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건보 적자 우려 속 불가피한 선택”…의원 수가협상 결렬 배경 공개
김남훈 급여상임이사 "1.6% 제시안 합리적 판단, 상대가치 연계 확대는 지속" "공급자 경영난 공감하지만 재정 지속가능성도 고려해야" BAP 모형 기반 협상체계 개선도 예고
2027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에서 의원 유형만 협상이 결렬된 데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수가 인상 폭에 대한 인식 차이가 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공단은 전체 수가밴드가 1.65%로 낮게 설정된 상황에서 의원 유형에 1.6%를 최종 제시한 것은 “밴드 내에서 합리적인 인상률”이었다고 설명했다.
김남훈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는 10일 열린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올해 수가협상 결과와 결렬 배경, 상대가치 연계 확대 방향, 향후 수가협상 제도 개선 과제 등을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는 김 상임이사의 인사말과 전문기자협의회가 사전에 보낸 질의에 대한 답변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김 상임이사는 인사말에서 올해 협상을 “건강보험 적자 전환에 대한 우려 속에서 가입자와 공급자의 간극이 그 어느 때보다 컸던 협상”이라고 규정했다. 의료계의 경영난을 외면한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국민 부담, 의료 인프라 유지를 동시에 고려해야 했다는 취지다.
그는 “공단은 보험자이자 재정관리자로서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의료 인프라 유지, 어려운 경제 여건 속 가입자 부담까지 함께 아우르는 합리적 균형점을 찾고자 했다”고 말했다.
올해 협상은 지난 5월 7일 의약단체장 상견례를 시작으로 진행됐다. 결과는 7개 단체 중 의원 유형을 제외한 6개 단체 타결이었다. 전체 수가밴드는 1.65%, 추가 소요재정은 1조2058억원으로 정해졌다. 이 가운데 1.45%는 환산지수 인상에, 0.2%는 필수의료와 저보상 항목에 투입하기로 했다.
유형별 환산지수 인상률은 병원 1.2%, 요양·정신 1.3%, 치과 2.6%, 한의 3.0%, 약국 3.7%, 조산 6.0%, 보건기관 2.7%다. 병원 유형은 인상률 중 0.1%를 필수의료와 저평가 항목에 투입하고, 치과와 한의 유형은 각각 0.2%, 0.1%를 진찰료 등에 투입하기로 했다.
김 상임이사는 병원 유형에 대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1.2% 인상률임에도 일부를 필수의료와 저평가 항목에 투입하기로 합의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병원 구조전환과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에 대한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결단을 내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치과와 한의 유형에 대해서는 “의원과 같은 일차의료기관이면서도 의과에 비해 긴 진료시간에도 동일 행위에 대한 저보상 구조에 놓여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상대가치 연계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고, 진찰료 등에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최종 합의했다는 설명이다.
약국 유형은 상대적으로 높은 3.7% 인상률로 타결됐다. 김 상임이사는 “지난해 환산지수 인상률은 2.8%였지만 행위료 증가율은 0.5%에 불과했고, 타 유형과 달리 수진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동네 약국의 어려운 경영 상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의원 결렬 원인과 낮은 수가밴드 논란
전문기자협의회의 사전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김 상임이사는 의원 유형 결렬의 가장 큰 원인으로 수가 인상 폭에 대한 간극을 꼽았다.
그는 “올해 협상은 가입자와 공급자 간 수가인상률에 대한 간극이 커서 협상 과정이 상당히 어려웠다”며 “의원 유형이 결렬된 이유도 마찬가지로 수가인상 폭에 대한 인식 차이가 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공단은 재정운영위원회 재정소위원회가 제시한 밴드를 중심으로 유형별 순위와 격차를 고려해 협상을 진행했다. 김 상임이사는 “전체 밴드가 1.65%로 낮은 상황에서 의원의 순위가 5개 의약단체 중 4위인 점을 감안하면 1.6%는 밴드 내에서 합리적인 수가인상률을 제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의원 유형이 결렬되면서 재정운영위원회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의원 유형 인상률을 심의·의결할 때 공단 최종 제시안인 1.6%를 초과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또 인상분의 상당 부분을 필수의료 상대가치 점수 조정에 활용하도록 결의했다.
의료계가 제기한 ‘역대 최저 수준 밴드’와 ‘제시 데이터 미반영’ 주장에 대해서도 공단은 재정 여건과 각종 산출 모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김 상임이사는 “재정운영위원회는 공급자의 경영상황에 대한 고려와 함께 환산지수 연구를 통해 기존 SGR, 개선 SGR, GDP, MEI, GDP-MEI 모형과 올해 새롭게 개발한 BAP 모형까지 모두 참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SGR 모형은 목표진료비보다 실제 진료비가 높아 전년의 양수 값에서 올해 음수 값으로 전환됐다. GDP와 MEI 등 거시지표도 전년보다 낮게 산출됐다. 여기에 건강보험 재정은 수입보다 지출 증가 폭이 커지는 상황이었다.
김 상임이사는 “이런 요인들로 인해 수가밴드가 공급자의 요구와 격차가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재정 부담과 협상 환경 변화 가능성
공단은 내년 이후에도 낮은 밴드 기조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단정하지 않았다. 다만 건강보험 재정 현황이 앞으로도 협상 환경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김 상임이사는 “재정소위에서 수가밴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공급자의 경영 환경, 진료비 증가율, 환산지수 산출 연구 결과, GDP와 의료물가, 보험료율 영향, 건강보험 재정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이후에도 이러한 환경요인에 따라 수가밴드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며, 건강보험 재정 현황도 중요한 협상 환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고지원 확대 등 재정 확보 방안이 마련될 경우 협상 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상대가치 연계 확대와 수가체계 개편 방향
올해 협상에서 또 하나의 쟁점은 환산지수 인상분을 상대가치 조정과 연계하는 방식이었다. 김 상임이사는 이 방향이 제도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공단은 제2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에 따라 2025년 요양급여비용 계약부터 환산지수와 상대가치 연계를 적용해 왔다. 환산지수를 모든 행위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이미 과보상된 수가는 더 올라가고, 저보상된 수가의 인상률은 낮게 적용돼 수가 불균형이 심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김 상임이사는 “환산지수 인상분 중 일부 재정을 필수의료와 저보상 행위에 투입하고 있다”며 “작년까지는 의원과 병원 중심으로 추진했고, 올해는 치과와 한의까지 확대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가 불균형 완화를 위해 상대가치 연계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공급자단체 입장에서는 환산지수 인상률 자체가 낮은 상황에서 상대가치 연계까지 확대되면 실제 체감 인상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올해 의원 유형 결렬에도 이 문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공단의 설명이다.
반복되는 갈등과 수가협상 제도 개선 과제
수가협상 때마다 제시되는 부대조건이 실제로 잘 이행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해 상견례 과정에서도 한의계가 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김 상임이사는 “작년에 재정운영위원회에서 부대결의를 제시했고, 재정운영위원회에는 공단과 복지부가 모두 참여하고 있으므로 부대결의가 성실히 이행되도록 모두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복지부 관련 부서와 해당 의약단체 간 부대결의 이행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조만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차질 없이 이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김 상임이사는 매년 반복되는 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환산지수 기능에 대한 인식 차이를 지목했다. 그는 “공급자는 의료물가 수준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환산지수라고 생각하고 있고, 가입자는 전체 진료비 규모 관리와 재정관리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환산지수 기능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단이 수가협상에서 고려해야 할 기준은 세 가지라고 했다. 첫째, 공급자가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의료 인프라 유지가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 둘째, 국민 부담능력을 고려한 인상률이어야 한다. 셋째, 건강보험 재정이 감당 가능한 범위 안에서 결정돼야 한다.
이런 기준점을 마련하기 위해 공단은 올해 서울대 홍석철 교수에게 연구를 의뢰해 BAP 모형을 개발했다. 올해 처음으로 모형 결과를 산출했으며, 앞으로 보완을 거쳐 예측 가능한 협상 시스템을 만드는 데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상임이사는 “가입자, 공급자, 정부, 공단의 요구를 반영해 미래 대비가 가능하면서도 예측 가능한 협상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상임이사는 개인적 소회도 밝혔다. 그는 실장으로 3번, 협상단장으로 3번 등 모두 6차례 수가협상에 참여했다.
그는 “그간 수가협상 환경은 코로나19, 의대정원 문제 등으로 녹록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의료계와 재정소위 위원들이 균형을 잘 잡아준 덕분에 매번 수가협상은 잘 마무리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 나은 수가제도가 되도록 가입자, 공급자, 보험자, 정부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공단은 향후 가입자·공급자·전문가·정부·공단이 참여하는 제도발전협의체를 통해 합리적인 수가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상임이사는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을 위해 상호 신뢰와 존중, 소통과 배려의 자세로 함께 고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