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병원의학인가…"입원전담의 충원에 기댄 취약성, 10년간 뼈아픈 교훈"
병원의학회, 자성과 함께 발전 로드맵 집중 논의…"전문의와 전문 직종 팀제 제도화 시급" 미국 호스피탈리스트·간호사·약사 협업 후 환자 사망률 대폭 감소 "직종 배제 아닌 존중 문화" 입원환자 중심 팀제 성과 보상체계로 전환해야…"다학제 협업 관건은 목표 설정과 상호 신뢰"
전문의 중심 병원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의사와 간호사, 병원약사 등 입원환자 케어를 위한 다학제적 접근과 제도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대한병원의학회(회장 신동호, 이사장 한승준)는 지난 6일 중앙대병원 송봉홀에서 하계학술대회를 열고 입원환자 중심의 다학제 협업 모델과 학회 발전 로드맵 등을 중점 논의했다.
지난해 12월 공식 출범한 대학병원의학회는 내과계와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를 구심점으로 전문간호사와 병원약사, 영양사, 사회복지사 등 직역 간 벽을 허물고 환자 중심의 팀 진료체계 구축과 병원의학 역할 재정립을 추진하고 있다.
신동호 회장, 미국 호스피탈리스트와 간호사, 약사 등 회의 일상화 ”환자 사망률 30% 감소“
이날 병원의학회 신동호 회장(연세의대 통합내과 교수)은 '한국병원의학 10년의 성찰과 병원의학회 사명' 주제발표를 통해 미국 병원의학 중심인 호스피탈리스트(입원전담전문의) 탄생 과정을 설명하면서 직역별 전문성을 존중하는 팀 진료 모델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동호 회장은 "1999년 미국 연구보고서는 병원 시스템 전환점이 됐다. 연간 의학적 사망이 10만명에 달한다. 이는 교통사고 사망보다 많다. 당시 병원이 위험한 공간이라고 자각했다. 환자안전이 중시되고 인증 시스템 도입에 미국 병원들이 노력했다. 사망률은 13% 줄었지만 아직도 80% 이상 병원 위해가 남아 있다. 개선방안으로 나온 것이 병원의학인 호스피탈리스트이다. 미국 호스피탈리스트들은 '우리는 병원 환자를 위해 일을 한다'고 선언했다. 환자 진료 뿐 아니라 소통과 교육, 리더십 등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병원의학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전환됐다. 의료진 번아웃은 환자안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의료진 웰빙을 강조한다. 팀 진료 체계로 환자안전을 이중, 삼중 점검한다"면서 "호스피탈리스의 병동 회진 이후 회의는 호스피탈리스트와 간호사, 약사, 물리치료사, 재활치료사, 영양사 등이 모며 환자에게 무엇이 필요할지 1~2시간 이상 점검한다.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으로 환자 사망률은 큰 변화가 없지만, 다학제 시스템 도입 후 사망률은 30% 이상 감소했다"며 환자 중심의 팀 진료체계 중요성을 힘주어 말했다.
신동호 회장은 "시범사업과 본사업 등 10년이 경과한 입원전담전문의 인력은 올해 20% 감소했다. 병원들은 입원전담전문의를 대체인력으로 취급하고, 수익이 안 난다고 말한다. 직업의 불안감과 제도 경직성이 한계에 봉착했다. 지금의 위기를 인지하고 시스템 혁신이 필요하다. 팀 기반 진료모델을 마련해야 한다. 전문의 중심병원은 다른 직종을 배제하는 개념이어서는 안 된다. 모든 직종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환자 중심의 팀 기반 모델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학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윤빈 기획이사, 입원전담의 위기 제도적 한계 ”팀 기반 병원의학, 한국의료 가야 할 길“
이어 정윤빈 기획이사(세브란스병원 외과 입원전담 교수)는 '병원의학회 중장기 발전 로드맵' 주제발표에서 병원의학이라는 묵직한 화두를 의료계와 정부에 던졌다.
그는 "왜 병원의학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전공의들이 있어도 병동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의료질과 환자안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수술받은 환자와 보호자는 담당 교수에게 '교수님이 수술한 것이 맞죠'라는 질문을 던지는 게 현실"이라고 달라진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환기시켰다.
정윤빈 이사는 "입원전담전문의와 병원 모두 위기를 이야기한다. 낮은 수가와 경직된 운영 규정, 평일 주간 모델 쏠림 등이 누적된 결과이다. 제도가 인력 충원이라는 틀에 머무는 한 개인의 헌신에 기대는 구조의 취약함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점이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지난 10년의 뼈아픈 교훈"이라고 자성했다.
이어 "의료계 일각에서는 팀제 모델을 두고 파이를 왜 공유하냐고 지적한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전공의 의존 구조를 탈피한 안정적 진료환경이 필요하다. 전공의 복귀로 겉으로는 의료현장이 돌아가는 것으로 보이나 실상은 다르다. 권위와 관행을 탈피해 제도적 설계를 통해 전문의와 전문간호사, 약사, 영양사,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직역이 참여한 팀 체계 구축이 한국 의료가 가야 할 길"이라고 역설했다.
정윤빈 이사는 "팀 기반 진료는 사람보다 프로토콜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 입원환자를 가장 잘아는 병원의학회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새로운 입원전담전문의 및 전문간호사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시작으로 장기적으로 병원의학 전문교육 인증제로 가야 한다. 병원의학은 대체 역할이 아닌 의사와 간호사, 약사 등 전문적 학문임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입원전담전문의들을 통해 병원의학 가치는 증명했지만 제도화는 되지 못했다. 있으면 좋은 제도에서 없으면 안되는 표준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며 "입원전담전문의 수가에 연연하지 말고 팀 기반 진료로 환자 중심 가치를 높여 성과 기반 보상체계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대 김민영 간호대 교수 ”팀 진료 성과 논문 차고 넘쳐, 직종간 협력과 수평적 문화 필요“
다학제 협업 실천적 모델 강연은 제주대 간호대 김민영 교수(전문간호사협회 부회장)가 발표자로 나섰다.
김민영 교수는 "단일 직종의 한계가 노출되면서 팀 진료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환자 중심의 협업 체계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팀 기반 진료 성과를 보여주는 논문은 차고 넘친다"고 말했다.
김민영 교수는 미국의 병동의 팀 순환 진료 모델을 설명하면서 "효과적 팀 기반 진료 핵심은 공동의 목표와 역할 명확화와 상호 신뢰이다. 효과적 의사소통과 측정 가능한 과정 및 성과가 뒤따라야 한다.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시행하는지 합의해야 한다. 직종별 역할과 책임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교육체계 구축 그리고 수가와 정책적 지원 등 제도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환자 중심의 상호 존중과 파트너십으로 병원 문화를 바꿔야 한다. 협력과 수평적 문화가 돼야 팀 기반 진료체계가 구현될 수 있다"고 주창했다.
대한병원의학회는 학회지 발간을 포함해 팀 진료 시범사업과 직역별 교육체계 마련 등을 올해 중점 사업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