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혁신기업 키운다더니 직원 일탈에 인증 박탈?…리베이트 '연대책임' 논란

복지부 개정안, 5년 전 위반사건 심사 제외 추진에도 인증취소 규정은 그대로 "기업 책임 없는 행정처분까지 인증 박탈 연결…혁신 육성 취지와 배치"

2026-06-12     최은택 기자

[이슈진단=혁신형제약 인증 리베이트 적용기준 논란] 보건복지부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기준 개정을 추진하면서 리베이트 관련 결격사유를 일부 완화했지만, 정작 업계가 문제로 지적해 온 '개인 일탈에 따른 인증 취소' 논란은 손대지 않아 반쪽짜리 개선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리베이트 전력에 대한 규제는 완화하면서도 인증을 받은 이후 발생하는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업의 관리 책임 여부와 무관하게 인증 취소가 가능하도록 유지해 제도 취지인 혁신 육성보다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기준 고시 개정을 통해 리베이트 관련 결격사유 일부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기준 개정을 추진하면서 리베이트 관련 결격사유를 일부 완화했지만, 정작 업계가 문제로 지적해 온 '개인 일탈에 따른 인증 취소' 논란은 손대지 않아 반쪽짜리 개선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챗GPT]

현행 규정은 인증 심사 또는 인증 연장 심사 시점을 기준으로 과거 3년간 리베이트와 관련해 약사법 또는 공정거래법상 행정처분을 통산 2회 이상 받지 않아야 하며, 리베이트 총 계약금액이 500만원 이상이어도 안 된다. 기업 임원이 관련 범죄로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역시 인증 대상에서 제외된다.

개정안은 이러한 기준을 유지하되 인증 또는 인증 연장 심사 시점 기준 5년 이전에 종료된 리베이트 위반행위는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업계는 이를 오래된 위반 이력까지 현재 기업의 혁신 역량 평가에 반영하는 불합리성을 일부 해소한 조치로 평가하면서도 정작 더 큰 문제는 건드리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기업은 무죄인데 인증은 취소될 수도"

실제 이번 개정안에서도 인증취소 규정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인증 이후에도 관련 기준을 계속 충족해야 하며 이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심의를 거쳐 인증이 취소될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업의 고의성이나 관리 책임 여부보다 행정처분 결과 자체가 인증 유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기업은 무죄인데 인증은 박탈당할 수 있는 구조"라는 불만이 적지 않다.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신약 접근성 확대와 제약 혁신의 균형-환자 보장성 강화 방향' 포럼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현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리베이트를 근절해야 한다는 데 누구도 이견이 없다"면서도 "우려되는 부분은 리베이트에 대한 식약처 행정처분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의 일탈로 리베이트가 이뤄졌고 기업 책임이 없다면 수사기관은 기업을 기소하지 않는다. 하지만 식약처 행정처분은 별도로 내려질 수 있다"며 "이 행정처분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취소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개인 직원의 일탈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이 날아갈 수 있는 구조"라며 "제약산업 육성이라는 제도 취지에 부합하려면 기업의 책임 정도와 관리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리베이트 근절 동의하지만 연대책임식 제재는 과도"

패널토론에 참석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박선은 보험정책실장도 비슷한 우려를 제기했다.

박 실장은 "5년 이전 리베이트 위반행위를 인증 심사에서 제외하도록 한 개정안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여전히 개인의 일탈로 기업의 인증 자격이 취소될 수 있어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전 직원을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실상 연대책임을 묻는 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며 "합리적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제약기업이 인증 유지 불안보다 연구개발과 혁신에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이번 개정안이 제도의 근본적 문제를 외면한 채 일부 기준만 손질하는 데 그쳤다고 볼멘소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과거 리베이트 전력을 5년으로 제한하면서도 현재 발생하는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기업의 관리 책임 여부를 따지지 않고 동일한 결과를 적용하고 있다"며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가 혁신을 장려하는 제도인지, 아니면 행정처분 리스크를 확대하는 제도인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을 운영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해도 일부 직원이나 외부 영업조직의 일탈을 100%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기업의 예방 노력과 위반행위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는 현행 구조는 결국 인증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혁신 육성인가, 제재 일변도인가

이와 관련 업계 안팎에서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이 약가 우대와 각종 정책 지원의 전제가 되는 만큼 인증 취소 기준 역시 보다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히 위반 사실만 볼 것이 아니라 기업의 책임 정도와 준법경영 체계, 재발 방지 노력 등을 종합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혁신형 제약기업을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의 핵심 축으로 강조하면서도 실제 인증 유지 기준은 여전히 결과 중심의 규제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 목적과 운영 방식 간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약사 한 약가담당자는 "리베이트로 인한 약가인하나 업무정지 등은 연루된 특정품목에 한정돼 적용된다. 그런데 혁신형 제약 인증은 해당 기업의 전 품목이 대상이 된다. 그런 점에서 개인일탈을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기준 고시 개정안은 지난달 6일 의견조회 절차를 마치고 현재 규제심사 등 후속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복지부는 개정 고시가 확정되면 이를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 혁신형 제약기업 신규 인증 및 재인증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아직 최종 고시 개정이 최종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정부가 업계의 합리적인 요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