건의료와 보험약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신생학회를 지원해 주고 싶지만 의학회 연수평점을 받지 못하면 부스 지원이 어렵다. 해당 학회 임원인 대학병원 교수와 개원의, 봉직의 등 주요 키 닥터와 불편한 관계가 될지 걱정된다”고 전했다.
대한의학회 인정 기준에 미달되는 학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의학회도 난감, 학술지 없어도 회원자격 갖추면 평점 부여-모학회 통한 우회 지원 '가능'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모 학회를 활용한 우회적인 부스 지원이다.
예를 들어, 대한내과학회와 대한소아청소년학회 등과 관련된 신생학회와 연구회 경우 추계학술대회 주최를 대한내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학회로 하면 제약사 부스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모학회의 학술대회 주최명 사용에 따른 부스 비용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모학회에서 부스 비용 전액을 해당 학회에 줄지, 일정 부분 나눌지 알 수 없다.
제약사 홍보 부스 비용에 의존해 학술대회를 운영해 온 신생학회와 연구회 입장에서 주최명을 포기하고 모학회 눈치를 보는 상황을 감수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정부 입장은 명확하다.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공무원은 "학술대회 취지에 맞은 학회 자격 부여를 위해 평점에 입각한 제약업체 부스 지원을 허용한 것으로 안다. 학회 이름을 내건 다양한 학회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제약바이오업계 의견을 토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정안을 인준한 것 같다. 의견조회 과정에서 복지부도 공정경쟁규약 개정안 취지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제네릭 약가인하를 구실로 신생학회와 개원의 학회의 합법적 지원을 줄이기 위한 제약바이오업계 꼼수가 공정경쟁규약 개정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