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종과 평생 싸운다"…림프부종 환자들, 도수치료 연 15회 제한 철회 청원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생존권 호소…"최소 연 52회 치료 보장해야" 압박붕대 등 치료재료 산정특례 적용, 중증질환·장애 인정도 요구
암 치료 이후 발생하는 대표적 만성 합병증인 림프부종 환자들이 정부의 도수치료 급여 관리 방안에 반발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환자들은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림프도수치료 급여 제한 기준이 현실을 외면한 조치라며 최소 주 1회 수준의 치료 보장과 치료재료에 대한 산정특례 적용을 촉구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일 '림프부종 환자의 생존권을 위한 도수치료 급여 제한 철회 및 산정특례 적용 요청에 관한 청원'이 등록돼 다음 달 2일까지 동의를 받고 있다.
청원인은 "암 수술 후 합병증으로 발생해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가는 난치성 림프부종 환자들에 대한 현실성 없는 의료급여 규제를 규탄한다"며 "연간 15회로 제한된 림프도수치료 횟수를 최소 주 1회 수준인 연 52회 이상으로 확대하고 치료에 필수적인 재료비에도 산정특례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림프부종은 평생 관리 질환…연 15회 제한은 현실 외면"
청원인은 림프부종이 일반적인 근골격계 질환과 달리 평생 관리가 필요한 난치성 질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도수치료 관리급여 도입을 추진하면서 일부 적응증에 대한 급여 기준과 횟수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환자들은 이 과정에서 림프도수치료가 연간 15회 수준으로 제한될 경우 사실상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청원인은 "일반적인 근골격계 질환은 일정 기간 치료 후 호전될 수 있지만 겨드랑이 림프절이 전면 제거된 림프부종 4기 환자의 경우 림프액이 자연적으로 순환할 수 있는 경로 자체가 없는 상태"라며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인데 횟수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환자들에게 치료를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소 주 1회, 연간 52회 수준의 치료는 보장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림프부종은 유방암, 부인암, 전립선암 등 암 치료 과정에서 림프절 절제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은 이후 발생하는 대표적 만성 합병증이다. 팔이나 다리에 림프액이 축적되면서 지속적인 부종과 통증, 운동장애, 피부감염 등이 발생하며 완치보다는 지속적인 관리가 치료의 핵심으로 알려져 있다.
"암보다 더 힘든데 중증질환 인정도 못 받아"
환자들은 림프부종이 의료보장 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도 지적했다. 청원인은 "암을 극복한 기쁨도 잠시, 림프부종 환자들은 암 치료 당시보다 더 큰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중증질환 인정도, 장애 인정도 받지 못해 고액의 치료비를 환자들이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림프도수치료뿐 아니라 압박붕대, 압박스타킹, 모비덤 가먼트 등 일상 관리에 필수적인 치료재료 비용도 환자 부담이 크다고 호소했다.
청원인은 "평생 사용해야 하는 고가의 압박용품과 치료재료는 환자들에게 또 다른 경제적 부담"이라며 "림프부종 치료와 필수 처방 재료를 산정특례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암 환자는 산정특례를 통해 본인부담률을 경감받고 있지만, 암 치료 이후 발생하는 림프부종 관리 비용은 상당 부분 환자 개인이 부담하고 있다.
"31세 유방암 진단…앞으로 45년 더 치료받아야"
청원에는 젊은 암 생존자의 절박한 사연도 담겼다. 청원인은 자신이 31세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으며 현재 림프부종 4기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평균여명까지 최소 45년 동안 이 질환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며 "임신과 출산을 꿈꾸고 있지만 건강한 사람도 몸이 붓는 임신 기간 동안 림프부종 치료마저 제한된다면 몸 상태가 어떻게 악화될지 두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출산 시대에 가임기 림프부종 환자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낳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환자들은 청원을 통해 ▲림프도수치료 제한 횟수를 최소 연 52회 이상으로 확대 ▲압박붕대·압박스타킹·모비덤 가먼트 등 필수 치료재료 산정특례 적용 ▲중증 림프부종 환자에 대한 중증질환 및 장애 인정 기준 마련 등을 정부와 국회에 공식 요구했다.
특히 오는 7월 도수치료 관리급여 제도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 환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제도 시행 전 충분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청원인은 "단편적인 행정 편의주의로 인해 수많은 난치성 림프부종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는 비극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7월 제도 시행 전 환자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고 현실적인 보장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4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도수치료·체외충격파치료·증식치료 등 일부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비급여·실손보험 개혁방안 후속조치'를 보고했다.
구체적으로 도수치료는 관리급여로 본인부담률 95%가 적용되며, 연간 이용 횟수는 15회로 제한된다. 다만 의학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추가 35회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연간 최대 50회 이용이 가능하다.
복지부는 "관리급여는 일부 비급여 항목의 과잉 진료 문제를 해소하고, 의료적 필요도에 기반한 적정진료가 이뤄지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번 도수치료를 시작으로 비급여 적정 관리체계를 단계적으로 강화해 국민 의료비 부담 최소화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