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빅토 효과 입증에도 높은 문턱…말기 전립선암 환자들 '치료비 전쟁'
가족이 치료비 모으고 환자는 포기 고민…이동윤 교수 "합리적 급여 논의 시급"
뉴스더보이스는 지난 4월 [약(藥)올리다-플루빅토 편]을 통해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환자들의 핵심 옵션으로 자리 잡은 방사성리간드 치료(RLT)의 임상적 흐름을 짚어봤었다. 국내 도입 이후 임상 현장에는 처방 경험과 데이터가 꾸준히 누적되고 있지만, 비급여 장벽으로 인한 환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실제 치료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이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환자들의 삶은 어떨까.
지난 13일 서울아산병원 핵의학과 연구실에서 만난 이동윤 교수는 "플루빅토는 단순히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것을 넘어, 말기 환자가 삶의 질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돕는 의미 있는 치료제지만, 현실적인 장벽은 여전히 높다"고 입을 열었다.
"비용 부담으로 치료 포기하는 사례도… 가족이 함께 치료비 마련하는 현실"
이 교수가 전한 임상 현장의 경제적 어려움은 적지 않았다.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환자들은 이미 10~15년에 걸친 장기 투병으로 체력과 재정적 여력이 많이 소진된 상태로 병원을 찾는다. 특히 "빈혈이나 혈소판 감소 등 조혈 기능 저하가 동반된 사례가 많고, 전반적인 컨디션이 상당히 저하돼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플루빅토는 비급여 약제인 데다 유럽에서 처방별로 주문 생산되어 국내로 공급되기 때문에 1회 치료 비용이 3,500만원으로 매우 고가이고, 최대 6사이클까지 치료가 가능해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상당하다"며 "실제로 임상 현장에서는 환자의 치료를 이어가기 위해 직계 가족들이 삼삼오오 치료비를 함께 마련해 치료를 진행한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현실적인 비용 설명을 들은 뒤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을 볼 때 의사로서 굉장히 무거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산소 치료 필요하던 환자가 외래 보행으로… 삶의 질 개선한 RLT
치료비 부담은 여전한 과제지만, 플루빅토의 임상적 효용성은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분명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도세탁셀, 카바지탁셀 등)를 반복 투여받은 환자들은 조혈 기능 저하나 신경독성 등의 부작용 누적으로 치료 지속에 실제로 환자들이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치료를 못 하겠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반면 플루빅토는 세포독성 항암제 대비 삶의 질 면에서 확실히 장점이 있는 치료다. 이 교수는 "중환자실 치료 이후 산소 공급이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던 환자가 플루빅토 치료 이후 스스로 걸어서 외래에 오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된 사례가 있었다"며 "새로운 전이가 생기는 시점을 늦춰 통증과 기능 저하를 막아주기 때문에, 환자가 일상을 회복하면서 보호자의 돌봄 부담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특히 플루빅토는 치료 전 'PSMA PET' 영상 검사를 통해 환자의 치료 반응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어, 환자별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정밀의료'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국내는 주로 말기 환자 중심으로 사용되어 초기에는 효과 체감이 어려웠으나, 최근에는 모든 치료를 소진하기 전인 조금 더 이른 시점에서의 사용 논의가 늘고 있다. 플루빅토를 더 이른 치료 단계에서 사용한다면, 치료 성적이 향상되어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항암제 기준만으로는 한계… 환자 접근성 위해 합리적인 급여 논의 필요"
이동윤 교수는 궁극적으로 환자들이 비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없으려면 '건강보험 급여 등재'와 '제도적 유연성'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회 차원에서도 최근 플루빅토 급여 방향과 관련해 여러 논의가 있었다”며 "과거 국내에 도입된 방사성의약품 루타테라는 신경내분비종양이라는 희귀질환 치료제라 급여가 빠르게 적용됐지만, 플루빅토는 전립선암이라는 상대적으로 환자 수가 많고 앞으로 치료 시점이 점점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어 건강보험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환자 접근성과 지속 가능한 급여 체계 사이에서 균형 있는 논의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방사성의약품만이 가진 특수성에 대한 이해 및 제도적 기반 마련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방사성의약품은 일반 항암제처럼 완제품을 미리 생산해 두는 것이 아니라 처방 이후 개별 주문 생산이 이뤄진다”며 “또 방사성 물질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 반감기로 인해 효과가 감소해 장기간 보관도 어렵다. 그런 점에서 기존 항암제와 동일한 기준과 잣대로 접근성과 비용효과를 직접 비교하기에는 어렵고 특수한 치료 영역"이라며 "방사선 관련 여러 규제와 기관/인력의 세심한 관리 속에서만 진행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의 치료이므로 이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플루빅토 치료를 활성화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치료 접근성’을 꼽았다. 현재 플루빅토는 모든 의료기관에서 자유롭게 시행할 수 있는 치료가 아니다. 철저한 핵의학과 인프라와 방사성 물질 관리 시스템이 구축된 기관에서만 제한적으로 투여가 가능하며, 관련 경험이 없는 병원에서는 쉽게 도입하기 어려운 전문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치료 인프라가 집중된 서울 상급종합병원으로 지방 환자들이 대거 상경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교수는 “거동이 불편한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환자들이 외래 방문, 검사, 입원 일정 등을 반복적으로 소화하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상당한 부담”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지방 환자들도 거주지 근처에서 원활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방사성의약품 치료 접근성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급여 적용과 제도적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병원 내부에서의 다학제적 협력과 의료진의 인식 제고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플루빅토 치료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실제 처방과 환자 관리를 담당하는 종양내과, 비뇨의학과, 핵의학과 간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결국 환자를 핵의학과에 의뢰하는 일차 의료진들이 플루빅토 치료에 대한 실제적인 경험과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만 적극적인 환자 연계가 이루어질 수 있다”며 “의료진의 경험과 인식이 함께 확대된다면 환자들이 지역에 관계없이 가장 적절한 시점에 치료 기회를 보장받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루타테라와 플루빅토 도입 이전에 신경내분비종양과 전립선암 일부 환자들이 독일이나 말레이시아 등으로 직접 가서 치료받는 사례도 있었다"며 "지방 환자들의 접근성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국내에서도 새로운 방사성의약품이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도입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5월 초 퓨처켐의 전립선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프로스타뷰주사액(성분명 플로라스타민)’이 43호 국산 신약으로 허가됐으며, 셀비온의 전립선암 치료제 ‘포큐보타이드’가 방사성의약품으로 최초의 국산 신약 사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 바 있다. 이 교수는 “최근 국내를 포함한 여러 제약사에서 방사성의약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만큼, 향후 치료 옵션이 다양해지고 경쟁 구조가 형성되면서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